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첨병, 조재구 대구시 남구청장을 만나다
코로나 극복 첨병, 조재구 대구시 남구청장을 만나다
  • 강효금ㆍ정은택 기자
  • 승인 2020.07.02 1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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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의 원천은 어머니”
명품 남구로의 변신을 꿈꾸며
시니어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조재구 남구청장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까지 과정을 설영하고 있다. 사진 정은택 기자
조재구 남구청장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까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은택 기자

 

코로나19가 대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을 때, 그 맨 앞에서 처음 본 낯선 바이러스와 싸워야 했던 곳은 대구,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전장'은 남구였다. ‘코로나’라는 말만으로도 공포에 휩싸이던 시기. 신천지 교회가 위치한 곳이라는 따가운 시선에도, 그 어느 지역보다 훌륭하게 코로나19를 극복한 조재구 남구청장을 만나 코로나 극복에 얽힌 뒷이야기와 그 이후의 계획을 들었다.

 

◆모든 것 바꿔버린 코로나19 31번 환자

-코로나19 환자가 대구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 시선이 집중된 곳이 대명동에 위치한 신천지교회였습니다. 그 지역을 담당하는 단체장으로서 어떠셨는지.

▶코로나19 31번 환자가 발생(2월 18일)하고 직감적으로 엄청난 일이 닥쳤다고 느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필수 민원 업무를 제외한 ‘행정업무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공무원이 행정 업무를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느냐는 현장의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저는 ‘지금은 전시 상황'이라는 말로 설득했습니다. 김영기 부구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현장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선제적 방역행정시스템을 구축해 나갔습니다.

- 당시에는 모든 국민이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 의약품도 의료진도 부족했고 모든 상황이 녹록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불과 12일 만에 남구의 확진자는 1천24명으로 가파른 곡선을 그렸습니다.

▶앰뷸런스도 없고 의료진도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남구청 공무원의 도움이 너무나 컸습니다. 차량도 없는 시니어들이 자력으로 선별진료소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남구청 공무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얇은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서 노인들을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선별진료소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검사가 끝나면 소독약품으로 핸들부터 차량 내부와 외부까지 꼼꼼하게 닦아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한 번의 사고도 없이 현장을 지킨 우리 직원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자가격리자가 늘어나면서 구청 주차장은 야전 사령탑으로 변했습니다. 격리 상태에 있는 시민들에게 전달할 음식물과 생필품, 의약품으로 주차장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때로 시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게시판에 불만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지만, K-방역의 중심에는 성숙한 대구 시민의 의식과 우리 공무원들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눈물의 편지’ 그 숨겨진 이야기

-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구청장께서 전한 ‘눈물의 편지’가 많은 시선을 끌었습니다.

▶ 그 일로 비난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남구가 처한 상황을 알지 못해서 생긴 일입니다. 남구는 노인 인구가 23%를 넘는 곳입니다. 거기에 재정자립도는 전국에서 꼴찌에 해당합니다. 그런 남구에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습니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병상이 부족해 입원도 하지 못하고 불안에 시달리고 있을 구민들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밤낮없이 몸을 사리지 않고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의료진, 남구청 680여 명의 공무원. 구청장으로 애가 타고 답답한 심정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남겨질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절박감에서 간절함을 담아 쓴 편지입니다.

대통령께 드린 편지 이후에 구급차와 공중보건의 등의 지원이 이루어져 그나마 숨통이 틜 수 있었습니다. 편지에 담긴 내용을 궁금해하시는데요. 편지에는 남구 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의 최대 숙원사업인 대구교통의 동맥 역할을 하는 3차 순환도로 미개통 문제를 담았습니다. 전체 25.2Km 중에서 1.4Km가 미군 부대에 가로막혀, 거기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하고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또 앞산 레포츠산업과 공동체 활성화 복지거점센터 건립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도 썼습니다. 침체한 지역 균형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저의 바람이 전해졌으면 했습니다.

- 구청장님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편지가 전해진 후에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계신 분이 소포를 보내셨습니다. 소포 안에는 마스크 25장과 손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구청장님이 흘린 눈물은 대구 시민의 눈물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눈물입니다’라는 글에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저를 이해하고 아픔을 함께해 주시는 그 정성에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어느 개인택시를 하는 기사님은 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본인도 어렵게 생활하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분이 꽁꽁 모아둔 삼백만 원을 보내주신 일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쾌유를 비는 손편지를 쓰고 있는 조재구 구청장.  사진 제공 남구청
시민들에게 쾌유를 비는 손편지를 쓰고 있는 조재구 구청장. 남구청 제공

 

◆명품 남구로의 변신

- 7월 1일로 취임한 지 2주년이 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과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해 주시죠.

▶먼저 지역 주민의 평생 학습 활성화를 목표로 3전4기의 도전 끝에 ‘2020년도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것이 떠오릅니다. 제가 직접 평생학습도시 지정을 위해 발로 뛰며 마련한 것이라 그러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구는 이번 평생학습도시 선정을 계기로 앞산을 학습자원으로 특화한 지역학 강사 양성,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미래마을 강사 양성 등 지역 사회의 모든 교육 자원을 연계하여 더불어 사는 행복한 명품 남구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더 들자면 제가 ‘민선 7기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 평가를 받은 일입니다. 무엇보다 주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 추진 과정에 있어서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구정을 구현해 왔다는 사실을 알아주신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남구 역세권 개발, 모노레일 개발, 3차 순환도로 개통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민생경제의 뿌리인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 골목상권의 기반인 소상공인 지원, 공무원이 함께하는 지역 내 소비유도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실천해 나갈 생각입니다.

 

◆시니어들이 살고 싶어 하는 남구

- 대구 남구는 노인 인구의 비중이 대구에서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시니어들을 위해 구상 중인 사업도 있으신지요.

▶작년부터 LH와 함께 노인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시원하고 안락한 주거 공간을 만들어 시니어들이 여름 석 달 동안 함께 생활하며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옆에는 도시농업을 할 수 있게 텃밭도 만들고 거기에 관상용 호박도 심어, 자연스럽게 ‘핼러윈데이’와도 이어질 수 있게 꾸몄습니다. 저는 남구를 시니어들이 와서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들어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앞산이 가진 건강함과 거기에 인적 자원, 저의 열정을 더하여 꼭 ‘행복한 남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경로당을 새로운 활기가 가득한 문화 놀이터, 치매 걱정 없는 건강 놀이터로 바꾸어 가겠습니다.

 

◆어머니를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 구청장님의 열정과 추진력이 코로나19를 극복한 원동력이 아닌가 합니다. 이번 코로나 19와 같은 극한상황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

▶제게는 아흔이 넘은 어머니가 계십니다. 매일 새벽, 정화수를 떠 놓고 아들이 바른 길을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어머니십니다. 그 어머니의 기도가 있기에 오늘 제가 있습니다. 저도 매일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 일곱 시 삼십 분이면 어머니께 전화를 드립니다. 저의 전화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매일 그 시간이면 전화기 옆을 떠나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27년 동안 하루도 전화를 거른 적이 없습니다. 매일 아침 전화기로 듣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제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제 힘의 근원은 어머니입니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 K-방역의 모범이 된 대구시 남구. 코로나19를 극복한 조재구 구청장의 열정과 뚝심, 그 밑바닥에는 ‘어머니에 대한 속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신천지 교회 주변을 합동 방역하는 남구 방재단. 코로나와의 싸움은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남구청
신천지 교회 주변을 합동 방역하는 대구시 남구 방재단. 코로나와의 싸움은 진행 중이다. 남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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