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변하는 시골 인심
(11) 변하는 시골 인심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0.07.0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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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농사지은 과일을 나누어 먹는 시골 인심
팔 수 있는 나물은 얻어 먹을 수 없음
귀촌인 스스로 먹거리 해결이 필요

요즘 우리 마을에서는 자두는 거의 끝나가고 복숭아가 많이 나온다.

올해 이장이 되기전부터도 집성촌 덕분인지 농사지은 복숭아와 자두, 딸기를 많이 얻어 먹었다.

그렇다고 농사짓는 집마다 다 주는것은 아니다. 친한 집끼리 나누어 먹는다.

시골 인심이 변하고 있다.

지금 한창 나오는 복숭아.  예윤희 기자
지금 한창 나오는 복숭아. 예윤희 기자

지금 한창 나오는 복숭아도 이른 봄부터 가지치기를 하고, 농약을 치고, 적화(꽃을 적당이 미리 따주는 일)를 하고, 적과(열매를 적당히 솎아 주는 일)를 하는 등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고가의 농기구로 지은 농사라 과일 주인으로서는 정말 힘들고 피땀 흘려 지은 농사이다.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여 농사를 짓는다.  예윤희 기자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여 농사를 짓는다. 예윤희 기자

일찍 수확하여 내 놓아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한해가 시작되는 1월부터 밭에 나가 일을 하는 셈이다.

과일을 따고 선별을 해서 크기별로 박스에 넣는 등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건비가 너무 비싸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고령의 부부가 직접 힘든 일을 해내고 있다. 해마다 하는 일이라 힘은 들지만 해낼 정도의 양을 농사지으므로 잘 해내고 있다.

가서 도와주고 싶지만 서투런 일손이 붙으면 가르치는데 더 시간이 들어 돕는 것을 꺼린다.

정품을 박스에 담고 남는 것을 B품이라 하는데 이것은 모양이 비뚤어지거나 이상하게 생긴 것, 벌레가 약간 먹은 것 등 상픔 가치가 조금 떨어진 것들은 따로 모아둔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이 B품을 과일 농사를 짓지 않는 이집 저집에 나누어 준다. 나누어 먹는 일도 보통의 일이 아니다. 제법 많은 양을 가지고 이집저집 다니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안 주는 집에는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집에서는 가지러 오라고 연락을 한다. 가지러 갈 때 그냥 갈 수가 없어서 나는 집에 있는 타올이나 음료수를 가지고 간다. 물론 집에 가지고 오는 경우에도 타올이나 음료수를 빈 그릇에 담아준다.

귀촌한 이후로 지금까지 해마다 많은 과일을 얻어 먹었다. 그 중에서 복숭아를 제일 많이 얻어 먹는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여러집에서 주는 바람에 다 먹지 못해 친척들에게 택배를보내기도 했다.

자두 농장에서 얻어 먹은 자두.  예윤희 기자
자두 농장에서 얻어 먹은 자두. 예윤희 기자

그런데 시골 인심이 변하고 있다.

채소를 농사짓는 집에서는 채소도 나누어 먹는데 이제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상추, 쑥갓, 부추 등 나물 장수가 사가지 않는 것은 나누어 먹는데, 달래, 냉이, 들깻잎 등 나물 장수가 사 가지고 가는 것은 얻어 먹기가 힘이 든다. 할매들이 용돈한다고 뜯어 파는 것을 아는데 그냥 얻어 먹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귀촌인들은 마당 귀퉁이나 작은 밭에서 자기가 먹을 채소를 가꾸어 먹는 게 제일 상책이다.

본 기자도 근대(적, 청)와 상추 등을 씨앗 한 봉지(1,700원)씩 사서 심어 가꾸어 우리가 먹고 남아 여기저기 나누어 먹고 있다.

지난해에는 양배추를 14포기(모종값 2천 원) 심어 경로당에도 드리고, 숙모님과 집안 몇 어른들께 드렸더니 농사를 잘 지었다고 인사를 들었다.

농사 지을 줄 몰라 남에게 얻어 먹으면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인사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내가 가꾸어 먹을 수 있으면 그게 제일이다.

뭐든지 생기면 부담없이 이웃집과 주고 받으며 나누어 먹던 옛시절이 그립다.

 

예윤희 기자 yea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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