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독거어르신 지킴이 봉사 이귀임 씨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독거어르신 지킴이 봉사 이귀임 씨
  • 정지순 기자
  • 승인 2020.05.22 09:4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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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 만들어 독거어르신 댁 찾아가는 봉사활동 이어가
이귀임씨 독거노인 댁 밑반찬 조리한 것 배달 방문에서. 정지순 기자
이귀임 씨(오른쪽)가 독거 어르신 댁을 찾아가 밑반찬을 전달해드리고 있다. 정지순 기자

대구 만촌1동성당(주임신부 이창영 바오로)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이귀임·68)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독거 어르신을 위한 밑반찬을 만들고 배달해드리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20년 3월 4일(수)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심각한 시기일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소외계층 11세대에 조리한 국과 밑반찬을 용기에 담아 힘들게 배달을 하고 있는 이귀임 씨를 만났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및 감염에 주의해야 하는 시기에 밑반찬 만들어 배달을 하는지요?

▶성당 사회복지원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구역 내 저소득 소외계층 12세대 가정에 매주 수요일 1국 2밑반찬을 직접 조리하여 각 가정에 배달을 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신자들 보호를 위해 성당이 폐쇄되었고 감염 위험의 예방책으로 반찬지원이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소외계층 댁을 방문해 보니 컵라면, 반찬 없는 맨밥, 빵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려서 밤잠 설치며 고민이 컸습니다. 반찬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추가로 발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데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는 게 걱정되지 않는가요?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추가로 발표되고 있는 심각한 시기였지만 밑반찬 지원 중단이 최선책이 아니라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반찬 조리한 것을 11세대 가정에 혼자 직접 차를 몰고 골목길을 찾아다니며 조심해서 배달해야 했습니다. 저도 심뇌혈관 지병이 있으면서도 오로지 소외계층 대상자들 생각뿐이었습니다.

밑반찬 조리된 것 종류별 구분하고 있다.  정지순 기자
이귀임 씨가 조리한 밑반찬들을 종류별로 정리하고 있다. 정지순 기자

-밑반찬 요리 및 배달은 몇 분이나 하십니까?

▶만촌1동성당 본당 사회복지위원회 회원 여러분들도 함께 참여해 봉사해 오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함께 다닐 수 없는 입장이라 저 혼자라도 해야 했습니다. 대부분 지병을 가진 독거 어르신들입니다. 고령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식사해결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반찬 구입을 여러 곳을 물색하던 중 성당 신자 류동렬 씨 식당에 밑반찬 조리를 위탁하여 정성껏 국과 반찬들을 준비했습니다. 평소에는 1국과 2반찬이었는데 이날은 1국과 5반찬이 되었습니다.

조리된 밑반찬을 정리 분리하고 있다. 정지순 기자
봉사단원들이 조리된 밑반찬을 정리 분리하고 있다. 정지순 기자

-재료를 구입하고 요리하는 데 드는 경비는 어떻게 조달하시나요?

▶성당에서 매달 소외계층 가정에 반찬 제공으로 일정의 보조금을 받아서 사회복지위원회 회원들과 함께 조리봉사를 해 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장보기도 쉽지 않고 반찬재료 값도 엄청 올라 어려움이 있다고 주임 신부님께 사정도 말씀 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어렵지만 돈 걱정 말고 감염에 조심하면서 봉사해주면 좋겠다고 하시며 신부님 사비라도 보태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신부님께 부담을 드리기 망설여졌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신자분들이 후원금을 보내주셔서 밑반찬 만들고 배달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귀임 씨는 주임 신부님의 남다른 후원에 큰 힘을 얻어 열심히 봉사하게 된다고 했다.

독거인 댁 한 곳에 배달될 밑반찬 종류이다. 정지순 기자
독거 어르신 댁 한 곳에 배달될 밑반찬들. 정지순 기자
배달할 밑반찬을 주머니에 넣어 놓은 것이다. 정지순 기자
배달할 밑반찬을 이름표가 있는 주머니에 넣어 포장하고 있다. 정지순 기자

-신자분이나 등 또 다른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나요?

▶소식을 전해들은 본당 한재권 총회장이 코로나19 예방에는 계란도 좋다면서 훈제계란 15판을 구입하여 이날 보내왔습니다.

