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포에버(forever)!
‘개콘’, 포에버(forever)!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7.03 19: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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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종영(終映)에 부쳐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프로그램이 6월 26일, 1050회로 종영하였다.

21년 동안 온 국민의 희로애락을 대변해 온 최장수 코미디프로그램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남녀노소가 같이 즐기던 공개 코미디프로그램으로서 ‘개콘’은 수많은 유행어와 레전드급의 개그들을 창조하여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고 하였다. 첫 방송부터 같이한 개그맨들이 모두 출연한 종영 방송을 보면서 시청자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나에게 개그콘서트란” 하는 질문에 개그맨들은 ‘자신’, 혹은 ‘고향’과 같은 존재라고 답변하며 아쉬움과 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었다.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서 개그는 코미디를 구성하는 요소이며, 동서양 전통극의 광대나 근대 만담가의 역할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1980년대에 개그맨들의 공개 채용으로 TV 프로그램에서 개그쇼가 활성화되면서 개그맨 스타들이 탄생하였다. 이어서 1999년 소극장 공연이 성행하면서 관객들을 초대하고 짧은 개그 코너들을 소개하는 최초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등장하여 인기몰이를 하면서 화려한 ‘개콘’ 시대가 막을 열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뒤안길에서 원로 배우들로부터 출발한 수많은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서도, ‘개콘’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에너지를 제공하여 월요병을 극복하도록 해주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고 유머와 예능감을 길러 주었다.

국제화와 다문화 시대에 걸맞게 개발된 개성이 강한 코너들은 오해의 소지도 있었지만, 장수 코너로서 인기를 누리기도 하였다. 또한 무명의 시절을 보낸 많은 개그맨과 예능인들은 ‘개콘’을 등용문(登龍門)으로 다시 데뷔하여 명성을 얻기도 하였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시청률이 20%를 상회하던 ‘개콘’이 2010년도 이후부터 점차 시청률이 줄어들면서 2015년대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지게 되었다.

종편 방송의 등장과 경연과 식도락, 여행 등 다양한 활동을 연예인들이 같이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의 도입과 발전은 일정한 세트 내에서 연출되는 ‘개콘’과 같은 코미디쇼로 부터 팬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코미디의 침체를 논하는 대담에서, 원로 코미디언은 “요즈음 애들은 코미디는 안 하고 자기네들끼리 놀고 웃고 그래” 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을 비꼬기도 하였다.

더욱이, 스마트 폰의 등장에 따라,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이 상시적으로 유튜브 등으로 남녀노소, 세대 구분없이 노출되고 있으며, 집단이기주의적인 댓글의 범람은 비판과 풍자를 주요 소재로 하는 ‘개콘’에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유사 코미디프로그램들의 명멸과 퇴출에도 불구하고 ‘개콘’이 오랫동안 높은 시청률과 인기를 누려 온 것은 공영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사실과 레전드급 선배들의 활약에 의한 전통과 역사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에 의존한 구태의연한 소재들과 우려먹기 식의 편성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외면하게 만든 요인 중의 하나였던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듯이 광속으로 변하는 요즈음 세상에서 불변하는 장르가 어디 있을까?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양쯔강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라는 뜻으로, 후배가 선배를 쫓아내는 것을 말하지만, 앞뒤 강물들이 밀고 당기면서 함께 바다로 나가는 아름다운 광경으로도 인용된다.

개그맨 선후배들이 절차탁마(切磋琢磨) 정신으로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하여 위기를 극복하여 ‘개콘’이 새롭게 거듭나기를 애청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재택근무와 같은 비대면 업무의 증가와 집밥, 배달 문화와 같은 사회적 변화와 함께 가족들이 다시 TV 앞에 모여서 웃고 즐기는 날들이 조만간 오게 되지 않을까?

‘개콘’, 포에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