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날] 칼럼-부부
[부부의날] 칼럼-부부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0.05.20 09:4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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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남의 편'이라 말한다. 그러면 아내도 남의 편인가. 결코 그렇지 않음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체험으로 알게 된다. 어렵고 힘들 때 제일 먼저 생각나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부부이다. 이렇게 좋은 부부가 가끔 서로 원만하지 못하여 가정이 파탄나고 자라는 자녀들까지 상처를 받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5월 가정의 달 중에서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뜻에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제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서로 돈독히 지내도록 국가에서 격려해 주는 것 같다.

보통 부부는 생판 모르는 남남이 만나서 혼인을 통해 맺어진다. 대부분 성인이 되어 우연히 만나게 된다. 설사 중매로 만난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예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만난 부부는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살면서 서로 뜻이 맞지 않아 제일 많이 싸우고 제일 미워하면서 정이 들어가는 것 같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우선 식성부터 다르다. 식성뿐 아니라 취향과 문화도 다르다.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이 만나 한마음 한뜻으로 살아가려니 조율해 가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불협화음이 생기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전 세계 인구가 74억이다. 그 절반인 37억 가운데서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 37억 분의 1로 만난 인연이 아니던가. 또 불가에서는 몇 겁의 인연이 있어야 만나게 되는 것이 부부의 인연이라 했다. 그러니 이 얼마나 고귀한 만남이던가. 이렇게 긴 인연의 고리와 귀한 만남이니 당연히 소중하게 여기고 정성을 다해 바람직한 부부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는 어떤 경우라도 내 편이라 확신한다. 거의가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에 형제끼리 분쟁이 생긴다면 부모님도 내 편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또 어느 한 쪽 부모에게 불손하다면 부모님은 당연히 내 편이 아니다. 부모님이 자식을 아무리 사랑해도 끝까지 돌봐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우선 나이가 많으므로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고 설혹 자식보다 오래 산다 할지라도 노쇠해져서 끝까지 도와 줄 수는 더 더욱 없을 것이다.

내 몸보다 더 사랑하는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효성이 지극하다 해도 자기 가정을 꾸리고 나면 부모는 이미 마음으로 한발 멀어지기 마련이다. 자식들의 가정 평화를 위해서도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효자 자식보다 악처가 낫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부부는 서로 아웅다웅하면서 좋은 일 나쁜 일 함께 겪다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닮아가 종내는 한 사람인 듯 편안해진다. 말 안 해도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이해가 되고 웬만한 것은 용서가 된다. 부부는 마주보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관계라고 누군가 말한 것 같다.

마음도 한 마음이지만 주머니도 한 주머니다. 네 것 내 것이 없는 것이 부부다. 부부 아니고 그 누구와 한 주머니가 될 수 있을까. 부모 자식도 한 주머니가 되기 어렵지만 형제자매도 한 주머니가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돌봐 줘야하고 보살핌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부부일 것이다. 삶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 살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부부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존중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고 자랑이 되는 부부로 살아가는 것이 성공적인 부부생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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