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을 내리는 듯 반짝거리는 윤슬이 은빛 비늘 같다.
금년에는 모두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리/나리/개나리/입에 따다 물고요/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개나리가 노란 파스텔을 문지른 듯 만개한 이른 봄, 어미닭이 병아리무리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툇마루에 걸터앉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심신이 안정되고 세상을 다 가진 듯 여유로움이 물씬 인다.
모처럼 신천을 찾았다. 신천은 팔조령에서 발원하여 정대를 거쳐 가창댐을 지나 흘러드는 지류와 합쳐 강원도의 내림천처럼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금호강과 함께 대구의 젖줄이기도 한 신천에는 왜가리, 백로, 해오라기, 천둥오리, 희빰검둥오리, 가창오리, 수달, 논병아리 등등 많은 생물들이 사람과 공존하는 곳이다. 따라서 DMZ처럼 서로가 불가침의 지역이기도하다. 그 누군가는 백로의 한가한 몸짓이 여유로워 부러워 하지만 이는 작은 물고기라도 잡아 목숨을 부지하려는 수단이다. 따지고 보면 생존경쟁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어미오리가 새끼를 거느렸다. 하나, 둘, 셋, 모두 열 마리다. 물위에 동동 떠서 어미 뒤를 오종종 따르는 모습이 귀엽기가 한량없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흡사 융단을 두른 듯하다. 아침 햇살까지 축복을 내리는 듯 반짝거리는 윤슬이 은빛 비늘 같다. 사람의 낌새를 느끼자 물 건너편으로 옮겨보지만 그 곳에도 사람의 그림자가 얼쩡거린다. 다시 중앙에 이르러서는 하나, 둘, 셋, 열 마리를 확인하고는 새끼들을 다독거려 먹이활동이다. 주로 먹는 먹이는 수생식물이나 수초, 플랑크톤이다. 간혹 피라미새끼도 먹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현재 신천에서 오리들의 목숨을 노리는 천척으로는 말똥구리 등 맹금류를 들 수 있으나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아무래도 야생고양들이다. 작년 여름 태풍 미탁으로 인해 버들나무 등 대부분의 습지와 숲이 사라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며칠을 지나 만나면 그 수가 줄어 안타까움을 남겼지만 금년에는 모두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