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 맞아 산소이장(移葬) 많아
윤달 맞아 산소이장(移葬) 많아
  • 권오섭 기자
  • 승인 2020.06.01 13: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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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1, 32대 조상 한곳에 모셔
이장 점차 늘어나
이장한 산소. 권오섭 기자
이장한 산소. 권오섭 기자

維 歲次 庚子 閏四月 丙寅朔 九日甲戌 幼學 五元 敢昭告于

유 세차 경자 윤사월 병인삭 구일갑술 유학 오원 감소고우

土地之神 今爲學生 安東權公 宅兆不利 將改葬于此 神其保佑

토지지신 금위학생 안동권공 택조불이 장개장우차 신기보우

俾無後艱 謹以 淸酌脯果 祗薦于神 尙 饗 -移葬 時 告山神祝(土神祭)

비무후간 근이 청작포과 지천우신 상 향 –이장 시 고산신축(토신제)

경자년(庚子年·흰쥐 해)인 올해는 윤년(閏年·2월 29일)과 윤달(음력 4월)이 있다. 윤달인 음력 4월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20일까지이다.

일부 문중이나 집안에서 윤달이 있는 올해에 곳곳에 흩어져있는 조상의 산소(묘지)를 한곳에 모시는 이장(移葬)을 준비해왔다.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장에 신중을 기했으나, 코로나19가 다소 주춤해진 윤달이 시작된 지난달부터 곳곳에서 산소이장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부터 의성군 신평면의 한 집안에서 조상의 산소를 한곳으로 모시는 이장작업을 했다.

산소이장작업은 집안 종손(宗孫)인 권오원(69·좌윤공파35대·의성군 신평면 덕봉리) 씨를 제관(祭官)으로 형제, 종형제, 재종형제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7시부터 진행했다.

기존 묘지에서 흙을 담은 상자. 권오섭 기자
기존 묘지에서 흙을 담은 유골함. 권오섭 기자

2명이 1개조가 되어 20여 Km 떨어진 산소가 있는 5곳으로 이장을 위해 준비한 과일과 술 등 제물, 축문과 산소의 흙을 담아 올 유골함, 괭이, 삽 등을 준비해 출발했다.

산소가 있는 곳은 의성군 신평면 덕봉리(멜골)와 검곡리(앞산) 산중턱. 검곡리(방당골) 산, 검곡리 입구 장바우와 안사면 신수리(막시터) 산 등이다.

차를 내려서도 잡목과 칡 등으로 우거져 매년 벌초하는 곳이지만 직접 길을 만들어 산소를 찾아가는 힘든 작업이었다.

산소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정리하고 상석에 준비한 술과 과일을 올리고 모두 엎드리고 제관은 한글로 작성한 토신제(土神祭) 축문(祝文)을 읽었다.

“서기 2020년 경자년 윤4월 9일 35대손 권오원은 30대 할머님 묘전에서 삼가 아뢰옵니다.할머님의 묘소를 모신지가 오래 되었지만 이제 세월이 많이 변하여 저희들 집이 가까운 새로운 곳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엎드려 비옵나니 파올 때 땅이 흔들림에 제발 놀라지 마시옵소서.”

토신제를 마치고 산소를 파묘하지 않고 시계방향으로 돌며 사방으로 괭이로 땅을 치며 “묘파요”를 크게 외치며 유골함에 세군데 이상 흙을 담아 새로운 이장지로 출발했다.

후손들이 세심하게 조상을 새로운 곳에 모시고 있다. 권오섭 기자
후손들이 세심하게 조상을 새로운 곳에 모시고 있다. 권오섭 기자

낮 12시 하관시간(下棺時間)에 맞추어 다시 출발지로 집결해 30. 31. 32대 조상 대수(代數)로 영면 할 새로운 이장지를 향했다.

이장지는 지난달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160여 ㎡(49평) 규모로 조성되었다.

“서기 2020년 경자년 윤4월 9일 35대손 권오원은 토지신께 삼가 아뢰옵니다. 저희 30대, 31대, 32대, 할아버님과 할머님의 유택이 거리가 멀어 대대 후손이 뵙도록 오늘 이곳으로 옮겨 모시고자 합니다. 신께서 근심 걱정 없게 굽이 살펴 주시옵고 후손들이 이 자리에 모여 삼가 술과 과일을 올리오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 드시옵소서“라며 새롭게 모시는 장소에서 산신제를 올렸다.

왼쪽부터 30대, 31대, 32대 조상의 상자을 묻고 평상비석을 하고 잔디식재를 했다.

“서기 2020년 경자년 윤4월 9일 35대손 권오원은 30대 할아버님 할머님 31대 할아버님 할머니 32대 할아버님 할머님 묘 앞에서 삼가 아뢰옵니다. 할아버님과 할머님의 유택을 이곳에 새로 마련하였습니다. 여러 후손들이 오늘 이곳에 모여 엎드려 비옵나니 몸과 영혼께서 내내 평안히 계시옵소서. 그리고 세월이 많이 변해 예를 간소히 하여 격식이 부족함을 용서해 주시고 자손들의 앞길을 잘 보살펴 주시옵소서”

(維 歲次 庚子 閏四月 丙寅朔 九日甲戌 三十五代孫五元 敢昭告于

(유 세차경자 윤사월병인삭구일갑술삼십오대손오원 감소고우

顯三十代祖考學生府君之墓 顯三十代祖妣孺人安東金氏之墓

현삼십대조고학생부군지묘 현삼십대조비유인안동김)씨지묘

新改幽宅 事畢封塋 伏惟 尊靈 永安體魄-新墓祝)

신개유택 사필봉영 복유 존영 영안체백-신묘축)

상석에 준비한 술과 떡, 과일 등을 차리고 이장 완료 후 신묘축(新墓祝)을 읽고 제사를 모셨다. 이날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산소이장을 마무리 했다.

산소이장에 참여한 후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산소이장에 참여한 후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제관(祭官)인 권오원 씨는 “우리보다 아랫대로 내려가면 벌초하기도 힘들어 조상님을 한곳에 모시게 되었다”며 “오늘 이장했더라도 10년 후 쯤은 시대가 변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종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묻어났다. 또한 권 씨는 “다들 바쁘고 어려운 시기에 함께 큰일을 마무리하여 고맙다”며 동생들께 감사를 전했다.

윤달에 산소이장을 하는 풍습은 조선 후기의 학자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윤월(閏月) 조(條)에서 “윤달에는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壽衣)만들기에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라고 하여 좋은 달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장 후 제사를 모시는 안병환 씨 집안. 권오섭 기자
이장 후 제사를 모시는 안병환 씨 집안. 권오섭 기자

이 마을에도 지난달 30일과 31일에 안세열 씨. 김준기 씨, 안병환 씨 집안이 산소이장을 했다. 시대변화에 따라 다른 집안의 산소이장이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윤달이 오는 해는 2023년 계묘년(癸卯年) 음력 2월, 2025년 을사년(乙巳年) 음력 6월, 2028년 무신년(戊申年) 음력 5월, 2031년 신해년(辛亥年) 음력 3월, 2033년 계축년(癸丑年) 음력 7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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