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떠나지 않는다" 집에서 즐기는 홈캉스
"우린 떠나지 않는다" 집에서 즐기는 홈캉스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0.07.0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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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바캉스를 떠나는 휴가철이 다가왔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되었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다가오는 휴가 시즌,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바캉스 트렌드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멀리 바다나 계곡을 찾던 예전과는 달리 도심 속 가까운 호텔을 찾는 '호캉스' (hocance)족도 늘 것으로 보인다.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책과 영화를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겠다며 홈캉스족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다. '홈캉스'란 집을 뜻하는 'home'과 휴가를 의미하는 'vacance'가 합쳐진 신조어로 2015년에 등장했다. 북적이는 관광지 대신 집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대구 남구 대명동 홈플러스에서 만난 이혜영 씨(대구 남구 대명동)도 홈캉스족이었다. 텐트를 사러 왔다는 이 씨는 "지난해까지 휴가라고 멀리 나가봤지만 차 안에 갇혀 있거나 비행기를 타는 것부터가 스트레스였다"며 올해는 조용히 집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휴가를 즐기기도 전에 심신이 지쳐버려 어렵게 받은 휴가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충전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방전이 되는 수가 있어요. 작년에는 피서객이 몰리는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바가지 요금으로 마음만 불편했습니다. 올해는 집에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맛있는 요리를 즐기며 못 본 영화들을 정주행할 생각입니다." 

텐트를 사는 이유에 대해 이 씨는 "홈캉스도 분위기 연출은 필요하다"며 집에서 보낼 휴가 계획을 얘기하며 즐거워했다.

이 씨는 집에서 즐기게 될 홈캉스를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집에서도 포인트 주기 아이템으로 분위기는 얼마든지 낼 수 있어요. 캠핑용품은 야외에서만 사용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그것을 적시적소에 활용하면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어요. 베란다나 옥상, 거실에 빈 자리가 있다면 작은 텐트를 쳐도 좋아요. 그리고 캠핑의자와 낮은 사이드테이블을 놓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나 맥주를 마셔도 색다른 분위기가 나지요. 바다나 야자수 그림이 그려진 액자를 벽면에 걸어 두는 것, 잎이 무성한 나무를 화분 째 실내로 옮겨 놓으면 숲 속에 온 듯 쾌적한 공간 연출이 된답니다."

실제 어느 시장조사 전문기업에서 최근 전국 19~59세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름휴가에 여행을 가야 한다는 사람들이 42%이고, 여행을 가지 않아도 좋다는 사람들이 53.2%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휴가 때 여행을 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성수기 인파와 바가지 요금에 대한 거부감을 꼽았고, 다음은 여행을 다녀 오면 더 피곤할 것 같다는 응답도 30%로 적지 않았다. 

기상청은 올 2020년 7월 말 이후 장마가 끝나면, 전국이 찜통더위에 들어 갈 것이라고 예보했다. 폭염 일수는 평년보다 다소 길어질 것이라고 한다. 과거 '집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말은 '휴가를 가지 않는다'는 다른 말이었으나 최근의 '홈캉스'는 구체적인 휴가 계획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홈루덴스족이란 새로운 용어를 보면 집을 뜻하는 '홈(home)'과 놀이를 뜻하는 '루덴스(ludens)'를 합친 자신의 주거공간에서 휴가를 즐기는 이들을 가르키는 최근의 신조어이다. 

코로나19로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다. 올 여름 가까운 산과 바다도 좋지만, 부담없이 집에서 '놀고 먹고 보고 자고,가 자유로운 '홈루덴스족'이 되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