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요시다 유코 '말 잘하는 사람은 잡담부터 합니다'
[장서 산책] 요시다 유코 '말 잘하는 사람은 잡담부터 합니다'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07.27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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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잊혀도 잡담은 기억된다!"
단 한마디로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기적의 잡담 사용법

이 책의 지은이 요시다 유코는 도쿄대학교 교양학부와 게이오가주쿠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대입학원은 물론 NHK아카데미와 여러 대학교에서 효과적인 대화법과 어른스러운 말투를 가르치며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화법 전문가가 되었다. 옮긴이 부윤아는 대학에서 경제무역학을 전공하고 20대에는 공연기획 일을 했다. 현재 글로하나 출판 번역 에이전시에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호감을 만드는 잡담, 비호감을 만드는 잡담. 2장. 잡담을 풍성하게 만드는 플러스알파. 3장. 잡담에 지성과 교양을 더하는 법. 4장. 잡담을 한층 더 빛나게 하는 구성의 기술. 5장. 모든 관계는 잡담에서 시작된다. 각 장 소제목의 내용을 정리한 ‘원포인트 레슨’과 ‘센스 있는 잡담의 기술’이 있어서 잡담의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고 대화는 언제나 잡담에서 시작된다. 능숙한 잡담 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커리어에 다양한 가능성이 생겨나고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진다. 잡담에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의 이점이 있다.

첫째,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잡담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파티나 세미나처럼 새로운 이들과 만나는 자리에 갈 때면 내내 쭈뼛거리고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못하다가 별소득 없이 집에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잡담 기술을 익히면 동석한 사람과 소소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작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상대방이 내 이름과 내가 하는 일을 기억해준다면 그 후에 새로운 일을 도모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인생에 한층 더 많은 기회가 생겨나는 것이다.

둘째, 조직을 편안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무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의 회사에 다닌다면 센스 있는 잡담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하는 중간에 살짝 잡담을 더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도 있고, 업무 중에도 센스 있는 말로 동료들 사이에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셋째, 가족과 친구, 비지니스 파트너와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대화가 풍성해지면 자연스럽게 관계가 깊어지고 사이가 돈독해진다.(8~10쪽)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잡담 소재 11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계절: "꽤 추워졌어요", "슬슬 따뜻한 국물 요리가 어울리는 계절이 오네요" 이와 같은 계절 이야기는 누구와도 쉽게 나눌 수 있는 잡담이다. 편지나 메일을 쓸 때도 본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서두 부분에 활용하기 좋다.

"저는 부산 출신이라 눈을 볼 일이 거의 없어요. ○○씨는 강원도에 사셨다고 들었는데, 강원도는 역시 겨울에 많이 추운가요?"와 같이 지역과 계절을 엮어서 이야기하면 잡담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다. 때로는 계절별 행사를 언급해보는 것도 좋다.(87쪽)

2. 취미: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므로 관계를 깊게 만드는 데 유용하다. 다만 사생활에 대해 말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처음부터 너무 꼬치꼬치 캐묻지는 말아야 한다. 그보다는 "○○씨는 휴일에 밖으로 나가는 편인가요? 저는 원래 집에서 쉬는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낚시에 푹 빠졌어요" 같은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며 상대방도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길 유도하는 편이 더 낫다.(88쪽)

3. 뉴스: 그 날이나 그 주에 떠오르는 화제를 이야기한다. 만약 상대가 몰랐던 정보라면 더욱 흥미를 느낄 것이다. 다만 이때는 가르쳐주겠다는 태도를 보이거나 자기 자랑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또한 연예인 스캔들과 같은 화제만 이야기하면 너무 경박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의견이 갈리는 정치 문제를 언급하면 불필요한 대립을 일으킬 수 있으니 이 역시 신경써야 한다. 뉴스에 대한 잡담을 나누는 것 자체는 좋으나, 어떤 뉴스를 언급할지는 충분히 숙고한 후 결정하여야 한다.(88~89쪽)

4. 여행: 연휴나 휴가 전후라면 "이번 여름휴가에는 어디 가실 예정이세요?" 혹은 "이전 겨울휴가 때 어디 다녀오셨어요?"와 같이 여행과 관련된 화제로 가뿐하게 잡담을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여행 갔을 때 좋았던 곳, 여행 가보고 싶은 곳을 먼저 이야기해도 좋다. 때로는 "올 여름에 길게 여행을 가려고 계획 중인데요. 혹시 추천해주실 만한 곳은 있으세요?"라고 질문을 던져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도 유용하다. 상대방도 보다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그럼으로써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 관계가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다.(89쪽)

5. 날씨: 사실 날씨만큼 잡담하기에 무난한 주제도 없다. 날씨는 계절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잡담의 단골손님이다. "오늘 저녁에는 비가 온다고 하네요"와 같은 말로 정보를 알려주면 친절한 태도와 배려심까지 보여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또 날씨가 좋지 않은데 상대가 당신이 있는 곳까지 찾아와준 경우에는 "궂은 날씨에 어려운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말로 직접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90쪽)

6. 가족: 아이들에게 애정을 많이 쏟는 상대에게는 "큰애가 올해 몇 살이 되었지?"라는 말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면 대화의 물꼬가 쉽게 트인다. 물론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반면 "이제 슬슬 아이 가질 때도 되지 않았어?"라는 말처럼 가치관을 강요하는 말은 절대 해선 안 된다. 더불어 설사 가치관이 개입되지 않은 질문이더라도 일과 관계없이 사생활에 관해 질문하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상대에 따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상대와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라면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 힘든 상황, 부모를 모시며 느끼는 고충 등을 나누며 격려해줄 때 단번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상대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 무난하다.(90~91쪽)

7. 건강: 자신이 실천해보고 괜찮았던 운동 방법이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잡담으로 나누기에 괜찮은 화제다. 상대방에게 "○○씨는 늘 활기가 넘쳐 보여요. 특별히 건강을 위해 챙기시는 게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것도 칭찬을 겸할 수 있는 좋은 질문법이다.

