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1 길상사 관음보살상은 성모마리아를 닮았다
⑪-1 길상사 관음보살상은 성모마리아를 닮았다
  • 오주석 기자
  • 승인 2020.05.23 09: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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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관음보살상은 어떻게 제작되었나?
삼산관 반가사유상(국보 83호)을 닮고 성모마리아상도 닮은 관음보살상

길상사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자리한 절집이다.

제3공화국 시절 국내 3대 요정의 하나였던 대원각 일대 약 7천여 평을 주인인 길상화 김영한이 청정도량으로 쓰이도록 법정 스님에게 바친 뜻깊은 절이다.

‘삼각산 길상사’ 현판을 내건 일주문으로 들어서서 경내를 조금 걸어 올라가다 보면 ‘관음보살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런데 ‘관음보살상’이 좀 특이하다.

길상사 관음보살상. 오주석 기자
길상사 관음보살상. 오주석 기자

당시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과 불교의 법정 스님이 종교 간 벽 허물기를 위한 교류를 하고 있었으며, 종교 간 화해의 상징을 만들고 싶다는 법정 스님의 제의로 조각가인 가톨릭 신자 최종태(88세, 서울대 명예교수) 씨에 의해 제작되어 2000년 4월 길상사에 봉안되었다. 최종태 교수는 가톨릭미술가협회장을 맡을 만큼의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다.

가까이 가서 보면 한편으로는 자비의 부처님상이고 한편으론 가톨릭에서 깊은 공경을 드리고 있는 자애로운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불상 혹은 성모마리아 상을 통해서 불자나 신자나 다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신앙으로 지내고 싶은 염원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최종태)는 호기심을 갖는 이들에게 “땅에는 나라도, 종교도 따로따로 있지만, 하늘로 가면 경계가 없다.”고 했다.

최종태 교수가 제작한 서울 혜화동 성당의 성모마리아상. 오주석 기자
최종태 교수가 제작한 서울 혜화동 성당의 성모마리아상. 오주석 기자

최종태 교수는 소녀상과 소녀다운 성모마리아상으로 이름을 날린 조각가이다. 길상사 관음상의 이미지가 성모상의 연결 선상에 있는 것도 심성의 참된 가치를 발견하는 불교의 견성(見性)이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의 나라가 모두 같은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관음보살상은 성모상 같은데 머리에 화관을 쓴 '여자 부처'다. 여섯 개의 봉우리가 솟은 관을 쓰고 있는 관음보살상은 한국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걸작의 하나인 국보 제83호 ‘삼산관 반가사유상’과 이미지가 비슷하다.

국보 제83호 삼산관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자료사진
국보 제83호 삼산관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자료사진

삼산관 반가사유상은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길상사 관음상의 표정에서는 슬픔이 스쳐 가고 있음에도 그렇다. 관음상은 여러 개의 봉우리가 솟은 관을 쓰고 있는데, 반가상의 삼산관(三山冠)을 떠올리게 하여 더욱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길상사 관음보살상과 삼산관 반가사유상의 비교. 오주석 기자 편집
길상사 관음보살상(왼쪽)과 삼산관 반가사유상. 오주석 기자

길상사 관음보살은 삼국시대 말기 이후에 많이 만들어진 관음상처럼 왼손에는 맑은 물이 담긴 정병(淨甁)을 들었다. 하지만 목이 기다란 전형적인 관음보살의 정병이 아니라 조선 시대 초기의 분청사기 편병처럼 납작한 모양이다. 그것도 들고 있다기보다는 가슴에 품듯 감싸 안고 있다.

길상사 관음보살상은 특별한 정병을 들고 있다. 오주석 기자
길상사 관음보살상은 특별한 정병을 들고 있다. 오주석 기자

오른손은 아무 걱정 하지 말라는 뜻으로 손바닥을 펴든 시무외(施無畏)인을 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 관음상에서 가장 불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부드럽게 흘러내린 겉옷은 관음보살의 대의라기보다는 수녀복에 가깝고, 대좌 또한 연화좌가 아니라 성모상에 흔히 쓰는 장식 없는 사각형이다. 이미지는 삼국시대 불상과 닮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제로 닮은 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길상사 관음보살상은 반가사유상도 닮았고 성모마리아상도 닮았다. 오주석 기자
길상사 관음보살상은 반가사유상도 닮았고 성모마리아상도 닮았다. 오주석 기자

최종태 교수는 법정 스님의 의뢰를 받았을 때 "내 평생 그때처럼 기쁘고 신나는 날은 다시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불상을 더 만들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또 길상사에는 ‘길상보탑’이란 4사자 7층 석탑이 있다. 이 탑은 길상사를 무주상보시한 길상화 보살과 법정 스님의 고귀한 뜻을 새겨 성북동성당과 덕수교회가 함께 종교 간 교류의 염원을 모아서 2012년에 제작 봉안하였다.

길상사에는 ‘길상보탑’이란 4사자 7층 석탑이 있는데 이 탑은 종교간 화합의 상징으로 성북동성당과 덕수교회가 공동으로 제작하여 길상사에 봉안했다. 오주석 기자
길상사에는 ‘길상보탑’이란 4사자 7층 석탑이 있는데 이 탑은 종교간 화합의 상징으로 성북동성당과 덕수교회가 공동으로 제작하여 길상사에 봉안했다. 오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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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식 2020-05-23 10:16:41
길상사는 절이라고 하기 보다는 현대판 설화 그리고 화합과 배려의 정신을 배우는 장소이군요..
그런데 다름을 틀린것으로 인식하는 무지한 중생들이 그런 정신을 알지?
많이 배우고 많은 느꼈습니다..
다음번 셜 방문시에는 길상사 꼼꼼하게 돌아보면서 조계사와 함께 접하는 시간 가져야 하겠습니다..
상보기자님의 긍정적인 사고 저에게 많은 귀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