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대박! 대박이다!
(61) 대박! 대박이다!
  • 조신호 기자
  • 승인 2020.05.18 10: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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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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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중년층까지 ‘대박!’ 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멋진 풍경, 먹음직한 음식, 좋은 옷, 그리고 무언가 신기한 일에 당면하는 순간, ‘야, 멋지다!’ ‘와, 좋다!’ 라고 하지 않고, 그냥 ‘대박!’, ‘대박이다!’ 라고 탄성을 지른다. 이 때 ‘대박’은 분명 특이한 감탄사이다. 감탄사는 ‘무언가 느끼는 순간 저절로 나오는 놀람의 말,  즉 어머, 앗, 아이고, 엄마야! 등의 탄성이다. 문법적으로는 독립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독립언’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인 감탄사는 놀람이나 느낌 그 자체일 뿐 다른 의미가 없다. 그런데 ‘대박!’이라는 감탄사는 느낌이나 놀람뿐만 아니라, 대화의 상황(문맥)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대화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대신하는 대용어(代用語) 역할을 동시에 한다. 대용어는 ‘거시기’처럼 대화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 명사를 대신해서 미묘한 의미를 전달한다. “거시기 집에 있나?” 하고 한 노인이 이웃집에 들어선다. 그러면 안에서 “예, 어서 오세요!”라는 젊은이의 대답이 들린다. 이때 ‘거시기’는 그 집에 사는 ‘사람’이다. 그 다음에 ‘거시기 좀 빌려가겠네’ 하면, 다시 ‘예! 그러세요’ 라고 대답한다. 이번에 ‘거시기’는 자주 빌려가는 어떤 도구, 즉 사물이다. 대용어 ‘거시기’가 한 순간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 경우이다.

그, 그녀, 그것, 이것, 저것 같은 대명사(代名詞)는 대신하는 명사가 한정되어 있어서 대화 상황을 몰라도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용어는 상황에 따라서 대용(代用)하는 단어와 의미가 다양하게 설정된다. ‘아! 참, 거시기하네!’ 라는 말은, 대화 상황을 모르면 의미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 ‘좀 부끄럽다’ 라는 뜻일 수도 있고, ‘좀 애매하다’ 일 수 도 있다. 주어진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서 미묘한 뜻으로 변용되므로,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도 하고, 찡그리며 외면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박’은 감탄사와 대용어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적인 감탄사, 즉 특이한 감탄사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대박(大 - )’은 명사이고, ‘큰 이득이나 성공·행운 따위의 비유.’라고 풀이되어 있다. ‘대박이 터지다’ 또는 ‘대박을 터트리다’ 라는 예문도 있다. ‘박’ 자가 한자어 없는 순수 한글인 것으로 보아서, 대박은 흥부전 박을 타는 장면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행운의 탄성이 연관되는 연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아주 놀라운 일’이 한 순간 전개되는 광경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박’이라는 단어가 유래되었을 것이고, 그런 의미로 누군가 사용하기 시작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대박이라는 감탄사 겸 대용어는 참 좋은 단어이다. 이 단어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자주 등장하면 좋겠다. 특히 국회의원을 위시한 공직자들을 통해서 '대박’이 연이어 터지기를 기대한다. 어떤 공적 사업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국민들 모두가 ‘대박!’ ‘대박이다!’ 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그 일에 연관된 숨의 성과나 선행이 밝혀지는 경사로 국민 모두가 박수치며 행복해지면 좋겠다.

그러나, 요즈음 뉴스를 장식하는 ‘정대협’ 문제는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기쁨과 감동의 감탄사도, 선하게 진행된 결과에 관한 행복감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싸늘한 실망이다. 성금을 보낸 분들은 물론, 국민들 모두가 그 동안 우리 민족의 아픔을 잘 보살펴 준 노력에 감사하며 ‘대박!’ ‘대박이다!’이라는 함성을 왜 저버린 것일까? 야속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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