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는데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는데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0.05.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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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특정인이 아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증상
조기 발견으로 적당한 치료하면 좋은 효과 볼 수 있어
유산소운동, 식이요법, 적당한 수면, 뇌활성화운동 중요

참 이상한 일이었다. 깊은 잠의 수렁에 빠져 있다가 알람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정신이 얼얼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규칙적인 일상이 흐트러지게 되면서, 일찍 일어나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은 반드시 알람을 설정하게 된다. 그밖에도 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쫓고 쫓기는 동물의 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 다시 보고 싶은 세계의 명화 등 관심 있는 TV 프로그램 시청을 위해서도 알람을 설정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른 아침, 알람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참이나 멍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면서도,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았다. 만약 누군가와 약속이 있었다면 큰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2개월에 한 번 만나던 여고 동창들과의 모임도 거의 반년만에 약속이 잡히면서, 손꼽아 기다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단체 카톡방의 대화기록을 봐도 날짜가 바뀐 것이 분명했다. 며칠 전에도 외출에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자판 위에 손을 가지런히 올렸다가, 어느 손가락을 먼저 움직여야할지 몰라 실없는 웃음을 흘린 일이 있었다.

건망증이 부쩍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심란해지지 않을 수 없어, '건망증과 치매'에 대한 검색을 해보았다. 건망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기억장애로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인 반면 치매는 어떤 기억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뇌질환이라고 한다. 건망증은 뇌의 기억용량 부족으로 기억을 잊어버리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회복되지만, 치매는 서서히 증상이 악화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리석을 치(癡), 어리석을 매(呆). 그 글자만으로도 상황 설명이 충분한 것 같다. 어리석기만하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있을까. 하지만 치매는 기억과 정신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됨으로써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을 힘들게 하고, 그로 인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되기도 한다. 지난해 시사저널에서 우리나라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노후에 가장 걱정되는 질병 중 1위가 치매(34.9%)였다니,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해야겠다.

의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은 해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2000년에 고령화사회(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2018년에 고령사회(14%)가 되었다. 그리고 불과 8년 만인 2026년경 초고령사회(20%) 진입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치매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치료할 약이나 기술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정책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제도가 있고, 2017년 9월에 '치매 국가책임제'가 발표되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 노인돌봄센터 등 복지시설 또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을 소통의 대상이 아닌 다루기 어려운 환자로 취급하거나 특정 그룹의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제도의 기본 취지나 목적과는 멀어지게 되니, '운영의 묘'를 살려야하는 이유다.

치매는 특정인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증상이다. 하지만 치매도 조기에 발견해 적당한 치료를 한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평소 뇌를 활성화하는 꾸준한 훈련을 통해서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건망증과 치매의 초기증상인 경도인지장애와의 구분을 통해 인지력 향상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도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니, 유산소 운동과 식이요법, 적당한 수면 등 뇌 활성화 운동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한나절이 지나서야 알람 설정에 대한 기억이 번쩍 떠올랐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으로 갈 예정이었다.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가려고 했으나,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미리 설정해 둔 알람을 해제하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부푼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피시식 웃음이 나면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도 흘러나왔다.

노력하는 만큼 뇌는 좋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뇌에도 적당히 쉴 수 있는 휴식이 필요한 것은, 지나친 스트레스와 걱정은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노인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는데, 몸을 똑바로 세우는 국민체조 같은 정신운동이라도 일어날 수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