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빛,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이순이 씨
전통시장의 빛,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이순이 씨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0.06.0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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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이 씨. 박미정 기자
이순이 씨. 박미정 기자

생활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적은 푼돈이나마 마련하기 위해 하는 일이 폐지 수집 일이다. 폐지 가격 하락으로 큰 수입도 되지 않지만, 노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그런 폐지라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여 년간 생활이 어려운 이웃 어르신들에게 자신의 가게에서 나오는 박스 및 폐지를 모아 전달해 오는 사람이 있다. 무료급식소에 식품을 전하는 일도 몇 년째 이어오고 있다. 경로당이나 차상위계층 세대에도 한시적인 지원을 했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시장 사람들의 기 살리기를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시장 사람' 이순이(61·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씨를 만났다. 이 씨는 달서구 송현동에서 식품대리점을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박스를 전하고 있다. 박미정 기자
이순이 씨가 동네 어르신들에게 박스를 전하고 있다. 박미정 기자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이 씨의 가게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가게 입구 정수기 앞에는 그들이 커피를 마시고 버린 종이컵이 휴지통에 가득했다. 

이 씨는 힘들고 지친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힘이 되고자 수시로 음료와 식사를 대접한다. 지난해는 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하여 버스를 대여해 함께 야유회를 갔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가 기자에게 차 한잔을 건네며 "제가 하는 일이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고단한 일이지만, 5년만 더 하려고 해요. 그 후 인생 2막은 남편과 조용한 시골로 들어가 텃밭을 가꾸며 손주들 보는 낙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때를 놓친 상인들에게 백숙을 끓여 주고 있다. 박미정 기자
때를 놓친 상인들에게 백숙을 끓여 주고 있다. 박미정 기자

이 씨에게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힘든 시련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이 씨는 "저 뿐만이 아니라 소상공인들 거의가 제대로 영업이 되지 않아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금은 다행히 지자체 지원금과 정부 긴급자금이 풀려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라고 무한 긍정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생활인으로서 이 씨가 어떨 때 많은 보람을 느끼는지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역시 남을 위한 헌신과 봉사였다. "제가 일자리를 만들어 준 저소득층 소외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아져 주위와 소통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룰 때 마음이 뿌듯합니다."

오일장이 열리는 경산 자인시장에서 만난 김지연(58·대구 달서구 성당동) 씨도 이 씨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김 씨는 "제가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자금이 모자라 힘들었어요. 누군가에게 제 사정을 들은 이 사장님이 번번이 돈을 융통해 주시고, 일자리도 제공해 주었지요"라고 했다.

이 씨가 이런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뭘까. 이 씨는 자신의 가게 앞을 지나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시어머니가 한 평생 고생을 많이 하며 사셨고, 말년에 많이 편찮아서 힘들어 하신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동네의 할머니들을 보면 저절로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드리게 된다고 말했다.

상인들과 정담을 나누며 웃고 있다. 박미정 기자
이순이 씨가 상인들과 정담을 나누며 웃고 있다. 박미정 기자

이 씨의 식품대리점을 나서며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이웃을 돌아 보는 그녀의 삶에 마음이 따뜻했다. 노후엔 텃밭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그녀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앞으로도 전통시장의 따뜻한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