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밭에 왕대 나는 곳' 울산 십리대숲길
'왕대밭에 왕대 나는 곳' 울산 십리대숲길
  • 김정호 기자
  • 승인 2020.07.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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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대숲 길 안내판
십리대숲 길 안내판

 

울산에 십리대숲길이 있다. 초여름 갑자기 울산 국가정원에 있는 울창한 대숲길이 보고 싶어졌다. 일요일 늦은 아침을 마친 후 2시간여를 달려 울산 국가정원에 도착하였다. 국가정원 앞 청년면옥 식당에서 냉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드디어 국가정원으로 들어선다.

국가정원은 태화강변에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대단하지 않았다. 정원의 넓이는 상당하지만, 띄엄띄엄 설치된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 오밀조밀한 정겨움이란 전혀 없다. 계절이 여름이어서인가, 꽃밭 정원에는 이름 모를 보잘것없는 꽃들이 듬성듬성 피어있다.

대나무 숲
대나무 숲

 

바로 십리대숲으로 향한다. 입구부터 울창한 대숲에 매료되어 강한 호기심을 가져온다. 여러 곳에서 대숲을 보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웅장한 자태로 하늘을 덮고 있는 왕대 숲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숲 터널
대나무 숲 터널

 

십리길이라고 했다. 능히 십리(4km)가 될 듯하다. 대숲 중앙으로 잘 조성된 길이 대숲 터널을 만들고 있다. 천천히 길을 따라 걸으며 대나무 향기에 취해본다.

하늘을 덮은 대나무 숲
하늘을 덮은 대나무 숲

 

이 대나무 숲은 어제오늘 갑자기 조성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고려 시대 문장가인 김극기의 태화루 시(詩)에 모습이 기록되어 있고 18세기 울산 최초의 읍지인 ‘화성지’에도 기록이 남아있다.

왕대 죽순
왕대 죽순

 

끝동부리 굵기가 능히 15cm는 될성부른 대나무들이 울창하게 십리 길에 펼쳐져 있다. 숲이 장관이다. 역시 명불허전임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숲 길
대나무 숲 길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느냐며 많은 영웅호걸이 분기탱천하여 일어섰지만,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다. 무지렁이 졸대 같은 민초들이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일어남은 인간의 역사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역시 왕대밭에 왕대 나는 법이다. 왕대밭에서 새로 돋아나는 죽순의 위용도 대단하다. 몸피 불리기는 하지 않고 키 자람만 한다는 대나무의 습성대로 땅에서 솟아오르는 죽순의 위용도 대단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울창한 대숲이 땀을 식혀준다. 이곳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에는 더 없이 안성맞춤인 곳이다. 많은 사람이 대숲을 거닐고 쉼터에서 기분좋게 힐링하고 있다.

맹종죽 군락지
맹종죽 군락지

 

십리대숲길에는 전설이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비롯하여 ‘효자 맹종’의 이야기도 있다. 잘 가꾸어진 대숲 길을 한 바퀴 돌고 나오는 길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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