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더위를 물리치는 ‘쌈밥’ 약선
한여름 더위를 물리치는 ‘쌈밥’ 약선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0.06.2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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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쌈은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게 하는 '약선'
음, 양 성질을 조절해서 음식 먹어야
생식능력과 관계 있는 상추
채소 쌈밥. 노정희 기자
채소 쌈밥. 노정희 기자

 

'약선'은 '약이 되는 음식'을 말한다. 맛과 영양 밸런스, 효능을 살펴 내 몸에 약이 되도록 먹는 게 약선이다. 한의학 기초이론을 보면, 사람 체질에 따라(양, 음), 계절 특성에 따라, 지역 특성에 따라(해안, 산간), 질병 발생 시 질병 원인에 따라 음식 내용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대구 지역은 분지형이라 공기 유통이 용이하지 않고 무덥다. 대체적으로 대구 음식이 얼큰하고 매운 특성을 지녔는데, 이는 매운 음식을 먹음으로써 답답함을 '발산'하는 효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약선이라고 해서 반드시 약재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식재만으로도 목적에 맞춰 약선을 만들 수 있다. 파 한 뿌리, 상추 한 잎도 약선으로 쓰인다. 우리 몸은 음:양의 비율이 50:50으로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체질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지만 음식이나 환경 등으로 조화를 잃어 편차가 생기다보면 질병이 생기는 것이다. 음이든 양이든 한쪽으로만 편성하면 다른 한쪽은 편쇠하게 된다. 이런 불균형을 식생활로 조절해서 음과 양의 평형을 유지해야 한다.

양이 성하면 열을 없애야 하고, 음이 성하면 한기를 제거해야 한다. 또한 양이 부족하면 양을 보태야 하고, 음이 부족하면 음을 보태야 하는 까닭이다. 같은 밥을 먹더라도 몸이 뜨거운 체질은 몸을 식혀주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몸이 차가운 체질은 몸을 덥혀주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양의 성질을 가진 식재료는 찹쌀, 수수, 양파, 부추, 고추, 닭고기, 소고기, 새우, 후추 등이며, 음의 성질을 가진 식재료는 메밀, 녹두 등의 대부분의 잡곡류와, 미나리, 상추, 무, 오이, 연근, 치자, 바나나, 키위, 수박, 참외, 배, 우유, 김, 미역, 다시마, 소금, 참기름이 이에 속한다.

음과 양의 성질 중간 단계의 식재료가 있는데 멥쌀, 옥수수, 콩, 고구마, 감자, 토마토, 포도, 매실, 곶감, 오리, 계란, 굴, 해삼, 전복, 오징어, 갈치, 조기, 붕어, 미꾸라지 등이 이에 속한다.

마주앉아 비빔밥을 먹더라도 양의 체질은 열을 식혀주는 보리밥에 미나리, 상추, 오이 등을 넣고 간장과 김, 참기름으로 비벼먹으면 좋고, 음의 체질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찹쌀밥에 부추, 양파, 깻잎 등을 넣고, 고추장과 마늘을 넣은 양념으로 비벼먹으면 좋다.

지금은 계절이 한여름으로 치닫는다. 계절 특성에 따라 더위를 식혀주는 밥상이 어울림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쌈밥 재료. 노정희 기자
쌈밥 재료. 노정희 기자

 

-만드는 법

1. 채소는 손질하여 씻은 후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뺀다.

2. 멥쌀로 지은 밥은 식히고, 두부는 끓는 물에 데쳐서 꼭 짠 후 밥과 섞는다.(자투리 채소를 다져 넣는다)

3. 각종 견과류와 향신 채소를 다져 넣고 들기름을 듬뿍 넣어 쌈장을 만든다.

 

-조리기준

1. 한여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재료를 선별.

2. 주효재료는 평한 성질의 멥쌀을 선택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먹도록 설계.

3. 두부를 넣어 단백질 보충에 신경썼다.

4. 깻잎의 칼슘과 철분, 풋고추의 비타민, 들기름 등으로 영양 배합을 맞추었다.

5.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단이기도 하다.

 

-생식능력과 관계있다는 ‘상추 쌈’

여름철 식단에는 쌈이 으뜸이다. 식은 밥과 상추 등 채소 한 소쿠리만 있으면 한 끼 식사로 거뜬했다. 양념을 넣은 쌈장도 좋으나 된장독에서 막 퍼온 생된장을 곁들여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다. 간혹 돼지고기가 상에 오르면 상추쌈은 주가가 오른다. 상추에 깻잎 곁들이고, 돼지고기 한 점 올린 후 양념장 발라서 ‘아앙’,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린다. 눈이 커지고 볼이 불룩거린다.

쌈이 입안에 꽉 차면 제대로 씹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쌈을 조그맣게 쌀 수는 없다. 구색은 갖춰야 할 게 아닌가. 어른들은 상추쌈이 크면 먹을 때 볼썽사나우니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먹는 모습은 흉하지만 물리치지 못하는 쌈밥이다. 그만큼 쌈은 우리 밥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상추에 대한 기록은 무수하다. 이집트벽화에 상추가 그려져 있고, 중국의 고서(古書)에도 고려에서 가져온 상추 씨앗은 천금을 주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하여 ‘천금채’라 불렀다.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상추가 역수출되었던 것이다. 당나라 때의 《천금식치》에는 ‘상추가 정력을 더해준다(益精力)’,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에도 상추는 생식능력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집트 신화에도 생식의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 상추였다. 우리나라 민간에서도 상추 줄기에서 나오는 우윳빛 진액을 생식능력에 결부시켰다. 고추밭이랑 사이에 심은 상추는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

‘집집마다 상추를 심는 것은 쌈을 먹기 위한 것’이라는 기록을 보며 상추쌈을 마련한다. 풋고추 다지고 멸치 손질하여 고추다대기를 만들었다. 쌈장도 준비했다. 양배추와 케일도 쪘다. ‘눈칫밥 먹는 주제에 상추쌈까지 먹는다’라는 속담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난다.

Tip: 상추 줄기에서 나오는 액체에는 락투세린·락투신 등이 들어있어 진통 또는 최면 효과가 있다. 상추 먹고 졸음이 쏟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상추는 찬 성질을 가진 식품이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에 냉해질 수 있다. 수유하는 산모가 상추를 먹으면 아기가 푸른 변을 볼 수 있으니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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