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코 질환과 한의학
[건강칼럼] 코 질환과 한의학
  • 시니어每日
  • 승인 2020.06.02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5월은 만물이 생동하는 절기로 화려한 꽃들이 만발하고 푸르른 소나무는 송화가루를 날리면 생장의 기운을 뽐낸다. 빠알간 장미와 철쭉도 군락을 이루며 코로나19 사태로 격리되어 고생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소금도 지금 송화가루가 날릴 때 생산한 것이 상품이란다. 이렇듯 모든 것이 무르익는 시기에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호흡을 담당하는 코는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코가 낮고 비강(鼻腔)이 좁아 콧병이 생길 소지가 많은 데다가 우리나라 같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교차가 큰 요즘은 콧병의 절정기라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 코는 폐(肺)와 연결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폐에 문제가 생기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것은 물론 대기로부터 활력의 원천인 후천지기(後天之氣)를 충분히 받아들일수 없어서 만성피로 등의 기허(氣虛)증상을 발현하게 된다. 실제로 코는 호흡을 통하여 기를 받아들이고 인체는 그 기(氣)로 생존해 나갈 수 있으므로 숨을 잘 쉬는 사람은 기가 왕성하지만, 숨을 잘 쉬지 못하는 사람은 그만큼 건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처럼 호흡기 전염병이 늘어나고 환경오염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황에서 서양의학이 발달함에도 비염이나 축농증등 콧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수술한다고 해서 완치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약물치료나 면역력 증강을 위한 치료법에 관심을 가지면서 체질을 이용한 한의학적 치료법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 병은 시골 사람들보다 도시 사람들에게, 단독 주택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밀폐된 공간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느긋한 사람들보다는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빈발함을 관찰할 수 있는데, 느긋한 사람도 축농증이나 비염이 발병하게 되면 예민해지고 산만해지기 때문에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관련성은 있다고 본다.

한의학에서의 콧병 치료는 몸을 항상 건강한 상태로 유지시키고 체질을 개선시키는 방법과 막힌 기운을 뚫는 통기약(通氣藥)을 쓰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비염이나 축농증이 오랫동안 낫지 않고 반복되는 것은 가슴 위 상초(上焦)에 열이 차게 되면서 기관지가 마르고 면역력이 저하되는 것이 원인이다. 급성 비염에 해당하는 비구(鼻鼽) 또는 비색(鼻塞)은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그 원인이 바람에 폐가 약해지고 차진 것이라 하였다. 즉, 감기나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았음을 알수 있다.

만성 비염은 급성 비염이 낫지 않고 오래되어 코점막의 염증이 만성화된 것을 말하는데, 비중격의 간막이 구부러지는 비중격 만곡증, 입안으로도 들여다볼 수 있는 아데노이드가 커져 있는 어린이에게 이러한 병증이 생기기 쉽다. 또한 코점막에 충혈이 일어나는 충혈성 비염과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 일어나는 비염도 있는데 대개는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먼지, 연기, 화학약품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만성 비염에는 코 점막이 위축을 일으키지만 정도가 가벼운 단순성 위축성 비염과 위축이 진행되어 코딱지가 많이 나오고 콧물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후비증, 코 점막이 두꺼워지고 눈물이 나오지 않으며 코 막힘이 심해지는 만성 비후성 비염이 있다. 간혹 축농증이라 불리는 부비동염이 만성 비염으로 되기도 하는데 신경질이 많고 산만하며 열이 많은 체질에서 빈발한다. 만성 비염에 걸리면 폐 기능도 떨어지고 감기에 걸리기 쉬우며, 부비동에 염증이 잘 생기고 중이염, 이명증, 인후염, 편도선염도 나타난다.

비염의 치료는 우선 실증(實症)인지 허증(虛症)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실증의 비염은 화열(火熱)이 올라온 것이 원인인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폐에 풍열(風熱)이나 풍한(風寒)을 받아 이것이 오래되어 열로 변화하여 발현된 것이라 하였고,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맵고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습열(濕熱)이 축척되어 폐와 기관지가 상하여 온 것이라 하였다.

비염의 치료원칙을 살펴보면 한열허실(寒熱虛實)을 따져서 이에 맞는 처방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급성비염은 화(火)나 열(熱)이 많은 반면, 만성 비염은 기허(氣虛), 신허(腎虛), 혈허(血虛)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콧병에 활용할 수 있는 약재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창이자(蒼耳子): 도꼬마리라 알려진 약재로 국화과에 속하며 맛은 달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고 발한, 진통, 소염 작용이 있어서 축농증과 비염에 다용한다.

*금은화(金銀花): 인동덩굴의 꽃을 말린 것으로 성질이 차며 맛은 약간 단 편이고 소염작용이 강하여 축농증, 비염을 막론하고 농(膿)이 많을 때 이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으며 모든 염증균에 대한 억제 작용이 있고 콜레스테롤을 없애 주기 때문에 뚱뚱하고 피가 탁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약이다.

*사과락(絲瓜絡): 우리말로는 수세미인데 시골 처마 밑이나 담 밑에 주렁주렁 열리던 모습이 흔했으며 맛은 달고 성질은 평평(平平)하며 해열, 거담, 이뇨 작용이 탁월하여 축농증, 비염 치료에 없어서는 안 될 약재이다. 코가 뚫리고 농(膿)이 감소하며, 기관지염, 폐렴 등의 폐열(肺熱)로 인한 기침에 다용한다.

*신이화(辛夷花): 목련의 꽃봉오리를 말린 것으로 축농증에 특효약으로 사용한다.

이재욱 대구 약전골목홍익한의원 대표원장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