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나의 스승 나의 제자
[스승의 날] 나의 스승 나의 제자
  • 안영선 기자
  • 승인 2020.05.14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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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민들의 스승 존경 풍토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한 젊은이가 망망대해에 아버지와 선생님을 배에 태우고 항해하다가 갑자기 해적선을 만났다. 해적들은 아버지와 선생님을 잡아가 노예로 팔아 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몸값을 주면 두 사람 다 놓아 주겠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청년은 호주머니를 뒤져 있는 돈을 모두 모았다. 해적들은 이 돈으로는 한 사람 몫의 몸값밖에 안 된다고 했다. 사정을 해 보았지만 한 사람만 선택하라고 하며, 한 사람 몫도 안 되는데 한 사람은 살려준다고 했다. 청년은 아버지와 선생님, 두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이때 이스라엘의 국가, 사회, 가정의 모든 교육은 선생님을 먼저 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 같으면 부모를 택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 자기를 있게 한 가장 가까운 인연이지만, 선생님은 미래의 이스라엘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을 기르는 중대한 사명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선생님을 먼저 구해야 된다고 이스라엘에서는 가르치고 있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스승과 제자로서 인연을 맺고 살아오면서 스쳐간 무수한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 가르침을 되새겨 참뜻을 기리고, 가정, 이웃사회, 국가에 고루 미치도록 하는 것이 스승께 보답하는 도리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스승 존경 풍토는 옛말이 되어 멀어져간다. 요즈음 학교에서는 ”학생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 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교사의 교권은 무너지고 학생들의 이야기만 들어 주는 세상이 됐다. 
우리의 육신은 부모에게서 받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는 선생님께 배웠다. 깨우쳐주신 선생님의 큰 뜻을 한번 쯤 생각해보고 그 숭고한 뜻을 되새겨보는 마음으로 스승의 날을 맞이하자. 

 

국민학교 6학년 때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로 대신한다.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도리인데 이렇게 인사를 드려 죄송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든 선생님의 가르침 가슴에 새기고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도록 노력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늘 그렇지는 못했습니다. 선생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덕에 전 초등학교 졸업장이 끝이었을 텐데 대학까지 나나와 선생님의 길을 걷다가 정년퇴직하였습니다. 대학에서는 부모님 도움 없이 제 힘으로 해냈지만요.
6학년 수학여행 때 제가 갈 여건이 안 된다는 걸 아시고 여행비도 내 주시고 용돈까지 챙겨 주셨던 선생님. 용돈으로 오백 원을 챙겨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수학여행이라고 해 봐야 경주 불국사 한 바퀴 도는 1박 2일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가슴 아픈 추억이 깃든 여행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수학여행 못 보내는 게 안타까우셨는지 200원을 들려주며 나를 달래셨고 나는 그 돈을 호주머니에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호의로 얼떨결에 수학여행에 합류하게 되었고 난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게 내게 사랑을 쏟아주신 선생님을 내가 교직에 발령을 받고부터 찾아 나서게 되었고, 만남은 몇 년 못하고 선생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지요. 
동창들 몇이 마음을 모아 평소에 선생님 좋아하시던 소주도 사고 떡도 사고 과일도 사 산소로 갑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 거기에도 다 들리지요. 그 동안의 감사를 이제야 이렇게 전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돌아가시기 전에 시신을 기증했다는 소식을 오늘 들으니 참스승이란 이런 우리 선생님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오늘밤도 하늘에는 별이 뜨겠지요. 시골 마을에서 가난에 찌들었던 우리들, 학교 가고 싶어 눈물 지으며 바라보던 그 별을 다시 바라보며 이제 모두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갑니다. 선생님 부디 제자들 걱정 마시고 편히 계십시오.

저도 교직에 있어 제자가 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선생님이시지요? 저는 의성00학교 제자입니다. 선생님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싶어서 지금 친구와 함께 집 골목 앞에 와 있습니다. 댁에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저의 응답이 떨어지자 그들은 곧장 제 집을 찾아 들어왔습니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니까 스승 찾기에서 알았다고 합니다.
곧장 식당으로 가자고 해서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저는 제자들에게 선생님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부모형제 사이에도 험악한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 세상에, 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초임학교 제자들입니다. 올해 61세 회갑인 8명의 제자들이 해마다 스승의 날이라고 찾아옵니다. 전 선생님처럼 훌륭한 스승도 아닌데 대접을 받으니 부끄럽습니다. 지금 하면 더 사랑해 줄 걸 하는 생각을, 스승의 날에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