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제 생활의 일부입니다" 헌혈왕 양종균 씨
"헌혈은 제 생활의 일부입니다" 헌혈왕 양종균 씨
  • 권오섭 기자
  • 승인 2020.06.2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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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기록 265회, 전산집계 전 합치면 350여 회 헌혈
헌혈정년으로 할 수 없어 아쉬움
'건강과 봉사' 一石二鳥
양종균 씨가 보관 중인 헌혈 유공장, 200회 기념패와  헌혈결과서. 권오섭 기자
양종균 씨가 보관 중인 헌혈 유공장, 200회 기념패와 헌혈결과서. 권오섭 기자

“사실 젊었을 때는 건강하기 때문에 헌혈했고 지난해까지는 역설적이긴 하지만 헌혈하기 위해 건강을 챙겼습니다. 이제는 건강한 인생 2모작을 위해 챙기겠습니다.”

전산누적 헌혈 횟수 265회, 전산화되기 전 헌혈을 합치면 350회 전후가 된다는 양종균 씨(남·70·대구 수성구 들안로14길)!

양 씨는 올해 1월 12일 265회 성분(혈장)헌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은 헌혈을 할 수 없다. 마음은 늘 청춘이지만 헌혈 정년(만69세)에 해당되었다.

양 씨가 처음 헌혈을 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고등학교 1학년(1966년·대구고) 때 JRC(지금은 RCY로 통합) 활동을 하던 중 응급처치요원 양성 교육을 받았습니다. ‘한 방울의 혈액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헌혈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강사님의 열정적인 강의를 들었지요. 강의에 감명 받아 교육받던 단원들 모두가 단체 헌혈을 한 덕분에 전교 조회시간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칭찬까지 받았습니다.”

양 씨는 적십사 활동을 하면서 계기가 있을 때마다 헌혈을 해왔지만, 대학교 졸업 후 직업군인(ROTC 11기)으로 근무하다 보니 헌혈할 기회가 자주 없었다고 한다. 항상 헌혈이라는 단어는 가슴속에 있었기에 서울 등 도심으로 외출 시 헌혈차량을 보면 헌혈을 해왔다. 그러나 주기적인 헌혈은 15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제2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전혈 외 혈소판이나 혈장헌혈인 성분헌혈이 가능하여 지난 시절보다 최근 20여 년 동안의 헌혈 횟수가 더 많았다는 양 씨.

헌혈 정년을 맞아 마지막 헌혈 결과서. 권오섭 기자
헌혈 정년(만69세)을 맞아 받은 마지막 헌혈 결과서. 권오섭 기자

1970년대 중 후반까지만 해도 지금같이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이 혈액관리를 통합하는 체계가 아니었다. 민중혈액원이라는 민간(?)기관의 헌혈차량이 서울역 등 도심에 가끔 눈에 띌 뿐 헌혈이라는 말 자체가 보편화 되어 있지 않던 시절이었다. 일반 민간병원에서는 매혈이 암묵적으로 성행했다. 그리고 혈액이 부족하여 생명이 위험하다는 TV나 라디오뉴스로 종종 접했다며 양 씨는 지난 시절 헌혈에 대하여 기억하고 있다.

양 씨는 혈액이 필요하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그때까지 헌혈한 증서를 주변에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곤 했다.

양 씨는 50회 이상 헌혈자에게 수여하는 유공금장과 150회 이상 헌혈자에게 부여하는 헌혈 명예의 전당 레드카페에도 등재됐다. 또 헌혈에 동참해 받은 헌혈증서는 백혈병 환자 등 수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모두 기증해 생명사랑을 실천했다.

지난 1월 12일 마지막 헌혈모습. 양종균 씨 제공
지난 1월 12일 마지막 헌혈모습. 양종균 씨 제공

양 씨는 “헌혈증은 단순히 헌혈을 했다는 증명서로서의 용도가 아니라 헌혈을 한다는 의지의 표시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350여 회 헌혈(1980년대 초반까지 헌혈기록을 찾을 수 없어 공식 헌혈기록은 265회)을 하였으나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하다보니 지니고 있는 헌혈증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양 씨는 “늘 자신에게 당장 필요 없는 헌혈증으로 절실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기에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고 강조한다.

양 씨는 2004년 근로복지공단 주최 ‘근로자 문화예술제’ 콩트부문 입선과 2015년 계간지 ‘글의 세계’ 콩트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후 ‘글의 세계’에 콩트를 연재해 왔으며 2018년 콩트집 '하늘에서의 역사기행' 1,2권(좋은땅)을 출간했다. 올해는 생활글인 ‘허튼 글, 허튼 소리, 그러나....(가제)’를 출간할 예정으로 마지막 원고를 다듬고 있다.

양 씨는 “불의의 사고 발생 시 헌혈자가 줄을 잇는 것도 보기가 좋지만, 평소에 헌혈의 집이나 헌혈버스에 줄을 서는 풍경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며 “올해 초에는 코로나19로 헌혈자가 많이 줄었다는 뉴스를 보고 많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지금은 헌혈이 봉사활동 점수의 큰 몫으로 인정받기 때문인지 몰라도 예전과 달리 학생들을 비롯한 성인들로 붐비고 있어 어쨌든 보기가 좋았다”며 마지막 헌혈 당시의 모습을 떠올렸다.

양 씨는 “수 년 전 미국의 하버드 의과대학이 성적은 우수하나 헌혈을 하지 않은 우리나라 학생을 불합격시킨 사례가 있다“며 ”봉사활동이나 헌혈 등 타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 문제라는 답변을 듣고 할 말을 잃은바 있었다“고 기억했다.

적십자 헌혈유공장. 권오섭 기자
적십자 헌혈유공장. 권오섭 기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60을 넘긴 나이에도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양 씨에게 부인과 자녀, 주변사람들은 건강이 염려된다며 그만하라고 말하지만 헌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며 그들의 말을 일축했다,

양 씨는 “젊은 시절에는 건강하기 때문에 헌혈했고, 나이가 들수록 역설적이지만 헌혈하기 위해 건강을 챙겨왔는데 이제는 헌혈 정년(만 69세)이 넘어 헌혈을 할 수 없어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밖에 없다”며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건강하지 않으면 헌혈을 할 수 없습니다. 헌혈을 하면 결과검진표를 통해 자기 스스로 몸의 상태를 체크하며 음주를 절제한다든지 운동을 하는 등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며 “헌혈을 하면 봉사시간 인정과 제공하는 문화상품권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책을 구입해 본다든지 영화관람 등의 문화생활을 함으로서 정신적인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말한다.

정기적인 헌혈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봉사’라는 거창한 명분보다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헌혈을 동참하자. '건강과 봉사'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닐까요?

양 씨가 지금까지 헌혈에 경험을 함께 나누며 금방이라도 가까운 헌혈의 집이나 버스로 달려가 헌혈에 동참하려는 마음으로 헌혈에 대한 철학은 확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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