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삭줍기
(10) 이삭줍기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0.06.2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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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양파 등 크기가 작은 것은 버리는 농가
이삭을 주워 크기는 작아도 먹기는 그만임
그냥 두면 식물 자람에 지장이라 서로가 좋음

얼마전에 마늘 수확이 끝나고 지금은 양파 수확이 한창이다.

캔 양파를 20자루씩 쌓아두는데 주위에 작은 양파 즉 이삭이 많이 보인다.  예윤희 기자
캔 양파를 20자루씩 쌓아두는데 주위에 작은 양파 즉 이삭이 군데군데 보인다. 예윤희 기자

농사를 짓는 농가에서는 하나라도 남김없이 모두다 거두어 팔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인건비가 너무 비싸서 팔아봐야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니 인부를 구하지 않고 농작물을 거둘 때 상품 가치가 적은 것들은 그냥 버린다.

귀촌해 보니 이렇게 버린 마늘이나 양파를 줍는 이삭줍기 재미가 쏠쏠하다.

이맘때쯤이면 이삭을 주우려고 차를 타고 와서 논둑에 기다리는 도시 사람들도 눈에 띈다.

주인이 큰 것들만 자루에 담으면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논에 들어가 작은 것들을 가지고 온 자루에 주워 담는다. 상품 가치는 없지만 먹기에는 알맞은 크기이다.

주인 입장에서도 그냥 두고 논을 갈아 모내기를 하면 둥둥 떠 다니면서 썩으면 보기에도 안 좋고 벼가 자라는 데 지장을 준다고 한다. 그러니 작은 것들이라도 주워 가면 벼농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본 이장도 어제 아침에 마을 노인자원봉사클럽 어르신들과 함께 새마을지도자 양파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작은 양파를 주워가도 된다고 해서 우리가 먹을 만큼 주워 왔다.

대전2리 노인자원봉사클럽 일손돕기.  예윤희 기자
대전2리 노인자원봉사클럽 일손돕기. 예윤희 기자
일손돕기를 하는 대전2리 어르신들.  예윤희 기자
일손돕기를 하는 대전2리 어르신들. 예윤희 기자

예전에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바쁜 농사철이 되면 시골 학교에서는 가정실습을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린 동생을 돌보거나 고사리 손이지만 새참을 갖다 나르거나 다른 일손을 도와야 했다. 학교에서도 바쁜 농사철에는 결석이나 조퇴를 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 임시 휴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바로 가정실습이다. 그리고 숙제로 이삭줍기를 해오라고 한다.

가정실습을 마치고 학교에 갈때는 여름에는 보리 이삭 2되씩, 가을 벼수확철에는 벼 2되씩을 가지고 간다. 학생들이 줍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손을 도운 대가로 어른들이 집에 있는 곡식을 담아 준다. 바쁜 농사일을 도우는 대신 학교에서도 수입을 잡는다.

그 당시 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교에서는 가정실습을 해주는 대신 이삭 얼마씩을 거두어 학교 살림에 보태곤 했다. 내가 다닌 학교는 2되이지만 학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양파를 심지 않아 양파 이삭을 주워 올해 양파 걱정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공짜가 아니네!

오후에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니 양파주인에게서 전화가 온다.

집안 아재가 혼자 비닐을 덮는데 좀 도와달라고 한다!

면소재지에 있다가 옷 갈아 입을 시간도 없어 바로 밭으로 가서 같이 비닐을 덮는데 도와주었다.

비를 맞지 않도록 비닐 덮기.  예윤희 기자
비를 맞지 않도록 비닐 덮기. 예윤희 기자

 

그랬더니 옷은 비에 젖고 흙이 묻고 신발도 흙이 묻어 엉망이 되었다.

'아! 공짜는 없구나!'

이삭으로 주운 양파가 양이 많아  옷과 신발을 버리고 비를 맞았지만 행복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참고> 시골에 살면 마늘, 양파, 고추, 자두, 복숭아 등 주인이 남긴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상품 가치는 조금 떨어지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이라 이삭 줍기는 재미있는 시골 생활이 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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