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성급한 처용가 해석
[유머] 성급한 처용가 해석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0.06.25 22: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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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니다가/들어와 잠자리를 보니/가랑이가 넷이도다./둘은 나의 것이었고/둘은 누구의 것인가?/본디 내 것이지마는/빼앗긴 것을 어찌하리오?”
악학궤범에 그려진 처용의 모습
악학궤범에 그려진 처용의 모습

여고 동창 모임을 끝내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침실 방문을 열어보니 이불 아래로 발이 네 개다.

“아! 이게 바로 신라 처용의 처용가(處容歌)와 같은 상황이구먼!! 이 남자가 간땡이가 붓더니 아주 그냥 미쳐 버렸네”

나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신발장 옆에 세워둔 남편의 골프채를 들고 안방으로 돌아와 있는 힘을 다해서 이불을 마구마구 내리쳤다.

분풀이 후, 땀을 훔치며 냉수라도 마시려고 주방으로 갔더니 아니?

남편이 식탁에 앉아 이어폰 낀 채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전혀 의외 상황에 당황한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이제 왔어? 그런데 웬 땀을 그렇게 흘리는 거야. 장인 장모님께서 갑자기 오셔서 침실을 내 드렸는데, 당신! 인사는 드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