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날]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는 것
[부부의날]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는 것
  • 이수이 기자
  • 승인 2020.05.20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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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한 진심,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남편이 끼워준 꽃반지.   이수이 기자
남편이 끼워준 꽃반지. 이수이 기자

 

스물세 살의 어린 새댁은 제사상에 오를 조기가 속까지 잘 익었으면 하는 맘에 조기 등에 칼집을 쭉쭉 내어 노릇하게 잘 구워놨다. 시집 와서 보름 만에 맞는 시댁에서의 첫 기일이라 칭찬을 받고 싶었던 거였다. 제사를 모시기 위해 집안 어른들이 오시고, 정성스레 장만한 음식들이 상에 차려졌다.

“이 조기를 누가 이래 했어?”

“제사 지낼 조기에 누가 이래 칼집을 냈어?”

칭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은 목소리에 어린 새댁은 주방 한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할아버지, 그거 제가 그랬습니다. 낮에 엄마가 나가시면서 조기만 구워놓으면 된다시길래 제가 집사람을 돕는다는 게 실수를 했습니다.”

그때 남편의 나이도 아내와 같은 23살의 어린 신랑이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4월. 제사가 있던 날이었다. 이제는 눈 감고도 조기 하나는 칼집 없이도 잘 구워낸다.

스물셋 어린 나이에 부부가 되어 30여 년을 함께 살아온 그들은 오늘도 지난 어버이날 아들이 사준 건강식품을 하나씩 나눠 먹고, 딸이 사준 하얀 운동화를 신고 앞산 자락길로 향했다. 남편은 아내의 다친 다리에 힘을 길러주겠다고 산을 오르는 대신 아내와 산책을 택했다.

가족사진.  이수이 기자

아침이면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커피를 내려주고, 출근 준비로 바쁜 아내를 대신해서 청소기를 밀어준다. 함께 시간 맞춰 퇴근을 할 때면 한 번은 아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먹자 하고, 또 한번은 남편이 좋아하는 추어탕 한 그릇으로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 어느새 늘 아내가 하던 일들을 남편의 일이 되어버린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소파에 털썩 쪼그리고 누운 아내가 안쓰러워 보인다는 남편. 결혼 30여년 동안 집안의 맏며느리로, 두 아이의 엄마로, 워킹맘으로 살아온 아내의 모습에 가슴 한 켠이 아린다고 한다.

가족들을 위해 가장이라는 역할 하나만으로 모든 것들을 아내에게 떠맡겼던 지난 세월 동안 정작 가장 관심갖고 지켜주고 보듬어줘야 할 아내를 혼자 두었던 남편은 앞으로의 시간 동안은 아내를 1순위로 두겠다고 한다. 핸드폰 속에 ‘마누라’, ‘집사람’, ‘ㅇㅇ엄마’로 불리던 아내는 이제 당당히 ‘아무개’, ‘일순위’로 바뀌었다. 아내는 핸드폰을 처음 손에 쥔 그날부터 남편은 오직 하나 ‘온리유’인 것을...

부부는 커플티도 입고 커플 신발도 신는다. 아내가 좋아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남편이 즐겨 마시는 막걸리도 한 잔씩 하게 된다.

아내는 사진을 찍고 여행하며 글쓰기를 좋아한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위해 서점엘 함께 다니고, 아내를 위해 장거리 여행의 운전기사를 톡톡히 해주며 천천히 가는 법을 따라 배우기 시작했다.

아내는 혼자 야구 중계를 보는 남편 옆에 앉아 쫑알쫑알 도루가 뭐냐, 외야수가 뭐냐며 묻는다. 남편은 아내가 취미 삼아 배우는 바느질을 할 때 옆에 앉아 바늘에 실을 길게 꿰준다.

부부의 사랑과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일상 속에 있다. 부부에게 있어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진심, 그리고 사랑일 것이다. 각자 표현하는 방식은 다를 테지만 상대방이 어떤 상황이 있는지, 어떤 심정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대방이 내 소유라는 생각을 가지지 말고 취향이나 사생활을 존중해 줘야 한다.

서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고, 희망과 사랑을 줘야 한다. 위로를 주고, 좋은 말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따뜻한 표정과 부드러운 언어, 좋은 마음을 보내고 좋은 에너지를 나눠 가지는 것, 그것이 곧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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