후원자가 구입 보내온 훈제 계란을 받고 있다. 정지순 기자
후원자가 구입해 보내온 훈제 계란을 받고 있다. 정지순 기자
배달하기 위해 이귀임 씨 본인차에 밑반찬 넣은 주머니를 싣고있다. 정지순 기자
이귀임 씨가 밑반찬 배달을 위해 차에 주머니를 싣고 있다. 정지순 기자
출발 전 독거인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모습을 본다. 정지순 기자
출발 전 독거 어르신들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고 있다. 정지순 기자
독거인들 댁 배달하는 모습과 또 다른 댁 출입문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 정지순 기자
이귀임 씨가 독거어르신 댁을 방문하여 밑반찬을 전달하고 있다. 정지순 기자

-어느 지역 몇 곳을 가시는지요?

▶만촌1동, 만촌2동, 범어2동, 3개동 골목길을 찾아다닙니다. 도착 전 연락을 해 보지만 전화 연락이 안 되는 가정도 있었습니다. 연락이 안 되는 곳은 연락이 된 가정에 우선 배달하고 다음에 또 가야 했습니다. 국과 밑반찬을 만들고 각 가정에 배달을 완료하면 보통 5시간 정도는 소요됩니다.

거동이 불편한 분도 있고 대다수가 고령의 독거노인으로 건강상 취약계층이므로 얼굴을 보고 가야 마음이 편하고 혹 무슨 일이 있을까 해서 그래서 자주 방문한답니다.

전화 연락은 되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반찬을 안 받겠다 그냥 가시라는 곳도 있어 코로나19로 인해 경계를 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을 때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밑반찬 넣은 주머니를 출입문앞에 두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손짓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정지순 기자
밑반찬 넣은 주머니를 출입문 앞에 두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손짓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지순 기자

이귀임 씨는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독거인 자택 출입문 입구에 밑반찬 넣은 주머니를 놓고 멀리 물러서 있는다. 어르신이 나오면 멀찌감치서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 코로나19 감염에 조심하는 듯 힘들게 받아 가는 모습을 보며 착잡한 심정이었다. 본인 몸도 성치 않은 상태에서도 오로지 그분들을 생각하며 달려 왔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주변을 더욱 어렵게 했다.

여러 댁 중 어지우(93·범어2동) 어르신과는 두 손 마주잡고 서로 포근하게 안아주며 다정하게 대화 나누기도 해 ‘모녀의 만남’ 같게도 보였다.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인 2월 말경에 마스크가 구하기 어려울 때도 본인이 사용하려고 구입한 마스크 50장과 주임 신부님께서 사용하려고 구입한 마스크 40장, 손 세정제 15개, 손 소독제 15개 주신 것도 함께 15세대에 전달했다. 어르신들은 "마스크 구한다는 것은 생각만 했을 뿐이었는데" 하며 좋아하셨다고 했다.

요즘도 계속해서 매주 수요일에는 성당 사회복지위원회원들과 직접 밑반찬을 만들고 배달을 한다. 5월 가정의 달에는 주임신부님이 소외계층을 위해 좋은 곳에 사용하라고 후원금을 주셨다.

5월 6일(수)에는 어버이날을 맞으면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자녀들과 소식이 두절된 독거 어르신들의 일상의 누적된 외로움을 달래고자 특별식으로 돼지갈비찜, 오이소박이, 부추전, 순살 소고기, 훈제계란, 바나나 한 손, 절편 떡, 양말, 손수건, 카네이션과 함께 편지글도 준비해서 홀로 지내시는 독거 어르신들에게 배달을 갔다. 반가워하며 고맙다는 말 전하며 눈물 글썽이는 어르신들도 있었다고 했다.

가정의 달, 5월 어버이날을 맞아 특식으로 준비한 밑반찬과 선물들 독거인 한 댁에 갈 물량이다.  사진 이귀임 씨 제공
가정의 달, 5월 어버이날을 맞아 특식으로 준비한 밑반찬과 선물들 독거어르신 한 댁에 갈 물량이다.
이귀임 씨 제공
독거인 한 댁에 배달할 것을 각 박스에 넣어놓은 것 출발에 앞서,  사진 이귀임 씨 제공
독거어르신 한 댁에 배달할 것을 각 박스에 넣어 정리해 두었다. 이귀임 씨 제공

하루라도 속히 코로나19 가 종결이 되여 거리두기 부담 없이 가까이서 자주 찾아 봤으면 좋겠다고 이귀임씨는 말한다. 이 어려운 시기 슬기롭게 잘 극복하여 건강한 모습과 반가운 마음으로 서로를 만나고 ‘따뜻한 정’을 나누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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