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간 잠자던 내방가사 '학지가' 다시 나래를 펴다
83년간 잠자던 내방가사 '학지가' 다시 나래를 펴다
  • 김영근 기자
  • 승인 2020.06.21 21: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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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거역사 문화 연구회 내방가사 발표회

대구 칠곡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팔거역사문화연구회(회장 배석운)는 6월 21일 오전 10시 30분 칠곡향교 양현당에서 이두복 사무국장의 사회로 유화당 '범국회'와 내방가사 '학지가' 발표회를 했다.

배 회장은 인사말에서 “내방가사의 새 주제로 돈암동의 큰 주제 강이 열리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배석운 회장이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배석운 회장이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학지가에는 계여사, 입독가, 권학가, 학지가, 사녀가 다섯 편의 가사가 실려 있다. 미발표 가사집 한 권 해제는 한글은 권숙희(시인, 대구여성박약회 내방가사반 회장) 씨가 풀이하고 고사가 인용된 부분은 내방가사반 장향규, 이홍자 두 선생과 경일대학교 이원균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발표는 권 회장이 하고, 다섯 편의 가사 낭송은 계여사-조명자, 입독가-이홍자, 권학가-장향규, 학지가-김화자, 사녀가-권숙희 씨 등 대구 여성 박약회원이 전통 방식으로 읽었다. 대구여성박약회 내방가사반은 대구에서 내방가사를 공부하는 유일한 동아리이다.

내방가사는 조선 말 안동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방 반가의 여인들이 즐기던 한글문학이다. 주로 4.4조의 운율을 따르며 한지 두루마리에 써서 소리 내어 읽었다. 과거에는 규방가사로 불렸으며 현재는 대체로 내방가사로 통일해서 부르지만 직접 읽고 쓰는 분들은 ‘가사’로 불렀다.

시집가는 딸의 신행 짐에 넣어 간 가사 두루마리는 주로 영남지방의 혼맥에 의해 퍼져 나갔으나 학교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권숙희 회장이 내방가사 시녀가를 낭송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권숙희 회장이 내방가사 사녀가를 낭송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내방가사는 세계에서 유일한 여성 집단문학으로 한글을 꾸준히 사용했다. 한글 변천사의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추진 중인 소중한 자료로 6천 편 이상이 전해지고 있다. 요즈음은 극소수의 향유층이 계승·보존·발전에 힘쓰는 중이다.

내방가사는 고사가 많이 인용되고 지역 풍속과 지형·지세 인물 등이 많이 거론되며 지역 방언으로 쓴 글이다. 해제하기 위해서는 고어체 한글과 한문, 역사 중국 고사 등을 두루 알아야 한다.

학지가는 인천이씨 유화당 권기순 종부가 신행 올 때 가져와 소장하던 가사집으로 5편의 미발표 가사가 실려 있다. 내방가사를 즐기던 세대가 점점 사라지면서 이제는 이 가사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에 권 회장이 지난 겨울 가사를 두 달 동안 해제하여 풀이하여 이날 발표했다.

학지가는 병자(1936)년 영천시 화산면 학지마을 고 권영식(權寧植 1889~1954) 선생이 초를 잡고 불러주는 글을 맏며느리인 화재 선생 후손 심동 부인이 받아 적은 것으로 빼어난 문장과 수려한 필체가 돋보인다. 당시는 집안 여인들이 필사하여 즐겨 읽었다고 전해지나 이제는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학지마을의 유래는 마을 앞 숲에 학이 많이 살아서 불린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도로가 생겨서 숲이 사라지고 없다. 안동권씨 집성촌으로 학지가에 100여 가구 대촌이라 소개한다. 마을 앞 보현천에는 지금도 학 한 마리가 옛 영화를 이야기하듯 여유롭게 놀고 있다고 한다.

팔거역사문화연구회 배석운 회장은 “내방가사는 안방 문학이다. 개방의 시대에 문밖에서 활용하도록 개선·발전하는데 팔거역사 문화 연구회가 주관하고 있다. 잊힌 그것을 노인들이 우리 문화로 향수를 느끼게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이번 발표로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 중인 내방가사에 관한 일반인의 관심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내방가사 낭송을 마치고 참석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내방가사 낭송을 마치고 참석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