반대로 상대가 아프거나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몸은 좀 어떠세요?"라고 안부를 물어보자. 상대방을 세심하게 챙기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도 앞에서 이야기한 '가족'에 대한 화제와 마찬가지로, 상대가 말하고 싶지 않을 만한 영역을 무분별하게 침범하는 말은 피해야 한다.(91쪽)

8. 일: 의외로 잡담에서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주제가 일 또는 비지니스다. 가볍게 잡담을 나눌 때 들었던 정보가 생각지도 않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부담을 갖고 참여하는 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기 쉽다. 그러니 가끔은 잡담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자.

거기에 더해 "○○씨, 전에 △△를 담당하셨조? 그 상품을 개인적으로 구입해봤거든요"와 같은 말로 사전에 조사해봤던 정보를 살려 그 자리의 분위기를 한층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잡담 고수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92쪽)

9. 의복: 옷이나 액세서리 등 패션, 헤어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좋다. 세세한 변화를 눈치채어 상대방의 센스를 칭찬하면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딱히 무엇을 칭찬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면 술어를 아껴서 "어? 헤어스타일이!"라고 변화를 눈치챘다는 것만 전달해도 충분하다. 단, 남성이 여성에게 이야기할 때는 자칫 한 끗 차이로 성희롱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도저히 적정선을 모르겠다면 이 화제 자체를 피하는 것도 상책이다.(92~93쪽)

10. 음식: 인기 있는 음식이나 레스토랑, 최근 맛있게 먹은 음식 등도 좋은 화제가 된다. 상대방과 단골 가게가 겹친다면 자신만의 추천 메뉴나 새로운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음은 물론, 유익한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만약 가벼운 간식거리를 갖고 방문했거나 상대에게 받았을 때는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는 것도 좋다.(93쪽)

11. 주거: 이 화제도 분위기를 조금 살핀 후 이야기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물어봐도 괜찮을 것 같은 분위기라면 "○○씨는 어디에 사세요?"라고 질문하여 그 동네의 모습이나 명물, 명소 등에 대해 이갸기를 나누면 된다. 상대가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것 같다면 내 이야기부터 털어놓거나 회사가 있는 곳과 관련된 화제로 돌린다. 예를 들어 "회사가 신촌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 근처에는 맛집이 많지 않아요?", "저희 회사가 골목에 있어서 찾기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헤매지는 않으셨어요?"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사람은 많으나, 회사가 위치한 곳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무난하게 잡담을 나눌 수 있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93~94쪽)

‘원 포인트 레슨’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잡담의 기술을 적어본다.

1. 잡담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 ‘상하관계’ 형성(‘모르셨어요?’ 또는 ‘몰라?’ 라는 말)은 백해무익하다.

2. 이야기하는 시간은 내가 40퍼센트, 상대가 60페센트!

3. 잠담 중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지 않으려면 피해야 할 화제(정치, 종교, 야구, 수입, 성희롱, 갑질, 차별적 발언, 뒷이야기, 거짓 정보 퍼나르기)를 기억해두자.

4. 인사를 한 후 잠시 시간을 두고 플러스알파 한마디를 더하면 호감을 심어줄 수 있다.(안녕하세요.+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에요, 어서 오세요.+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수고하셨습니다.+내일도 잘 부탁드립니다.)

5. 리액션을 유도하며 긴장한 분위기를 풀면 대화를 수월하게 이끌 수 있다.(처음인지라 아무래도 긴장이 되네요. 이야기가 조금 서투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 고개를 갸웃해주세요. 다시 한번 설명하겠습니다.)

6. 리액션은 1.2배로, 맞장구는 다양하게, 반박은 최대한 지양하자.

7. 잡담을 나눌 뿐인데도 지성과 교양이 흘러넘치는 사람은 서점과 도서관에서 잡담 소재를 찾는다.

8. 자신에게 당연한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9. 여행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잡담! 감동과 놀라움을 담아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10. 독특한 취미는 잡담의 무기! 평범한 취미라면 장르나 빈도를 덧붙여 흥미를 유발해보자.

11. 웃음은 잡담의 무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상대방을 웃게 만들어보자.

12. 예시와 비유는 이야기의 꽃! 어떤 일과 사물의 공통점을 찾는 훈련을 해보자!

13. 잡담에서도 기승전결을 응용해 승과 전의 반전으로 이야기에 긴장감을 준다.

14. 주어는 항상 ‘당신’이 아니라 ‘내’가 되어야 한다.

15. 잡담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니 지적과 핀잔은 넣어두자.

16. ‘공교롭게도’, ‘간절하지만’, ‘애써’라는 만능 거절 표현으로 이야기를 끝낸다.

내가 어렸을 때 말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어른들이 ‘점잖다’고 칭찬을 해줬다. 그 칭찬이 듣고 싶어서 점점 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학교를 다닐 때도, 직장에 근무할 때도 주로 듣는 편이었다. 어쩌다 말을 하면 단조롭고 느린 말투 때문에 중간에서 잘리는 경우가 많았다. 내 느린 말투와 부정확한 발음, 사투리를 흉내내는 동료들도 있었다. 그래서 점점 더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실천하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존재감이 없었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만난 사람이 다음에 나를 기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전문직이 되고, 관리자가 되고, 강의를 하면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퇴직 후에는 다시 말이 없는 시절로 되돌아갔다. 지금 나이에 잡담을 잘해서 무얼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대로 하면 나도 잡담을 잘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친구나 동료들이 다음 모임에서 내게 말할 기회를 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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