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 섶다리'에서 전통 장례행렬을 재현하다
안동 '하회마을 섶다리'에서 전통 장례행렬을 재현하다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06.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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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내고 싶은 모양이다.
동분서주로 헤매다가 또 혼자 죽어서 저승길에 홀로 든다.
오는 6월 27일(토, 음력 5월 7일)을 맞아 이틀 늦은 단오절 행사가 푸짐하게 열릴 예정이다.
상여재현행사가 섶다리를 건너 옥연정사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상여 재현 행렬이 섶다리를 건너 옥연정사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6월 20일(토) 안동 하회마을에서 새로이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황토 흙이 누렇게 빛을 발하는 섶다리(섶나무를 엮어서 만들어 놓은 다리) 위로 건들건들 꽃상여가 지난다. 오색 색종이로 만든 꽃과 장식이지만 바람결에 나부끼는 모습이 근심 걱정을 잊은 듯 아름답다.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서 꾸역꾸역 따르는 상주의 눈에 눈물 방울이 고일 만도 한데 그저 무덤덤하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다가 숨이 끊어져 죽음(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일반용어)을 맞으면 마지막으로 타는 것이 상여(사람의 시체를 실어서 묘지까지 나르는 도구)다. 우주에서 생명을 가진 것들이라면 순서에 관계없이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는다. 예고된 죽음이든 불식간에 찾아온 죽음이든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죽음 앞에서 인연의 끈이 끊어진 사람들은 슬픔과 비통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내고 싶은 모양이다.

하회탈춤놀이 중 부네가 등장하여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원선 기자
하회탈춤놀이 중 부네가 등장하여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원선 기자

돈이 많아 손에 쥐고 갈수 있을까? 재산이 많아 짊어 질수가 있을까? 목숨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 함께할 수 있을까? 길이 있어 가는지,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지, 뒤돌아보지 못하고 떠나는 길이 죽음의 길이다.

이를 두고 신라시대 유명한 고승 부설거사(浮雪居士)는 사부시(四浮詩)에서 생의 허무를 아래와 같이 노래했다.

妻子眷屬 森如竹(처자권속 삼여죽) 권속들이 대밭처럼 빽빽하게 많고

金銀玉帛 積似邱(금은옥백 적사구) 금은 비단이 언덕처럼 쌓였지만

臨終獨自 孤魂逝(임종독자 고혼서) 인생 마지막 외로운 혼 되어 떠나니

思量也是 虛浮浮(사량야시 허부부) 생각하면 할수록 허망하지 아니한가?

결국 인생길은 분주한 듯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늘 혼자인 것이다. 아버님 전 뼈를 빌고 어머님 전 살을 빌어 뱃속에서 열 달을 살다가 세상에 태어나 생을 이어가기 위해서 동분서주로 헤매다가 또 혼자 죽어서 저승길에 홀로 드는 것이다.

마을어르신이 요즘은 보기가 힘들다며 정통복장을 갖추고 포즈를 취하신다. 이원선 기자
마을 어르신이 요즘은 보기가 힘들다며 전통 복장을 갖추고 포즈를 취하신다. 이원선 기자

길잡이가 앞장을 서고 그 뒤를 만장[輓章: 고인의 공덕을 칭송하거나 죽음을 애도하여 지은 글. 또는 그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기(旗)처럼 만든 것]이 줄지어 펄럭인다. 마을의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주를 이룬 때문인지 근력이 달려서 만장의 기다란 장대가 삐뚤삐뚤 두서없이 움직인다. 일목요연보다는 듬성듬성한 모양새가 오히려 정감이 든다. 이어 요여(腰輿: 시체를 묻은 뒤에 혼백과 신주를 모시고 돌아오는 작은 가마. 일명 혼백상자)를 앞세우고 꽃상여가 상두꾼들의 어깨의 힘을 빌려 흔들흔들 옮겨 닿고 이를 놓칠 세라 상주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꾸역꾸역 줄을 잇는다.

꽃가마 앞에서는 쇳소리로 부딪치는 요령이 딸랑거리고 천연덕스러운 상엿소리(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구슬픈 소리)가 구경꾼들의 애간장을 쓰다듬어 없는 슬픔일 망정 애상에 젖어들게 한다.

앞소리꾼이 메기는 상엿소리가 낙동강을 건반으로 삼고 부용대를 무대로 삼아 카랑카랑 울려 퍼진다. 언제 들어봐도 슬픈 곡조다. 유족이 아니라도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온다.

“간다간다. 떠나간다./ 만당 같은 집을 두고/ 부모처자 이별하고/ 어제까지 울 너머로/ 자고 나니 허망하네!/ 명정장포 앞세우고/ 구사당에 하직하고/ 한 번 가면 못 오는 길/ 성분독촉 사고종신/ 이승을 하직하고/ 문전옥답 다 버리고/ 저승으로 나는 가네!/ 세상 얘기 하던 분이/ 베옷 입고 꽃신 신고/ 황천길로 떠나가네!/ 신사 당에 허베하고/ 황천길이 웬 말인가?”

후렴으로 상여꾼들이 이구동성 이어받는 “어허~어~~헤 어러리 넘차 어~~헤”란 상엿소리가 오히려 더 슬픈 것 같다. 후렴은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필수적인 추임새다.

병산서원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 촬영에 열중이다. 이원선 기자
병산서원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 촬영에 열중이다. 이원선 기자

그런데 많은 관람객들이 방천 둑과 옥연정사 주위에서 지켜보지만 그렇게 슬퍼보이지가 않아 보인다. 이는 장례행렬에 참석 중인 상두꾼들이나 상주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즐기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의 장례행렬은 재현행사로 일종의 퍼포먼스다. 내 선조가 타고 할아버지가 탔을 상여라 어필하며 잊혀져가는 기억을 일깨우고 있는 중이다.

하회마을 앞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섶다리가 완공된지도 근 달포에 가까워지고 있다. 예년에 따르면 진즉에 광고를 하는 등 크게 행사를 치렀을 테지만 금년은 ‘코로나19’로 인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치러지고 있는 것이다. 다분히 관광객들도 적어 보인다. 섶다리 또한 그동안 배로 맞은 편으로 오고 갔다면 당국의 운항중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것이다. 눈 앞으로 옥연정사와 화천서원, 부용대를 두고 몇 리를 빙글빙글 돌아서 가자니 이 또한 못할 짓이다. 장마가 도착하면 무용지물이지만 당장은 아쉬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는 6월 27일(토, 음력 5월 7일)을 맞아 이틀 늦은 단오절 행사로 하회마을에서는 세시풍속으로 그네뛰기, 창포머리 감기, 떡메치기, 민요행사. 전통혼례시연 후 섶다리 건너기(전통혼례 팀 가마 행렬이 품물패와 함께 섶다리 건너기) 오후 2시에는 탈춤공연 등등으로 행사를 계획하여 공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월영교 야경이 아름답다. 이원선 기자
월영교 야경이 아름답다. 이원선 기자

특별한 나들이 계획이 없다면 찾아가서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곳 역시 입구에서부터 ‘코로나19’의 방역에는 철저하게 대처를 하고 있어서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모든 비용은 매표소에서 구입하는 입장권에 포함(섶다리 건너기도 마찬가지)되어 추가비용은 없다. 추천할 음식으로는 안동찜닭과 안동 간고등어 정식이다. 연계해서 병산서원과 봉정사, 월영교 야경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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