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비를 함박 맞고 함백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비를 함박 맞고 함백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8.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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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의 천국 만항재의 함백산

 

속살을 쉽게 보이지 않은 안개낀 함백산 정상. 이승호 기자
속살을 쉽게 보이지 않은 안개낀 함백산 정상. 이승호 기자

함백산(咸白山)은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과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경계에 있는 산이다. 이 산에는 고산수목인 주목과 구릿대, 기린초 등 야생화의 천국이다. 그래서 천상의 화원이라 부르며,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정상의 높이 1,573m이다. 남쪽으로는 태백산, 북쪽으로는 은대봉, 금대봉, 매봉산(1,303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한 축이다.

태백산 천제단에서 바라본 대두대간 태백산 장군봉과 멀리 함백산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태백산 천제단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태백산 장군봉과 멀리 함백산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백두대간(白頭大幹)은 한반도 산계의 중심이며, 국토를 상징하는 큰 산줄기로 백두산부터 원산, 함경도 단천의 황토령, 함흥의 황초령, 설한령, 평안도 연원의 낭림산, 함경도 안변의 분수령, 강원도 회양의 철령과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매봉산, 금대봉, 은대봉, 함백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땅의 근골을 이루는 거대한 산줄기를 일컫는 말이다. 1개 대간, 1개 정간, 13개 정맥의 체계로 되어 있으며,  이러한 산경개념은 신경준의 <산경표>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반영되어 있다. 

오늘은 보이지는 않지만, 함백산은 전체의 사면이 급경사로 산세가 험준하다. 북서쪽 사면을 흐르는 계류들은 정선군 사북읍에서 남한강의 지류인 동남천에 흘러들며, 서남쪽 사면을 흐르는 계류들은 정선군 상동읍에서 남한강의 지류인 옥동천에 흘러든다. 동쪽 사면의 계류들은 낙동강으로 흘려든다. 이 일대는 우리나라의 주요 탄전인 삼척 탄전지대로 석탄의 개발과 원활한 수송을 위해 산업철도와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특히 북사면에는 긴 철도 터널인 태백선의 정암 터널(4,505m)이 뚫려 있다. 사북에서 태백 방향으로 터널을 통과하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해발 855m)이 있다.

국보로 승격된 적멸보궁 정암사 수마노탑. 이승호 기자
국보로 승격된 적멸보궁 정암사 수마노탑. 이승호 기자

•서북쪽 산 입구에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한곳인 천년고찰 정암사(淨巖寺)가 있다. 이 절은 신라 선덕여왕(善德女王) 때 고승 자장율사가 당나라 산서성에 있는 청량산 운제사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석가세존(釋迦世尊)의 정골사리(頂骨舍利), 치아(齒牙), 불가사(佛迦裟), 패엽경(貝葉經) 등을 전수하여 귀국, 동왕 14년에 금탑, 은탑, 수마노탑을 쌓고 탑에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유물을 봉안 후 산 중턱에 건립하였다고 한다. 자장이 물길(바닷길)로 마노석을 가져 와서 만든 수마노탑은 2020년 6월 25일 보물 제410호에서 국보 제332호로 승격•지정되었다. 이끼가 끼지 않는 마노석은 방금 만든 새탑 같이 보인다. 벽돌 모양으로 돌을 다듬어 쌓은 모전석탑으로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유일한 탑이자 석회암으로 만든 세계 유일의 모전석탑으로 보물로 지정된 지 56년 만이다. 늦었지만, 정암사 수마노탑이 국보로 승격되면서 국가지정문화재로서 역사·예술·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서 다행이다. 정암사 계곡에는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열목어가 살고 있다. 높은 함백산 깊은 곳, 맑은 물과 곧은 전나무 소나무 등으로 어우러진 이 절은 청량하고 고즈넉한 상징적인 절집이다.

*부처님 상이 없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은 오대산 상원사, 양산 통도사, 영월 법흥사, 설악산 봉정암, 정선 정암사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에서는 야생화 축제가 열란다. 이승호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에서는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 이승호 기자

•등산코스는 만항제 휴게소에서 야생화 숲길따라 약2.7km 혹은 태백산 선수촌 입구 도로에서 함백산까지 1km를 오르면 된다. 우리 일행은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악천후 속에 만항재 휴게소에서 출발했다. 긴 시간 힘들게 정상에 올랐으나 함백산은 쉽게 속살을 보이지 않았다. 정상에 올랐으나, 안경을 낄 수 없을 정도로 세찬 비 바람에 안개까지 자욱하여 주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로까지 내려와 뒤돌아 보니 그 사이 호우경보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빗줄기는 더 세차게 내린다. 여기서 승용차를 주차해둔 만항재 휴게소까지 지친 몸으로 1.7km를 걸어가야만 한다. 아득하다. 도로를 따라 약20분 정도 걸어갈 때 승용차 한 대가 멈추어서 타라는 손짓을 한다. 비에 젖은 몸이라 거절했지만 거듭 요구하기에 탔다. 함백산 입구 잠시 만났던 중년의 부부가 가던 길을 돌아와서 승용차 뒷자리 짐을 트렁크로 옮기는 수고도 마다 않고 비에 젖은 우리들을 만항휴게소까지 태워주고 과자도 두 봉지 주고 돌아갔다. 정선 5일장 간다고 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부부에게 늦게나마 감사드린다. 빗속에서 구해준 구세주였다. 연락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혹자는 세상이 삭막하다고 하나, 착한 사람들이 많은 참 아름다운 세상이다.

•만항재(해발1,330m)에서는 2020년 8월 23일까지 '힐링 여름꽃 여행' 축제가 열린다. 하늘과 맞닿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고갯길인 만항재는 국내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를 자랑하는 천상의 화원이다. 또한 축제기간에는 만항재 하늘숲정원에서는 숲속 작은 음악회가 준비되어 있으며 산상화원에서는 숲해설, 숲유치원, 숲속사진관, 탁본체험 등 자연 속에서 즐기는 힐링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함백산•정암사•'만항재 하늘숲정원'은 주차료와 입장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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