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만남
또 다른 만남
  • 이원선 기자
  • 승인 2019.03.11 10: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수유 꽃과 열매의 만남이 이채롭다.

 

산수유 꽃이 만개한 가운데 지난 가을의 열매가 함께하고 있다.
산수유 꽃이 만개한 가운데 지난 가을의 열매가 함께하고 있다.

봄볕엔 며느리를,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는 속담이 있다.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당겨진 봄볕이 따사롭다. 땅에서는 연두색으로 곱게 치장을 마친 새싹이 돋고 가지가지마다 갖가지 꽃들이 만개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고 있는 것이다. 산수유도 보조를 맞추듯 노란 꽃을 피워 봄볕을 만끽하고 있다. 가을을 위해서 나비와 벌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특별한 만남을 하고 있다. 겨울을 건너 뛰어 봄을 맞는 산수유의 열매들이다. 아들과 아버지의 만남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할아버지와 손자의 만남이라 해야 할까? 빨갛게 영글어 통통하던 본 보습은 잃었지만 붉은 기운은 여전하다. 험난한 여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할아버지의 주름살을 온몸에 새기고 있다.

극성스러운 직박구리의 부리를 피했고 북풍한설에 부러질 듯 흔들던 거센 바람을 피했다. 곤줄박이와 박새라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을까? 생명의 본능을 따라 호시탐탐 노려 날갯짓을 퍼덕거렸을 것이다. 숙명처럼 받아들여 먼 여행을 떠나 양지바른 곳에 터전을 잡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을까? 행인지 불행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 버틴 끝에 또 다른 생을 만난 것이다.

노랑과 빨강의 조화! 그들에게 내리는 봄볕이 한결 따뜻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