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찔레꽃이 흐드러지는 칠곡 매원마을로 꽃 구경 오세요!
붉은 찔레꽃이 흐드러지는 칠곡 매원마을로 꽃 구경 오세요!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05.22 21: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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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팥알만 한 빨간 열매가 앙증맞게 달리는데 이것이 영실(營實)이다.
한국전쟁 때는 미국 놈이 캐가고 이래저래 다 캐가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며 분하고 억울하단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게 가꿀 계획이라며 포부까지 밝힌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붉은 찔레꽃. 이원선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붉은 찔레꽃. 이원선 기자

1985년부터 시작된 KBS 가요무대가 뽑은 현재까지의 인기곡 1위는 1941년도에 발표된 백난아의 ‘찔레꽃’이다. 총 175회나 방송된 곡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집회나 공연의 폐지 등으로 인해 특별히 편성, 발표된 것이어서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찔레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학명은 ‘Rosa multiflora’이다. 꽃말은 고독, 신중한 사랑,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들이나 산을 오르다보면 흔히 만나는 가시덤불이다. 그런 까닭에 쓸모없고 귀찮은 나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쓸모가 많은 나무다. 봄을 맞아 막 돋아나는 찔레의 햇순은 보릿고개시절 아이들의 요긴한 간식거리였다. 각종 비타민 등이 풍부하여 아이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간혹 멋모르고 손을 들이밀었다가 당하는 가시에 찔리는 횡액을 제외 한다면 꽤나 쓸 만한 덤불나무다. 가을이 되면 팥알만 한 빨간 열매가 앙증맞게 달리는데 이것을 영실(營實)이라 하며, 노인이 소변을 잘 보지 못할 때, 전신이 부었을 때, 불면증, 건망증 및 꿈이 많고 쉬 피로하고 성 기능이 감퇴되었을 때 등등의 약재로 쓰인다.

여러 가지 중 한 가지에서 막 피어나고 있다. 이원선 기자
여러 가지 중 한 가지에서 막 피어나고 있다. 이원선 기자

그런 찔레의 꽃은 보통 흰색이다. 그런데 ‘찔레꽃’이란 노래의 가사를 보면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로 시작한다. 노래가사를 있는 그대로 풀이한다면 찔레꽃은 흰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붉은 색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무심코 들어 넘겼던 노래가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대중을 상대로 없는 것을 있다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던 중 붉은 찔레꽃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나섰다. 알고 보니 그렇게 먼 곳이 아닌 경북 칠곡군에 있는 매원마을이었다. 도착하고 보니 여느 농촌과 다름없이 청년들이 자리를 비운 마을은 조용했다. 초행길이라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은 붉은 찔레는 따사로운 햇볕아래 수줍은 듯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는 중이었다. 노란 속살에 다섯 장의 빨간색 꽃잎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빨간색 찔레꽃이라 익히 알고 왔기에 다행이지 모르고 왔다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빨간 찔레네!”하고 그 신기함에 반해 부산을 떠는데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달려온 마을주민 이수욱(74)씨는 옛날에는 지천이었는데 현재는 지경당과 이곳 두 군데 뿐이라고 했다. 이어 “원체 귀하다보니 일제 때는 일본 놈이 캐가고, 한국전쟁 때는 미국 놈이 캐가고 이래저래 다 캐가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며 분하고 억울해 한다.

솜이불을 내다 넌 듯 노란장미가 흐드러지고 있다. 이원선기자
솜이불을 내다 넌 듯 노란장미가 흐드러지고 있다. 이원선 기자

힘없는 나라가 겪는 아픔이 어디 국민의 목숨과 노동력, 식량과 문화재의 수탈 등, 두서너 가지에 국한 될까? 조금이라도 값어치가 있어 보이고 귀해 보이면 모두가 수탈의 대상인 것이다. 그러한 질곡의 아픔이 이곳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제 곧장 6월이고 보니 숙연한 마음은 뭉게구름처럼 일고 가슴은 가시에 찔린 듯 아리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볼 때 매원마을은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 매화꽃이 떨어진 형국으로 향내가 사방에 퍼지는 탓에 명성과 인망이 높은 자손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한다.)의 명당이다. 따라서 독립유공자를 비롯한 많은 인물들이 배출된 마을이라고 한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이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인다. 마을을 중심으로 6개의 산이 포근히 둘러싼 듯 보이고 그 가운데는 물이 풍부하다. 꽃과 정원이 없는 집이 없고 마을 앞의 작은 연못에는 흰색과 붉은색의 수련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과시, 한창으로 피는 중이다. 게다가 담장 밑으로는 붉은병꽃나무를 비롯한 각종 꽃이 흐드러지고 내다 널은 솜이불처럼 담장을 뒤덮어 축축 늘어진 갖가지 장미꽃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두기에 충분했다.

작은 연목에서 화려함을 뽐내는 붉은 수련. 이원선 기자
작은 연목에서 화려함을 뽐내는 붉은 수련. 이원선 기자

이어 이수욱 씨는 작년에는 6월 4~5일경에 만개했는데 금년은 이상기온으로 인해 오는 금, 토, 일, 즉 29~31일 사이가 절정을 이룰 것이라 한다. 덧붙여 “작년에는 대단했지요? 서울에서 관광버스가 바리바리 내려오고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구경했지요!”하며 은근한 자랑 끝에 이제는 좀 더 신경을 써서 접을 붙이든가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게 가꿀 계획이라며 포부까지 밝힌다.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이다. 혹시 구경을 간다면 눈으로는 보고, 가슴으로는 느끼고, 머리로는 기억하는 관광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지고 오며 고성방가는 절대 삼가하고 대문이 열렸다고 함부로 쑥쑥 들어가지 말 것이며 예쁘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들어 숨겨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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