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피서지] 전국적 명성 '밀양 위양지'
[언택트 피서지] 전국적 명성 '밀양 위양지'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08.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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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풍경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중 아마도 봄일 것이다.
주변도로를 확·포장하고 주차장 부지를 늘이고 화장실도 현대식으로 날아갈 듯 지었다.
옛 성현들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뱃놀이를 흉내한 것이다.
봄을 맞은 위양지가 자연과 더불어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봄을 맞은 위양지가 자연과 더불어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경남 밀양시 북부면 위양리 동쪽에 6만2천790㎡ 규모의 작은 저수지가 있다. 20여분 남짓이면 못 둘레를 돌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도 소개된 이 저수지는 어떻게 보면 여느 저수지처럼 평범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유명세가 전국에 걸쳐 널리 펴진 관계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신라시대에 축조될 당시는 제방(堤防) 둘레가 4.5리(里)에 달하는 저수지였으나 현재는 수리구역(水利區域)의 제방으로 바뀌어 제방 길이가 547척(尺), 너비 68척(尺)으로 그 규모가 줄어들었다.

위양지가 뭇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최고의 풍경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중 아마도 봄일 것이다. 그 봄 중에서도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피는 입하(5월 5일경)무렵일 것이다. 쌍떡잎식물 용담목 물푸레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영원한 사랑, 자기 향상이란 꽃말을 지닌 이팝나무는 흰쌀밥, 즉 이밥은 연상케 한다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자지러지도록 하얗게 핀 이팝나무가 못 심에 투영된 모습은 가히 한 폭의 그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나무 몇 그루가 맑은 못 심에 몸을 드리웠다고 해서 감탄할 정도의 풍경은 아닐 것이다. 수묵화는 나무와 집의 적절한 배치다. 국보 제180호 세한도에도 송백(松柏)과 집이 등장한다. 이에 비교할 순 없지만 나무가 있으면 집이 있는 것이 풍경화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를 보완하듯이 몇 그루의 이팝나무가 우거진 아래에 기와집이 한 채가 수줍은 듯 반쯤만 얼굴을 내밀어 다소곳하게 들어앉아 있다. 안동(安東)권씨(權 氏) 일문의 제숙소(濟宿所)인 완재정(宛在亭)이 그것이다. 밀양 완재정(密陽 宛在亭)은 경남 밀양시 북부면 위양리 296번지, 즉 위양지 못 둑에 있는 정자다, 2016년 10월 13닐 경남도지사가 경남 문화재자료 지정을 위한 행정예고를 거쳐 2017년 3월 30일 경남 문화재자료 제633호로 지정된다.

나무와 집, 물이 있으니 한 폭의 그림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내가 아름답다. 네가 더 아름답다. 우기거나 뻗대지 않은 풍경이 번잡한 도심생활을 정화해 주는 듯하다. 늘 경쟁의 생활을 탈피하여 무위자연(無爲自然: 전혀 손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돌아든 기분이다. 연록색의 파릇파릇한 봄이 주는 생동감과는 달리 초연하면서도 차분하여 오히려 감상하기가 미안할 정도다. 거기에 봄을 맞이하여 꽃까지 활짝 피고 상선약수(上善若水: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는 뜻)물은 이를 귀찮다 아니하고 오롯이 품어서 보듬었다. 꽃을 보면 벌이 날아들 듯이 자연이 서로 다투지 아니하고 격려하고 서로를 쓰다듬어 아름다운 풍경을 있는 듯 없는 듯 연출하고 보니 사람들이 그 모습에 취하고자 내남없이 몰려든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조화를 이른 풍경은 금세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펴졌다. 이를 감당코자 주변도로를 확·포장하고 주차장 부지를 늘이고 화장실도 현대식으로 날아갈 듯 지었다.

메칼코마니를 연상케하는 위양지의 아름다운 풍경. 이원선 기자
메칼코마니를 연상케하는 위양지의 아름다운 풍경. 이원선 기자

이에 화답하고자 2019년 5월 6일에는 밀양 사진작가협회에서 밀려드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더하고자 못 안의 쓸모없는 수초를 제거하고 못 위를 둥둥 떠다니는 화분(花粉: 꽃가루)등등 부유물을 깨끗하게 제거한 후 일엽편주 배를 띄웠다. 옛 성현들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뱃놀이를 흉내한 것이다. 그림 속으로 사람이 들어가 구색을 갖추자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물을 흩뿌려 지붕을 삼고 빨강 옷과 노랑 옷이 조화를 이룬 뒤 빨강우산을 펼쳐 눈비를 피하니 이만한 살림살이가 없어 보인다.

반면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아 인근 주민들은 위양지의 유명세 만큼 봄가을이면 연례행사처럼 홍역을 치르고 있다. 넘쳐나는 차들로 인해 농기계가 다녀야할 농로에 미처 주차하지 못한 관광객들의 차들로 넘쳐난다. 그뿐만 아니라 이른 새벽부터 소음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함부로 버린 쓰레기까지 치워야하는 수고로움을 감당하고 있다. 위양지로 인해 어떠한 수입원이라도 창출된다면 분명 감당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성가시고 비용까지 들어가는 일들을 주민이란 명목하에 고스란히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주민들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들이고 금전적인 피해를 줄이는 차원에서 주차질서는 물론 발생한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지고 오는 성숙한 국민의식을 발휘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