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 스님, 『유마의 방』 문 열다
수완 스님, 『유마의 방』 문 열다
  • 노정희
  • 승인 2019.03.10 12: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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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iss you’ 스님이 ‘유마의 방’을 엿보는 것일까

I miss you like a shower...//나는 당신이 소나기처럼 그립다/ 천 년의 미소로/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는 님//

『유마의 방』, 호기심이 생겼다. 방 문을 여는 순간 ‘I miss you’ 그 자체만으로도 그리움이 솟구쳤다. 스님이 ‘유마의 방’을 엿보는 것일까. 불교 용어에 미숙한 입장이다 보니 문장 자체로 모든 것을 보았다.
 

3월 9일 오후 4시 수성구 D 한정식에서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장 수완 스님(산청군 정취암 주지)의 다섯 번째 시집  『유마의 방』 출판기념식 및 북 콘서트가 있었다.
이종암(불문협 사무총장) 시인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는 『유마의 방』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했다.  

 

유마의 방 · 1

무엇이 참다운 삶에 이르는 길입니까?
운문선사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떡 먹고 가게나’ 한다

무엇이 차별 없는 세상을 여는 길입니까?
조주선사는 찻잔에 비친 그림자를 응시하며
‘차 마시고 가게나’ 한다

유마는 병문안 온 문수에게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 한다

오늘 우리가 드는 촛불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깨우는 함성이다
외침이다

‘유마’는 스님의 연인이 아니었다. 부처의 재가제자이며 ‘유마경’의 주인공이다. ‘번뇌에 머물지 말고/ 번뇌에서 떠나지도 마라/ 이 세상에 머물지도 말고/ 저 영원에 머물지도 말라-유마경.’
천천히 유마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시금 알게 되었다. ‘유마’는 스님의 연인이었다.

 

북콘서트 진행은 이하석(대구문학관장) 시인이 펼쳐주었다.

*이하석 시인– 사람은 현실에서 고통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고통 속에서 생의 본질을 자각하며 함께 녹아들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대응하십니까.
*수완 스님– 나는 날마다 나를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묵언정진하면서 불교경전으로 수행, 자연스럽게 글을 씁니다. 화가 날 때는 마음을 고요히하며 내면세계를 들여다 봅니다. 참선하고 기도합니다. 중생의 삶이 부처의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형상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형상 자체에 끌려가서 실상을 보지 못합니다.

*시인- 인도의 성지 순례에 이어 봉하마을과 팽목항 등에 대해 글을 썼는데 어떤 면에서 이 또한 성지가 아닌가 합니다. 스님은 순례를 통해서 어떤 자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멈춰있지 않고 가고 있거나 오고 있습니다. 오고가는 것은 즉, ‘길’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스님- 살아가는 자체가 인생 ‘길’입니다. 부처가 태어난 룸비니동산도 ‘길’이고, 출가하고 열반에 들기까지의 삶도 ‘길’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인도 성지에서 부처님과 같이 있는 듯이 길에 대한, 길을 떠나지 않고 글을 썼습니다. 근본, 근원적인 얘기는 ‘자유’를 통한 ‘해탈’ 의지를 담았습니다. 길위에서 보고 들은 지나간 얘기들을 현실인것처럼 내 수행으로 삼고 있습니다. 가고 오는 속에서 글을 씁니다.

*시인- 길위의 존재는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고 수용하겠다, 필연적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스님의 시에는 ‘님’이 많이 나옵니다.
*스님-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님’은 제한적이지 않습니다. ‘임’은 특정한 제한이 아닙니다. 늘 그리워하고, 염원하고, 간절히 다가가기 원하는 자유와 해탈의 불심입니다.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지부 회원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지부 회원

수완 스님의 다섯 번째 시집 『유마의 방』은 '시와에세이(대표 양문규)'에서 출간되었다. 스님은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서 1973년 출가하였다.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이며 현재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장으로 경남 산청군 정취암에서 수행 중이다.
『유마의 방』에는 불교적 이상과 향토적 세계가 조화된 삶을 형상화한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 우리 시의 유행 세태와는 온전히 다른 수완 스님만의 시 세계가 펼쳐진다.

 

황소 등에 쟁기를 매달고 가르마 타듯 논바닥을 갈아엎은 후
봇도랑 물꼬를 터 가르마 등대기가 잠길 듯 물을 채운다
쟁기를 떼어내고 써레를 바꿔단 후 미끄럼 타듯 물살을 가르며
골진 바닥을 굴곡 없이 평평히 고른다
물수제비뜨는 제비들이 제트기처럼 빠르게 그 위를 난다
한 뼘 넘게 자란 모를 찌는 아낙네들의 손놀림도 경쾌하다
콧노래 소리에 흥을 돋우다가
만석이 아재 선소리에 맞추어 합창 소리 들녘을 채운다
모 시중하는 아이들도 더덩실 춤바람난다
못줄 넘기는 손이 경쾌해질수록 모심는 손놀림도 바빠지고
물살 가르는 소리가 장단을 이룬다
줄 넘어가요〜
새참 나올 즈음이 가까워지면 개구리 떼같이 아이들도 함께 모인다
못밥에 생선찜이 어른도 한몫이고 아이도 한몫이다
물빛에 일렁이는 하늘 가득
산 메아리 소리 들 메아리 소리
—「모내기 풍경·1」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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