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에 열광하는가?
사람들은 왜?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에 열광하는가?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08.1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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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트롯은 랩과 K팝 등에 밀려 그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송가인’이란 무명가수가 하루아침에 일약스타덤에 올랐다.
옛 향수에 젖어들 수 있는 가락과 가사라서 좋은 모양이다.
2017년 12월 9일 서문시장 축제에서 가수 금잔디가 공연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2017년 12월 9일 서문시장 축제에서 트로트 가수 금잔디가 공연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트로트(trot)는? “5음계로 구성된 지극히 단순한 4분의 2박자 혹은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하나”라고 요약하고 있다. 나아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들어 정형화된 리듬에 강약의 박자를 가미해 특유의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대중가요의 독립된 장르"로 완성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주며, 정형화된 리듬을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만ㆍ일본에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요로 존재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엔카'라고 부른다.

현재의 트로트는 랩(rap: 강렬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읊듯이 노래하는 대중음악)과 K팝(K-pop: 미국과 일본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한국의 현대적인 대중음악)에 밀려 그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모 방송사에서 무명가수 발굴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미스트롯’이라 타이틀을 걸어 방송한 결과 트로트 가요의 돌풍을 일으켰다. 의외의 반응으로 텔리비전에서 점점 멀어지던 중년인들을 일거에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 모았다. 그 여파는 실로 막대해서 보고 듣지 않은 사람은 대화의 자리에 앉기조차 어색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송가인이란 무명가수가 하루 아침에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정미애, 홍자가 뒤를 이었다.

나름대로 심사평도 대단하다. 가창력이 평가되고 무대 매너, 인물과 의상 등등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나아가 지역을 들먹이고 집안의 살림살이까지 입방아에 오리내리는 지경에 이른다. 일이 이쯤 되고 보니 세인의 관심은 자연 돈벌이에 쏠린다. 그 결과 일약 스타가 된 그들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며 한번 출연에 기천만원 벌이라는 근거 없는 풍문이 떠돈다.

이에 힘을 얻은 방송사는 미스터트롯을 후속으로 선보인다. 이 역시 대흥행을 가져왔으며 임영웅, 영탁, 이찬원을 진선미로 선정하기에 이른다. 비록 순위 밖이지만 정동원 또한 현재는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리 정해진 대로 상금은 공히 최고의 자리에 오른 송가인과 임영웅에게 전액 돌아갔지만 상금을 떠나 그들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왜 사람들은 랩이나 K팝에 밀려나고 신세대들로부터 고리타분하다는 취급받던 트로트에 열광할까? 현재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 한국 전쟁 이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다)를 전후한 사람들은 ‘트로트’란 음악과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음률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을 삼는 것이다.

나아가 당시의 시대적인 요소를 트로트란 음악이 오롯이 녹여낸 때문일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질곡 같은 한을 노래하고 고단함을 달래주던 음악, 해방이후 어려운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흥을 돋우던 음악, 한국전쟁의 애환을 고스란히 품어서 삶에 애착을 불어넣던 음률과 가사를 사람들은 귀로는 듣고 입으로는 흥얼거리고 마음으로는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저녁 텔레비전 앞아 앉은 마누라가 “미스터 트롯 안 봐!”하고 의외라는 듯 퉁명스럽게 던진다. 그런 마누라의 뒤통수에 “또 봐!”하며 딴청이다. 그러고 보면 몇 번에 걸쳐 재방에 재방송이다. 그만큼 인기가 있고 그 인기에 편승하여 푹 빠져 사는 모양이다. 가끔 전화도 온다. 내용인 즉 장모님이 딸들에게 재방송을 안내하고 보라는 확인 전화다. 보고 또 봐도 재미가 있고 볼 만한 모양이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인데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이미 그 한계를 벗어난 듯 보인다. 노래방에서 흘러간 노래를 어설프게 부를 땐 완전히 꼰대에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다. 젊은 세대로부터 몇 번에 걸쳐 핀잔을 듣고 보니 노래방 가기가 겁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천대받던 노래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의 흥행으로 끝날지는 알 수는 없지만 옛 추억을 불러오고 옛 향수에 젖어들 수 있는 가락과 가사라서 좋은 모양이다.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생전에 저녁상을 물린 뒤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다가 가수 박우철의 “그리운 임을 찾아~”하는 유행가 가락이 흐르자 “아~이구 야~야 저 가수가 누귀로! 목소리가 어쩌면 저리도 고와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 매끄럽노!”하며 손을 홰홰 내저어 주위를 물리던 그날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