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統營), 청마(靑馬)거리에서
통영(統營), 청마(靑馬)거리에서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7.30 0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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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과 청마 선생
통영시 중앙동 청마거리(좌상)와 ‘행복’ 시비(좌하), 청마 흉상(우). 정신교 기자
통영시 중앙동 청마거리(좌상)와 ‘행복’ 시비(좌하), 청마 흉상(우). 정신교 기자

주구장창 내리는 빗속에 통영을 방문하다.

회의 장소에서 잠시 벗어나 빗속을 뚫고 ‘청마거리’를 찾으니 초입에 그의 흉상이 반짝거린다.

청마우체국이 될 뻔 했던 통영중앙동우체국(경남 통영시 중앙동), 바로 앞에 ‘행복’ 시비가 보인다.

 

행복幸福

청마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및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중략)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중략)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우체국을 중심으로 한 좁다란 골목길이 바로 ‘청마 거리’이다.

그가 연모한 정운 시인의 수예점과 그의 부인이 근무한 문화유치원, 그리고 연모의 시를 쓴 이문당 서점이 있었던 길이다.

전통시장을 돌아서 해안 길로 나오니 항구에는 하나 둘씩 불이 반짝인다.

일탈(逸脫)의 명분으로 통영 명물 꿀빵을 사들고 돌아오는 길은 그다지 외롭지는 않다.

통영 항구
통영 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