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 꽃 피면 복권을 사라
행운목 꽃 피면 복권을 사라
  • 김외남 기자
  • 승인 2020.05.11 13: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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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목 꽃이 피면 복권을 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흔하게 피지 않는 꽃이다. 행운목은 잘 길러도 한 5년은 지나야 꽃이 핀다. 그 향기는 라일락향과 비슷한데 짙은 향기를 꽤 오래 풍긴다.

1980년대 쯤 이야기다. 형님뻘 되는 분이 계시는데 시골에 논밭이 많은 촌부자다. 아주버님은 교사이고 막 전문대 졸업한 큰 딸이 있었는데 졸업과 동시에 취직이 되었다. 형님은 마음이 후덕하고 조상 제사를 정성으로 잘 모시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제사장 볼 때는 절대로 깍는 법이 없고 물건을 고른다고 이 집 저 집 왔다 갔다하며 옆눈 팔지 않는 성미다. 제사 지내는 안날이었던가 보다. 꿈결에 조상이 나타나서 "얘야 노끈을 좀 준비하거라" 라고 선몽을 했다. "노끈은 뭐하게요. 느닷없이 왠 노끈은요"하며 꿈을 깼다고 한다. 그날은 휴일이었고 시내에 볼일로 나간 큰딸 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나 복권 당첨됐어" "뭐라고?' "복권 한 장 샀는데 그게 2등으로 당첨됐다고." 

1980년대 천만원이면 엄청 큰 돈이었다. 500만원이면 단독주택 전세도 얻는 시대였다. 끈을 준비하라는 조상의 선몽은 큰돈을 묶을 노끈을 준비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딸이 결혼을 하는데 시댁도 부잣집이었고 남편 될 사람도 큰 기업체 부장이었다. 그 당첨금은 딸이 시집갈 때 지참금으로 가져갔다.

밑져야 본전, 잃어야 푼돈 나도 내일은 두어 장 살까 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터.  일주일이 설렘으로 행복한 한 주가 되게 복권을 사볼 작정이다. 행운목 나무가 있어 꽃이 피거든 복권을 사보는 건 어떨까. 행운은 행운을 좇는 사람에게로 가는 법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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