(66) 오시리아 역(驛)
(66) 오시리아 역(驛)
  • 조신호 기자
  • 승인 2020.08.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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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대에 늘 새로운 말이 등장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이 바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대구역에서 대구선 무궁화호를 타고 영천을 지나 동해남부선으로 부산으로 가면서 재미있는 역 이름과 마주하게 된다. 울산을 지나 바다가 언뜻 보이면서 월내 - 좌천 – 일광 – 기장역에 이른다. 부산이 고향인 한 친구는 농담삼아서, “원래부터 좌천 다음에 일광이고 기장이지!” 라고 웃음지었다. 동해남부선이 부산전철에 합류하는 기장역 다음은 ‘오시리아역’이다. 생소한 역명이다. 이 역은 부산도시공사가 조성 중인 ‘동(東)부산관광단지’ 입구에 지난 2016년 12월 말에 신설된 곳이다.

'오시리아'라는 단어는 기장군 지역 동해안 명소, '오랑대(五郞臺)'와 '시랑대(侍郞臺)'의 머릿 글자, ‘오+시’에, 영어에서 ①병명(病名), ②동·식물 분류의 속명, ③장소(場所)를 나타내는 접미사 '이아(~ia)'를 ‘리아’로 바꾸어 만든 합성어이다. 오랑대는 옛날에 시랑 벼슬을 한 다섯 선비가 풍류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있는 일출 명소이다. 그리고 기장 8경 중 7경인 시랑대는 해동용궁사의 시랑산의 전설적인 명소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시리아’는 ‘(부산으로) 오시라’는 뜻이다. 재미있고 기발한 발상이다. 외국어 같은 오시리아는 설명이 없으면 의미를 알 수 없다. 동부산 지역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지만, 재미있고 기발한 명칭이고. 우리말의 합성력 묘미가 돋보이는 말이기도 하다.

오시리아역 주변은 항구도시 부산의 역동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역 뒷편(남동쪽)에 거대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과 대규모 ‘이케아(IKEA) 동부산점’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서, 몰려드는 사람들과 차량으로 번잡하다. 공사가 진행 중인 종합관광단지 동쪽 해변에 있는 ‘해동용궁사’에도 관광객들이 붐빈다. 그 북쪽에 세워진 ‘국립부산과학관’ 동쪽 해변에 잘 포장된 ‘해파랑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걸어가면 동암항이 보이고, 그 북쪽으로 저만치 미역과 멸치, 그리고 짚불장어로 유명한 대변항(大邊港)이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이 지역 명칭에 관해서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이 있다. 기장읍(機張邑) 대변리에 있는 용암초등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이 학교는 2018년 3월 1일, 교명이 변경되기 전에는 ‘대변초등학교’였다. ‘대변’이라는 단어의 연상 의미 때문에, 늘 ‘똥학교’라고 놀림을 당하는 어린이들에게 적지 않은 상처가 되었다. 이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어린이, 하준석 군이 2017년 학생부회장 선거에 “학교 이름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되었다. 그로부터 ‘교명 변경’을 공약을 실천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하군은 2017년 6월 20일자 김현정의 뉴스쇼에 인터뷰하면서 교명은 ‘대변’만 아니면 다 좋다고 하면서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다. 교명변경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 위원회가 부산 전역을 돌며 교명 변경을 지지하는 4천여 명 서명을 받았다. 이를 접수한 부산교육청이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옛 지명을 따서 '용암초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기로 결정하여 2018년 3월 1일부터 '대변초등학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용암초등학교로 새 출발하게 되었다. 어떤 아이가 용암은 ’마그마(magma)’라고 하자, ’마그마는 똥이 아니라, 뜨거운 열정이며 강력한 에너지’를 상징한다 라고 하군이 응수했다고 한다.

용암초등학교는 2020년 지금은 전교생 73명의 소규모의 학교이다. 이 학교의 어린이들이 교명을 변경하려고 했던 것은 말과 글이 사용자들의 마음에, 삶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었다. 칭찬과 격려처럼 긍정적인 말은 꿈과 희망을 주는 행복 바이러스가 되고, 악성 댓글이나 비하, 욕성, 저주처럼 자살에 이르는 불행의 바이러스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