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一場春夢)
일장춘몽(一場春夢)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6.24 17: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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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통일 로드맵’을 만들자

북한이 남한과의 모든 통신 연락 수단을 차단하고, 지은 지 2년도 채 안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였다. 그리고 북한의 고위 관료가 “북남 간에 있었던 모든 일은 일장춘몽으로 여기면 그만이다” 라고 하며 앞으로 남북 교류 협력이 불가할 것으로 밝혔다. 아마 그동안 남한과 북한이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목표로 장기간 추진해 온 일들이 중도에 무산된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로 결론지어진 남북교류협력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지 않을까? 같은 땅덩어리에서 같은 민족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한자리에서 앉았으니, 결과는 뻔할 뻔자가 아닌가? 애초에 남북교류를 시작한 저들의 목표는 우리와 같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체제 보장과 정권의 유지에 있었을 것이다.

사물이 태동하고 사람도 원기왕성하게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봄날, 책상머리 단잠에서 깨어나면 얼마나 아쉬울까? 이렇듯 아쉽고도 좋았던 순간을 빗대어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하며 덧없는 인생살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당나라 시인 소식(蘇軾, 東坡, 1037~1101)이 낙향하여 표주박을 메고 어슬렁거리는데, 웬 노파가 혀를 차며, “지난 날 부귀영화가 한낱 꿈에 지나지 않구나.” 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비슷한 말로 남가일몽(南柯一夢) 등이 있다. 한편으로는 별다른 준비와 계획이 없이 일을 도모하여 그르쳤을 때를 이르기도 한다.

2018년 4월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도보다리에서 온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두 정상은 형제처럼 다정하게 웃으며 ‘한반도 평화체재 구축 로드맵’을 의논하였다. 이에 국민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통일이 달성된 것처럼 기뻐하고 즐거워하였다.

당시에 ‘동상이몽의 도보다리 회담이 일장춘몽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우(杞憂)를 비망록에 적어 보았다.

북미회담이 거듭되면서, 궁극적으로는 비핵화에 대한 눈높이의 차이점을 서로가 인식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개념도 서로 간에 공감하지 못하면서 로드 맵의 구축 작업은 명약관화, 물거품이 되었다. 더구나 코로나19 감염증의 세계적인 발발은 북한의 경제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였으며, 지도자의 건강 문제 등의 내부적인 요인들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벼랑 끝 전술로 남한과 미국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어서 봉쇄와 제재 조치의 완화와 경제적인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

그동안 대북 외교와 한반도 평화를 외교 정책의 주요 아젠다로 추진해 온 정부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차제에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미봉책으로 북한을 회유하지 말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반도 평화 통일 로드맵'을 범국민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기를 촉구한다.

하나의 봄(갤럭시 노트로 작성). 정신교 기자
하나의 봄 정신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