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국 건국설화와 정견모주의 성스러운 기품이 서린 상아덤
금강산 만물상에 견줄만큼 빼어난 가야산 만물상, 석화성(石火城)
김정호는 대동지지(大東地志)에서 가야산은 “바위의 형태와 기세가 연달아 있는 것이 마치 1만 개의 창을 꽂아 놓은 것과 같이 높고 빼어나다” 라고 예찬하고 있다. 하늘 빛이 좋은 날 대구의 진산 팔공산이나 앞산에 올라 주변 산들을 조망하다 보면 저 멀리 서쪽 방향에 주변 산들보다 유난히 우뚝 솟은, 횃불이나 소뿔 모양의 산봉우리가 양나래를 펼치고, 주변의 여러 산들과는 다른 자태로 나타나는 산이 있다. 가야산이다.
이중환이 지은 택리지(擇里志)는 우리나라의 산을 돌산과 토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어 “경상도에는 석화성(石火ㆍ돌 끝이 뾰족뾰족 늘어서 마치 불꽃이 피어오르는 형상)이 없다. 오직 가야산만이 뾰족한 돌이 줄을 잇달아서 불꽃 같으며 공중에 솟아서 극히 높고 빼어나다” 고 적었다. 또 임진왜란 때 금강산, 지리산, 속리산, 덕유산 등이 모두 왜적이 들지 못한 예부터의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 라고 했다. 병란을 피할 수 있고(避兵), 먹고 살기에 적합한 곳(生利)으로 복지(福地)라 일컬은 것이다.
대구의 서쪽 낙동강변 지역에서는 불과 40㎞밖에 되지 않아서 20분이면 갈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다. 조선 8경이자 한국 12대 명산으로 변화무쌍한 산세에 기암절벽이 하늘을 찌르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가야산 하면 해인사가 떠오르는데, 신라시대 이래 천년 이상을 지켜온 거찰로 현재 통도사ㆍ송광사와 함께 국내 삼보사찰 중 하나다. 만물상 능선은 해인사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다. 가야산 서쪽 골짜기를 따라 해인사가 자리 잡고 있고, 동쪽으로는 만물상 능선이 뻗어 있는 것이다. 마치 부처의 두 팔을 펼친 것처럼 하고 있다. 가야산의 ‘가야’ 라는 이름 또한 인도의 부다가야 근처에 있는 가야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전체 면적의 약 60%가 성주군에 속해 있고 가야산 최고봉인 칠불봉(1,433m)과 가야산의 필살기 매력인 만물상도 성주에 있다. 가야산 등산객 중 70% 이상이 백운동을 산행 출발점으로 잡는다. 백운동에서 오르면 만물상 등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어 이 코스를 선호한다.
만물상은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많은 암릉이 펼쳐진 가야산의 대표적인 능선이지만 안전사고 위험으로 인해 1972년 10월 가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출입이 금지되었다. 38년만인 2010년 6월에 데크와 계단, 난간 등의 안전 시설을 완비한 후 개방했으며 이후 명실상부한 가야산의 대표적인 코스가 되었다.
가야산 만물상은 가야산 여신 정견모주의 전설과 바위들이 만 가지 형상을 이뤄 만물상이라 불리기도 하는 곳으로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원시 그대로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금강산의 만물상에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천혜 자원이다.
만물상 가는 길은 대구에서 성주를 거쳐 백운동 주차장에 주차하고 약 10여 분 포장도로를 걸어 오르면 이내 백운동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두 곳으로 갈림길이 나눠지는데 왼편에는 능선 구간인 만물상코스, 오른편에는 계곡길인 용기골 코스이다. 오후 2시 이후에는 등산객 안전을 위하여 출입을 금하고 있으며, 또 2020년 5월 1일부터는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만물상 코스는 탐방지원센터에서 만물상~서성재로 이어지는 약 3㎞ 구간이다. 설악 공룡능선의 축소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지만 기암괴석과 수목이 어우러진 풍광도 설악산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 많은 탐방객이 찾고 있다. 다만 초반부터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체력 안배가 중요하며 능선에 그늘이 거의 없으므로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이라면 한여름이나 한겨울 탐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용기골 코스는 과거에는 계곡의 백운교를 건너 용기골을 따라 오르는 코스를 이용하였으나, 야영장이 설치되고 난 이후에는 폐쇄했었다. 4, 5년전에 계곡 좌측을 따라 새로 조성해 좋은 테크로드길을 이용하고 있다. 용기골 코스는 서성재에 다다를 때까지 조망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나, 여름에는 숲 그늘로 오르니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두 곳이 모두 서성재에서 만나게 된다. 용기골 계곡으로 올라서 서성재에서 하산 시에는 만물상코스로 내려오든지, 만물상 코스로 올라 용기골로 내려오면 된다. 등산객 대부분은 만물상 코스를 택하나 시니어 세대들에게는 용기골로 올라서 내려 올때는 만물상으로 내려 오는 것이 체력소모가 조금 적은 형태라 추천하고 싶은 코스이다.
산행을 시작하는 장소인 백운동은 동성재 능선에 있는 백운대(白雲臺)에서 유래됐다. 넓적한 바위가 인상적인 백운대는 옛날 도인들이 가부좌하며 수행하던 곳이다. 백운대의 의미를 생각하면 마음이 청정해지면서 첫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용기골을 따라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 왼편으로 조성해 놓은 길을 따라 오르면서 북서쪽을 바라보면 불꽃처럼 타오르는 바위 봉우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바위줄기를 깊숙하게 파고든 용기(龍起)골, 용이 일어난 골짜기란 말이 수긍이 간다. 골이 깊어 곳곳에 폭포가 만들어졌고, 물소리가 우렁차게 계곡을 울린다. 바위산이라 골에 물이 많지 않은 것만 보다가 수량이 풍부한 모습이 반갑다. 계곡물에 머리가 맑아진다.
오른쪽으로 동성재 능선을 올려보며 등산로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울창한 나무들로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등산로를 걸으니 더위가 저 멀리 달아난다. 바위를 깔아 놓아 만든 등산로는 걷기에 편안하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등산로 , 눈과 귀가 즐겁다. 우람한 바위들과 그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은 가파른 길도 쉽게 오를수 있게 한다.
등산객들과 주민들이 정성들여 쌓은 돌탑도 구경거리다. 백운동에서 1.6㎞ 거리에 있는 옛 대피소를 지나면 길이 조금더 가팔라진다. 그리고 박운사지 절터가 나오고 출발한지 1시간 30여분만에 서성재에 다다른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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