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영 ‘그래 컨설팅’ 대표, 대화에 심폐소생술을!!
문혜영 ‘그래 컨설팅’ 대표, 대화에 심폐소생술을!!
  • 강효금·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07.27 10:10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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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리딩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무너진 관계도 복원하는 대화의 심폐소생술
고객이 그래 할 때까지, 만족하는 서비스를
문혜영 대표는 '한 팀' '가족의 마음'을 강조한다.  이원선 기자
문혜영 대표는 '대화의 심폐소생술'로 세상이 더 밝아지기를 꿈꾼다. 이원선 기자

 

누구나 병원을 찾으면 주눅 들게 마련이다. 몸은 아프고 낯선데 누군가 와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손 내밀어 준다면, 그 병원을 찾은 고객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지리라. 월요일 아침, '든든한병원'을 찾았다. 고객 사이에서 얼굴 가득 미소를 띤 훤칠한 키에 한 사람이 보인다. 문혜영(42) 대표다. 문혜영 대표는 운동선수였다. 경기에어로빅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메달리스트로 수많은 경기장을 누비던 그가 왜 병원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병원 전 직원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 메달리스트에서 병원 컨설턴트로

 

-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선수 생활을 마치고 피트니스센터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막상 현장에서 바라보니 몸이 아파 찾아온 사람들이 있는데, 트레이너들은 의학적 지식이 없어 적절한 운동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간극을 채울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해서 수술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의료진들은 환자나 보호자가 묻지 않아도 일어날 예후를 상세히 설명해 주고 적절히 대처해 주었습니다. 제겐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 내려와 지방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환자를 대하고 보호자를 대하는 병원 직원들의 태도가 너무 달랐습니다. ‘환자도 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지 않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그때부터 고객과 병원 직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 병원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럼 의사들도 '마인드 리딩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받고 있나요?

▶개인병원이 많다 보니 의사 선생님들도 다른 병원과의 차별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도 많은 환자가 찾아오고, 진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지치고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의사 선생님들께 “눈앞의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대기실 밖에서 기다리는 많은 환자를 생각하면 조바심이 나겠지만, 지금 앞에 앉아있는 환자에게 집중하는 것. 그것이 최상의 서비스라 생각합니다. 의사 선생님들은 여러 질환을 대하고 다루어 왔기에 그 병에 대해 익숙합니다. 정작 환자는 그 병이 처음인데…. 그래서 저는 의사 선생님들에게 주문합니다. “당신의 익숙함으로 고객의 처음을 맞이하지 말라”고.

 

◆ ‘문혜영’이라는 브랜드

 

- 대표님이 직원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우리 병원은 모두 ‘한 팀’입니다. 청소하는 분이나 주차하는 분, 누구에게 묻더라도 즉시 하는 일을 멈추고 “고객님,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하며 안내합니다. 고객이 묻기 전에 리스트를 작성하고, 필요한 부분을 미리 얘기하고, 어느 부서· 어느 직원에게 묻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장소까지 안내합니다. 특히 청소나 주차하는 분들은 시니어 세대입니다. 저는 이분들이야말로 내부 고객과 외부 고객을 연결하는 ‘허리’ 역할을 맡은 중간 고객이라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자신의 역할과 자기 일에 인정받고 자부심을 느낀다면, 병원 전체 분위기도 그만큼 상승합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가족의 마음’입니다. 상대방이 누군가에 부모님, 아들, 사랑받는 딸이라고 여긴다면 서로를 대하는 눈길과 말, 행동은 달라집니다.

 

문혜영 대표의 책상 위에는 많은 있다. 끊임없이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열정이  그의 브랜드다.  이원선 기자
문혜영 대표에게는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미소가 있다. 끊임없이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열정'과 '미소'가 그의 브랜드다. 이원선 기자

 

◆‘간절함’으로 이룬 꿈

 

-병원 코디네이터를 지원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병원 코디네이터 하면 20대 젊은 여성을 떠올립니다. 저는 30대 중반에 병원 코디네이터에 지원했습니다. 사실 운동선수들은 늘 부상에 시달립니다. 저도 오랜 선수 생활을 하며 몸이 좋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행복한재활의학과(원장 김정훈)’에서 계속 치료를 하고 치료가 끝나는 날, 원장 선생님께 제 이력서를 내밀었습니다. ‘운동치료사’가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원장 선생님은 저를 쳐다보시더니, 아직 병원에 자리가 없다고 얘기하셨습니다. 저는 괜찮다며 언제든 자리가 생기면 꼭 연락을 달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날 저녁,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병원에 처음 출근한 날, 필요한 인원이 아니었기에 제가 할 역할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병원 입구에서 고객이 오면 달려 나가 안내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온 분들은 주차장까지 따라 나가 자동차에 오르는 일까지 도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고객의 마음을 읽고 어떻게 하면 고객의 입장에서 편안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매뉴얼을 만들고 시각화하고 영상화하는 작업을 통해, 제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습니다.

 

◆죽어가는 관계를 소생시키는 대화법

 

-병원에 가면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가 의료진의 불친절함입니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입니다.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직업이지요. 그래서 대학 공부를 할 때부터 철저하게 상명하복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수술실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 있기에 고객의 고통이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저는 특히 ‘대화법’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제가 속한 모임에서 'CPIR(Connection, Pick the fact, Impact, Request)대화법'을 개발했습니다. CPR은 심폐소생술을 말합니다. 여기서 착안해 만든 'CPIR 대화법'은 무너진 관계도 복원하는,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입니다. 그 대화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감정에 이름표 달기’입니다. "라떼는 말이야!"라고 얘기를 시작하는 '라떼 대화법'은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듣고 싶은 말, 느끼는 감정에 이름표를 달아준다면 반응은 달라집니다. 그 후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어”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둘째 ‘감정’과 ‘사실’을 분리하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과 사실을 뒤섞어 생각합니다. 감정을 따로 떼어놓고 '사실만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셋째 ‘나 전달법’입니다. “네가 이러면 돼?”가 아니라 “네가 이런저런 행동을 해서, 내가 서운했어”라고 한다면, 그 결과는 달라집니다.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명확히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상대에게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런 순서를 밟게 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은 하지 않게 됩니다. 저는 이 대화법을 통해 실제로 많은 구성원의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이 대화법을 사용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대화법이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이런 정도의 ‘연습’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문혜영 대표가 '든든한병원(병원장 방훈호)'에 와서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밥이 맛있는 병원’이었다. 작아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점검하고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 이는 문혜영 대표의 강점이다. 문혜영 대표는 말한다. 병원에 찾는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끼면 좋겠다고. 그렇게 문혜영 대표는 자신의 경력 위에 ‘자신의 브랜드’를 완성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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