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의 역사를 지키는 헌책방 월계서점
60여 년의 역사를 지키는 헌책방 월계서점
  • 제행명, 김종광 기자
  • 승인 2020.06.15 17: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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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맛나게 하는 대구 서점의 원조와 흥망성쇠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에는 중앙로를 비롯하여 150여 개의 서점이 있었다. 지금은 서울서 내려온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 외에는 거의 문을 닫았다. 몇 군데 있다 해도 고서점으로 전략하여 명맥을 유지한다. 그 대표적 서점이 월계서점(대구 중구 중앙대로·대표 김기철)이다. 월계서점은 어떤 사명감으로 대구 중구 남산동 헌책방 골목을 지키고 있는 서점이다.  1954년 차석규(87) 전 대표가 남문시장 네거리에서 헌책방으로 창립하여 서적도매센터까지 크게 융성했던 서점이다.

월계서점의 간판과이구
월계서점의 간판과 출입구. 김종광 기자

월계서점을 직접 다녀온 분은 알겠지만 이곳은 가볍게 발걸음 할 수 있는 책방이다. 현재 김기철 사장은 차석규 사장으로부터 책방을 인수했지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그때보다 더 열심히 꾸준히 책을 매입하고 정리한다. 새 책도 있고 폐업한 책방, 이사 가는 집에서 나온 책, 어디서 나온 책인지 모르지만 노끈으로 묶어둔 것도 있다. 월계서점에는 다양한 종류의 책이 많이 있다. 모든 책들이 종별로 분류되어 있다. 국내 소설, 외국 소설, 국내 에세이 외국 에세이, 초중고 참고서, 어린이 책, 대학교재, 고전, 인문 등 분류에 따라 책장이 분리되어 있고 구석구석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어서 책을 찾아 헤맬 염려는 없다. 혹시 못 찾으면 사장님께 연락하면 된다. 김 사장은 특유의 전문성으로 곧바로 원하는 책을 찾아 준다. 대금은 무인 계산함에 넣으면 된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책값으로 장난치지 않는 믿음이 있으신가 보다.

 

서점의 잘 정리된 내부 공간
깔끔하게 잘 정릴된 서점 내부. 김종광 기자

마침 창업주 차석규 전 대표를 만나 대구 서점의 성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선당이 대구 서점의 효시이고, 해방 이후 철야당 계몽사 등이 생겼다며 대구 서점가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었다. 차 전 대표는 대구 서점계의 산 역사이며 증인이다. 창업 당시 이야기를 물었다.

"창업 당시만 해도 서적 도매, 교과서 취급은 돈방석 사업이었습니다. 거창양민학살사건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대구에 왔습니다. 고학으로 야간 중고를 다니며 신문팔이를 하며, 회사, 기관 등에 잡지를 넣으면서 책의 유통 판매 기법을 익혔습니다. 경대 법대에 진학하면서 학비를 마련하고, 가족의 생계 또한 책임져야 했죠. 그때 평소 보아두었던 남문시장 파출소 옆 모퉁이에다 두 평 남짓의 헌책방을 처음 열었습니다. 이것이 인연되어 70여 년 서적 판매를 천직으로, 문화사업으로 여기며 남문시장 네거리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서가에 정리된 수많은 책들
서가에 정리된 수많은 책들. 김종광 기자

요즘은 손가락 몇 번 톡톡 치면 전 세계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아직도 독서는 인격의 핵심을 만드는 지혜를 얻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TV, 컴퓨터, 스마트 폰은 수많은 정보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편리한 지식과 오락을 주지만 교양과 인성을 기르는 데는 독서를 따를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의 독서량은 선진국에 비하여 많이 떨어진다. 현란한 놀이문화의 장려에 지원하는 문화정책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들의 독서 습관을 기르고 국민 독서와 책 출판을 지원하는 문화정책에 중점을 두어야 국민 정서가 진작되고 나라가 융성 발전된다고  노익장은 힘주어 말한다.

"일본은 몇십 년 한 업종을 운영하면 국가의 지원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운영난을 겪은 수많은 책방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 서점의 원조 격인 월계서점만이라도 시민의 100년 친구로 사랑방처럼  꾸준히 운영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고서 코너와 골동품진열
고서 코너와 골동품. 김종광 기자

정겹고 매력적인 월계서점 파이팅!  책속에  길이 있다.

차석규 사장님과 인터브하는 모습
차석규 전 사장(왼쪽)이 제행명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광 기자
김기철사장 차석규 전사장님과 함께 책방 운영과 세테 이야기하며 담소
김기철 사장(왼쪽)이 차석규 전 사장과 담소하고 있다. 김종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