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이윤복을 키운 김동식 선생님
[스승의날]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이윤복을 키운 김동식 선생님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0.05.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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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균 감독의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한 장면.
김수용 감독의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한 장면.

 

1965년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실화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주인공은 당시 대구 명덕초등학교 4학년 이윤복이었다. 윤복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또래들보다 두 해 늦게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집에는 동생들이 셋이나 있었고, 윤복이 실질적인 가장이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영화 포스터.
‘저 하늘에도 슬픔이’ 영화 포스터.

아버지는 노름과 술에 빠져 직업 없이 가족들을 돌보지 않았고,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렸다. 어린 윤복은 동생들을 위해 학교수업이 끝난 후 밤늦도록 대구시내 거리에서 구두를 닦고 신문을 팔고 껌을 팔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국수를 사다 동생들과 같이 삶아 먹었다.

신문과 껌이 팔리지 않는 날은 깡통을 들고 이곳저곳으로 다니며 밥을 얻어먹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끼니를 걸러야 했다. 수입이 더 나은 구두닦이를 하기 위해 구두 닦는 통을 마련했지만, 사흘이 못 돼 불량배에게 붙들려 구두 닦는 통을 빼앗기기도 했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윤복은 그날그날의 일상들을 꼬박꼬박 매일 일기장에 담았다.(1963년 6월~1964년 1월) 당시 대구 명덕초등학교에서 재직(在職)하면서, 가난한 학생들에게 헌신적이었던 김동식 교사가 윤복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되었다. 김 교사는 윤복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일기를 건네받아 후배와 함께 서울로 가 여러 출판사를 다닌 끝에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1964년 3월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이 일기는 1965년도 김수용 감독에 의해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영화는 ‘제5회 대종상 특별장려상’을 받았고, ‘제2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출품됐다.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윤복의 일기는 당시 온 국민에게 진한 감동을 줬고, 전국 각처에서 온정(溫情)이 답지했다.

그 후 윤복은 대구 경복중학교와 능인고등학교를 졸업,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했다. 군 복무 후 직장생활을 하다, 1990년 만성간염 으로 대구 경북대 병원에 입원한지 16일 만에 37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김동식 교사는 1957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교육계에 투신(投身), 1983년 미국으로 이민할 때까지, 26년 동안 교사의 길을 걸으셨다.

미국 이민 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성서신학대학원에서 2001년도에 기독교교육학 박사를 취득하고, 목사안수를 받았다. 김 교사는 현지에서 청소회사를 운영 하며, 이민생활의 기반을 닦도록 한국인들에게 일거리를 주며 선행을 베풀었다. 또한 비행(非行)청소년들을 바르게 인도하는 봉사 활동도 펼치다, 200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선셋카이즈 병원에서 급성 폐렴으로 향연 71세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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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이윤복씨.(왼쪽 첫번째)
생전의 이윤복씨.(왼쪽 첫번째)

우리집은 모두 여섯식구 입니다. 엄마, 아빠, 나, 여동생 순나, 남동생 윤식이, 그리고 욕심쟁이 막내 옥이까지...

우리 여섯 식구는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노름으로 인해 우리집의 행복은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아빠의 노름으로 인해 매일 아빠와 싸우시던 엄마는 어느 날 우리 사남매를 버리고 집을 떠났습니다.

엄마...보고 싶어요...

엄마 가출 후 아빠와 함께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작은 옥탑방에 방을 얻게 되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드러누운 아빠와 어린 동생들을 위해 저는 구두도 닦고, 신문도 팔고 껌도 팔았습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날이 계속 될까요? 엄마가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아빠는 어린 동생들을 고아원에 보내자고 합니다. 동생들과 헤어지기 싫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하늘에도 슬픔이 있을까요?

(이윤복 일기장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