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니체의 르상티망과 노예도덕
(34) 니체의 르상티망과 노예도덕
  • 김영조 기자
  • 승인 2020.06.30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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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도덕에서 벗어나 주인도덕의 입장에서 당당하게 상대의 우수성과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도전하고 노력하는 길이 르상티망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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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가 높다거나 재산이 많다는 것과 같이 다른 사람이 성공한 것을 보는 경우 인간의 심리에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작용한다.

하나는 그 사람이 능력이 있거나 노력을 하여 성공한 것이라고 인정하며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의 능력과 노력을 일체 인정하지 않고 그저 운이 좋았다거나 부정을 저질러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폄훼하면서 시기하는 감정이다.

전자가 긍정적이고 적극적 사고, 강자(强者), 승자(勝者)의 도덕 감정이라면 후자는 부정적이고 소극적 사고, 약자(弱者), 패자(敗者)의 도덕 감정이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는 약자가 강자에 대해 가지는 질투, 원한, 열등감 등의 감정인 시기심을 르상티망(ressentiment)이라고 명명하였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시험에 불합격하였거나 노력을 하지 않아 돈을 벌지 못하였으면서도 마치 다른 사람들은 부정을 저지르거나 행운이 따라 성공한 것이라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니체는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 “가난한 자가 천국에 간다는 말도 르상티망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난한 자가 부자를 시기하고 질투하여 부자는 악한 존재이고 가난한 자는 선한 존재라는 심리가 근저에 깔려있다는 뜻이다.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 위키 백과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 위키 백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가 평등 원칙을 근거로 사회주의 이론을 제창했을 때 많은 노동자와 젊은이들이 이에 유혹되어 평등의 구호를 외치며 사회주의 혁명 대열에 동참한 것도 르상티망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갖지 못한 자에게 가진 자는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악의 존재이며 분노와 원망의 대상이자 타도의 대상이었다.

최근에는 기업 경영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르상티망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형편상 값비싼 명품 시계나 가방을 소유할 수 없는 자들에게 자유평등이라는 시기심을 자극하여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값비싼 명품을 소유한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자들도 명품을 소유할 자유가 있고,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부자와 평등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시기심을 자극하고 이용한 전략이다.

르상티망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은 부족하거나 잘못한 것이 없고 그저 선한 존재일 뿐이며, 타인은 많은 잘못을 저지른 악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좋게 말하면 자기합리화, 나쁘게 말하면 핑계나 변명으로 자신을 옹호한다.

르상티망 사고의 위험은 자신에 대해 냉소적이고 자기자포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어 패배주의와 허무주의로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상대를 질투·비난하고, 자신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좌절감에 젖어 신()이나 행운의 힘을 바라게 된다.

인도 뉴델리와 미국 실리콘밸리가 4차 산업혁명의 경쟁을 펼쳤지만 미국이 앞선 것은 르상티망을 극복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인도는 자신의 약점을 기도와 내세에 의존한 반면 미국은 자기보다 우수한 상대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는 것이다. 아마존 창설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부러우면 베조스를 이기면 된다는 것이 미국의 사고방식이다.

제프 베조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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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르상티망이 노예도덕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약자인 노예는 어떤 일을 하지 못한 경우 스스로 극복하려고 하지 않고 좌절감에 빠져 상상 속에서 복수를 구상한다. 그리고 자신과 대립적인 것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를 악한 존재, 부정의 대상으로 삼는다. 유대인들이 나치의 악행에 맞서 힘을 키우고 싸우는 대신 나치는 악한 존재이고 자신들은 선한 존재라고 치부하는데 그친 것도 노예도덕 방식이다. 명품 가방을 갖고 싶은 사람이 열심히 일하여 돈을 모을 생각을 하지 않고 상대를 비난하고 부정하는 것도 노예도덕이다. 니체는 노예 도덕과 반대로 주인도덕은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긍정하는 데에서 성장한다고 하였다.

애플이 휴대폰을 먼저 개발하였지만 후발 주자인 삼성이 좌절감에 빠지거나 자포자기하지 않고 약점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애플과 대등한 경쟁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도 주인도덕을 가졌기 때문이다.

개인과 조직과 국가 사이에는 항상 우열이 있고 강자와 약자가 있기 마련이다. 열등하거나 약한 자의 입장에서 우수하고 강한 자가 부럽고 시기심인 르상티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르상티망을 극복하는 방법에 있어 분노하거나 좌절하고 시기하고만 있어서는 르상티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예도덕에서 벗어나 주인도덕의 입장에서 당당하게 상대의 우수성과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도전하고 노력하는 길이 르상티망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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