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다
노인이 되다
  • 이상유 기자
  • 승인 2020.06.01 13:2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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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행복 국가의 터전 마련
‘베이비붐 세대’의 분발이 필요한 때

노인이 되었다.

1955년 을미(乙未)생 양띠.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격인 나는 6월 1일부터 대한민국이 공식 인정하는 노인이 되었다. 아직도 마음은 팔팔한 청춘인데 노인이라는 임명장을 주니 뭔가 주춤해지는 느낌이다. 도대체 노인이 되면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 살펴보았다.

* KTX, 새마을호(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제외) 무궁화호(요일 무관): 운임의 30% 할인

* 지하철, 도시철도(도시철도 구간 안의 국유전기철도를 포함) : 무료

* 국내선 항공 요금 : 운임의 10% 할인

* 국내 여객선 요금 : 운임의 20% 할인

* 고궁, 능, 국·공립박물관, 국·공립공원, 국공립미술관 : 무료

* 국공립국악원 : 50% 할인

*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하거나 경비를 지원하는 법인이 설치· 운영하거나 그 운영을 위탁한 공연장 : 50% 할인

* 틀니, 임플란트(평생 2개) : 70% 할인

* 영화관 경로 할인

* 통신요금 할인(기초연금대상자), 노인 해외 로밍서비스

*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 치매 안심 서비스, 외래진료비 감면, 생애주기별 건강 검진, 의료비 추가 공제, 노인(치매 뇌혈관 질환 등 노인성 질환자) 요양보험 혜택

* 기초노령연금 지급

* 노인 일자리 제공, 노인 창업지원, 컴퓨터, IT 교육(한국 정보진흥원), 고령자 고용업체 지원

* 각종 세제 혜택: 주민세 감면, 상속세 공제, 소득세 공제, 양도소득세 면제, 생계형 저축 비 과세, 경로우대 공제, 의료비 추가공제

* 공공기관 건설 주택의 우선 공급, 임대 주택 우선 공급

 

노인이 되면, 그저 지하철이나 공짜로 타고 다니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니 놀랍다. 한편으로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건강이나 챙기면서 조용히 살다 가라는 것 같기도 하고, 뒷방 늙은이로 떠밀리는 듯한 씁쓸한 느낌도 든다.

지나간 65년의 세월이 영화 장면처럼 눈앞에 어른거린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호롱불의 전통사회에서 태어나 최첨단 정보화 시대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변화를 체험하며 살았다. 오랜 가난에 허덕이던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가 놀라는 압축 경제성장을 이룩해 냈고, 군부독재의 철권통치에 항거하며 민주화의 열망도 성취해 냈다. 자식들을 교육해 세계인들과 어깨를 겨루도록 하는 교육 강국의 기틀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노인 인구에 편입되기 시작한 720만 베이비붐 세대의 분발이 필요한 때다.

산업화, 민주화, 교육 강국을 위한 주역으로 살아온 저력을 발휘해 이 불명예를 벗어 던져야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과 헝그리 정신을 다시 한번 되살려야 할 때다.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살겠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다 같이 스크럼을 짜고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 발전과 노인 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행복 국가의 터전을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이 첫째다.

100세 시대, 우리나라도 노인이 세상의 중심에 서는 시대가 다가왔다. 노인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노인문화와 노인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노인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발전에 기여하며 당당하게 살아갈 것인가? 부양 세대들에게 부담만 지우는 삶을 살 것인가? 그것은 노인 각자의 의식(意識)의 문제다. 지나온 삶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성찰하고, 다가올 삶에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희망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만들면 되는 것이다.

노인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살아갈 날은 창창하고 할 일도 많이 남았다.

노인은 시대를 다듬어온 장인(匠人)이다. 장인은 속임수를 쓰거나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다.  

정공법으로 갈 뿐이다.

노인이 편안하고 행복한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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