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과 청마 선생
주구장창 내리는 빗속에 통영을 방문하다.
회의 장소에서 잠시 벗어나 빗속을 뚫고 ‘청마거리’를 찾으니 초입에 그의 흉상이 반짝거린다.
청마우체국이 될 뻔 했던 통영중앙동우체국(경남 통영시 중앙동), 바로 앞에 ‘행복’ 시비가 보인다.
행복幸福
청마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및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중략)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중략)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우체국을 중심으로 한 좁다란 골목길이 바로 ‘청마 거리’이다.
그가 연모한 정운 시인의 수예점과 그의 부인이 근무한 문화유치원, 그리고 연모의 시를 쓴 이문당 서점이 있었던 길이다.
전통시장을 돌아서 해안 길로 나오니 항구에는 하나 둘씩 불이 반짝인다.
일탈(逸脫)의 명분으로 통영 명물 꿀빵을 사들고 돌아오는 길은 그다지 외롭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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