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신천 오리
열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신천 오리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05.06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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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은 생존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축복을 내리는 듯 반짝거리는 윤슬이 은빛 비늘 같다.
금년에는 모두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미 뒤를 놓칠새라 졸졸 따르는 아기오리들. 이원선 기자
어미 뒤를 놓칠새라 졸졸 따르는 아기오리들. 이원선 기자

나리/나리/개나리/입에 따다 물고요/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개나리가 노란 파스텔을 문지른 듯 만개한 이른 봄, 어미닭이 병아리무리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툇마루에 걸터앉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심신이 안정되고 세상을 다 가진 듯 여유로움이 물씬 인다.

모처럼 신천을 찾았다. 신천은 팔조령에서 발원하여 정대를 거쳐 가창댐을 지나 흘러드는 지류와 합쳐 강원도의 내림천처럼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금호강과 함께 대구의 젖줄이기도 한 신천에는 왜가리, 백로, 해오라기, 천둥오리, 희빰검둥오리, 가창오리, 수달, 논병아리 등등 많은 생물들이 사람과 공존하는 곳이다. 따라서 DMZ처럼 서로가 불가침의 지역이기도하다. 그 누군가는 백로의 한가한 몸짓이 여유로워 부러워 하지만 이는 작은 물고기라도 잡아 목숨을 부지하려는 수단이다. 따지고 보면 생존경쟁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인기척에 황급히 자리를 뜨고 있다. 이원선 기자
인기척에 황급히 자리를 뜨고 있다. 이원선 기자

그 와중에 어미오리가 새끼를 거느렸다. 하나, 둘, 셋, 모두 열 마리다. 물위에 동동 떠서 어미 뒤를 오종종 따르는 모습이 귀엽기가 한량없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흡사 융단을 두른 듯하다. 아침 햇살까지 축복을 내리는 듯 반짝거리는 윤슬이 은빛 비늘 같다. 사람의 낌새를 느끼자 물 건너편으로 옮겨보지만 그 곳에도 사람의 그림자가 얼쩡거린다. 다시 중앙에 이르러서는 하나, 둘, 셋, 열 마리를 확인하고는 새끼들을 다독거려 먹이활동이다. 주로 먹는 먹이는 수생식물이나 수초, 플랑크톤이다. 간혹 피라미새끼도 먹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아침 햇살 속에서 한 폭의 그림이다. 이원선 기자
아침 햇살 속에서 한 폭의 그림이다. 이원선 기자

현재 신천에서 오리들의 목숨을 노리는 천척으로는 말똥구리 등 맹금류를 들 수 있으나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아무래도 야생고양들이다. 작년 여름 태풍 미탁으로 인해 버들나무 등 대부분의 습지와 숲이 사라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며칠을 지나 만나면 그 수가 줄어 안타까움을 남겼지만 금년에는 모두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