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에서 고기잡이의 귀재 가마우지를 만나다.
대구 신천에서 고기잡이의 귀재 가마우지를 만나다.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07.0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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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순간을 못 참아서 예민하기 짝이 없는 가마우지는 날아가고 없다.
어설픈 사진가들보다 연출에 더 베테랑이란 후문이다.
이는 곧 다음 낚시에 반영이 되다보니 주인도 등한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가마우지가 물어 젖은 날개를 활짝펴서 말리고 있다. 이원선 기자
가마우지가 물어 젖은 날개를 활짝펴서 말리고 있다. 이원선 기자

대구 신천에는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검은등할미새, 노랑할미새, 황조롱이, 제비, 해오라기, 흰빰검둥오리, 참새, 직박구리 등등 헤아릴 수가 없다. 그들 중에서 최근에 선을 보이고 있는 가마우지를 만났다. 까마귀처럼 온 몸이 새까만 녀석이 물속에 있노라니 사람들 눈에 쉽게 눈에 띈다.

언제나 물기가 번지르르하게 흐르는 몸은 갑주를 두룬 듯 투박하고 비린내를 짙게 풍기는 듯하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마우지를 향해 휴대폰을 겨냥하기를 여러 번, 도통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다가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로 눈길이 향한다. 카메라에는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한 모양이다. 즉시 LCD창을 통해 재생을 하자 “하~ 역시 카메라는 카메라네요!”한다. 그 짧은 순간을 못 참아서 예민하기 짝이 없는 가마우지는 날아가고 없다.

가마우지는 사다새목(Pelecniformes), 가마우지과(Phalacrocoracidae)의 조류다. 암초가 많은 절벽이나 배가 들어오는 항구 등지를 생활토대로 삼고 있다. 알을 낳는 시기는 5월 하순에서 7월까지로 암초나 바위 절벽의 층을 이룬 오목한 곳에 마른풀이나 해초를 이용하여 둥지를 튼다. 한번에 4~5개의 알을 낳으며 어미 새는 삼킨 먹이를 토해서 새끼에게 준다. 울음소리는 민물가마우지와 비슷하나 번식기 이외에는 거의 울지 않으며 목을 진동시켜 낮은 소리를 낼 때도 있다. 전 세계에 약 32종이 분포하며 암컷과 수컷 모두 검정색이다. 대표 종으로는 남아메리카 서해안 일대에 서식하는 구아노가마우지, 갈라파고스제도의 갈라파고스가마우지, 남아프리카 남단의 케이프가마우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남방 작은 가마우지 등이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민물가마우지, 바다가마우지, 쇠가마우지 등이 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자맥질을 하고있는 가마우지. 이원선 기자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자맥질을 하고있는 가마우지. 이원선 기자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주요 먹이로 삼는 까닭에 고기를 잘 잡는 새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무리가 강의 어느 한 지역을 점령하면 그 지역의 물고기들은 거의 전멸에 가깝도록 피해를 입는다. 이런 가마우지의 습성을 잘 이용한 사람들이 고기잡이에 동원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곳이 중국의 구이린(桂林)에 있는 리강(漓江)이다.

광시족 자치지구의 리강에서의 가마우지를 이용한 고기잡이는 구이린에서 발원해양삭까지로 약 100Km에 달한다. 중국 전통복장인 검은색 상하의에 허연 수염이 목까지 내려앉은 할아버지가 긴 장대 끝에 가마우지를 앉혀 걸어가는 모습은 방송이나 책자 등에서 많이 소개되는 모습이다. 이윽고 쪽배에 몸을 싣고는 등불하나를 밝혀 강심을 향해서 노를 젓는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으로 사진으로 종종 소개되곤 한다. 이 멋진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전 세계의 사진애호가들이 몰려든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다보니 부작용도 생기는 모양이다. 그 일례로 할아버지들은 가마우지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 수입보다 모델이 되어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더 쏠쏠하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어설픈 사진가들보다 연출에 더 베테랑이란 후문이다.

망중한을 들기고 있는 가마우지. 이원선 기자
망중한을 들기고 있는 가마우지. 이원선 기자

가마우지를 이용한 낚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잘 길들여진 가마우지의 목을 올가미로 묶어 물속에서 잡은 생선을 삼키지 못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잡도리를 해다 손 치더라도 욕심쟁이 가마우지는 억지로라도 삼키려 애를 쓴다. 이는 내가 잡은 물고기는 내가 먹고야 말겠다는 우격다짐이다. 하지만 목에 걸린 올가미 때문에 삼키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때 주인은 그런 가마우지를 살살 달래고 꼬드겨서 토하게 하는 독특한 낚시법이다.

그렇다고 아주 못 먹게 할 수는 없다. 사냥이 끝나면 수고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물고기로 보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가마우지는 더 이상 고기잡이에 응하지 않는다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잡은 고기 중 가장 큰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가마우지 자신이 보기에 볼품이 없다 싶으며 금방 토라진다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주인은 가장 큰 물고기를 주고 받아먹는 가마우지는 그 물고기의 크기에 따라서 주인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낸다 한다. 이는 곧 다음 낚시에 반영이 되다보니 주인도 등한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며칠을 두고 가마우지의 낚시 장면을 지켜보았다. 보기에는 우둔해 보이는 녀석들이 물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재빠르기가 한량없다. 금방 이쪽에서 잠수를 하는가 싶은데 어느새 4~5m정도, 때로는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쑥 머리가 물 밖으로 나온다. 사람의 시야로는 도저히 따라 붙을 수가 없어 놓치기가 십상이다. 거기다 얼마나 민감한지 인기척을 느꼈다 싶으면 한참 아래쪽 또는 위쪽으로 날아가 버린다.

물에 젖어서 날아가는 모습이 둔탁해 보인다. 이원선 기자
물에 젖어서 날아가는 모습이 둔탁해 보인다. 이원선 기자

가마우지는 물속에서 2~5분 정도를 견디며 고기잡이의 귀재지만 그들에게도 한두 가지의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그중 가장 취약한 약점이라면 갈매기나 오리 등등은 물에 뜨는 반면 가마우지는 물에 뜨질 않는다. 이는 갈매기나 오리처럼 몸에서 기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어느 정도 물속 생활이 끝나면 날개와 몸통을 말려야 하는 것이다. 이를 게을리 할 시 천적이 나타나면 쉬이 날지를 못해 목숨을 잃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가마우지무리가 바위 위나 나뭇가지 등에 앉아서 날개를 활짝 펴서 흔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고기잡이의 귀재 가마우지! 그동안 운이 없었던 걸까? 아직까지 그들이 물고기를 잡은 모습을 한 번도 보질 못했다. 그 이유로 물속에서 먹이를 삼키고 올라오는지 아니면 아예 잡지 못했는지 명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무리가 점차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구 신천은 분명 가마우지가 살만한 터전임에는 분명하다.

잉어나 붕어에게는 다소 미안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커다란 물고기를 문 가마우지를 조만간 보리라는 기대감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