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에세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인문 에세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6.30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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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서평
경북대학교 구내서점. 정신교 기자
경북대학교 구내서점. 정신교 기자

구내식당이 캠퍼스 내에 몇 군데 있다. 수년 전부터 연구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기도 해서 가끔 구내서점에 들러 시간을 보낸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대중가요 같은 이름에 끌려서, 꺼내 들고 몇 줄 읽어보다가 구입해서 오랜만에 필사도 하면서 완독하고 아내에게도 권했다.

저자 정채찬(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은 이미 ‘시를 잊은 그대에게’로 전공 서적과 잡 헌팅에 목매단 수많은 이공계 학생들을 울린 바 있다. 또한 TV와 라디오 방송과 강연회 등을 통하여 대중들의 시를 통한 공감과 소통, 치유에 노력하고 있다.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며, 시인들과 저의 바람입니다.’,

본 저서 ‘시작하며’에서

정재찬 교수의 시 강의는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의 7장으로 구성되어 진행되며, 각 장은 다시 2개의 절로 이루어진다. 내리막길에서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니어들의 인생이 아름다운 시어로 다시 태어난다. 그는 독자로 하여금 강의를 듣는 듯 느끼도록 차분하고 담담하게, 진중한 구어체로, 시를 이정표 삼아 인생길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가 펼치는 열네 번의 강의는 박목월, 신경림, 이성복, 황동규, 문정희 등의 60여 편의 주옥같은 시와 영화나 가요 등의 대중문화 장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가득하다. 이문세의 <옛사랑>, <어린 왕자>, 알랭 드 보통 등의 소설들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배우고, 방탄소년단의 <페르소나>나 영화 <기생충>등의 트렌드를 통해서 우리들 내면을 관찰하고 <청산별곡>과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고독의 가치를 음미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다.

공부

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끓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중략)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본 저서 ‘4장 배움’ 중에서

물리학자는 우주의 시인이다. 우주를 단 한 줄의 수식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정재찬은 시의 물리학자다. 시의 정수를 아름답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글에는 물리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현실을 사는 보통사람의 모습이다. 나는 그의 글에서 인간이라는 작은 우주를 느낀다.

― 김상욱(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떨림과 울림》 저자)

저자는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여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시를 잊은 그대에게》, 《그대를 듣는다》, 《현대시의 이념과 논리》, 《문학교육의 사회학을 위하여》, 《문학교육의 현상과 인식》등이 있다.

  • 출판사: 인플루엔셜 https://www.influential.co.kr/
  • 출간일: 2020년 2월 25일
  • 값 : 16,000원, 356 페이지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표지. 출판사 제공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표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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