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대구 금호강(琴湖江)을 걷다 ②
봄날, 대구 금호강(琴湖江)을 걷다 ②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5.0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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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곡교에서 강정고령보까지 17km 도보 나들이
금호강(달서천 부근, 필자 촬영)
대구 금호강 달서천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정신교 기자 

 

4월의 마지막 날, ‘부처님오신날’ 아침 금호강 하중도(대구 북구 노곡동)로 향한다. 노곡교에서 금호강을 따라서 강정고령보까지 걸어 볼 작정으로 길을 나섰다. 공항교에서 금호 1, 2교, 무태교, 하중도까지는 집에서 가깝고 신천과 연결되어서 가끔 왕래하지만, 팔달교를 지나서 낙동강으로 나가는 구간은 평소 접근하기에 거리가 있었다.

오전 8시 반 경, 하중도 고수부지에는 아침 운동 나온 사람들이 꽤 보인다. 녹음이 깔린 하중도를 건너다보면서 팔달교 방향으로 내려간다. 배추벌레 같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느릿느릿 철교 위를 지나가고, 다리 아래에는 소녀가 모닝커피를 팔고 있다. 매천대교를 지나니 왼쪽에 하수처리장이 보인다.

달서천하수처리장은 도심의 생활하수와 3공단, 서대구 및 염색공단의 폐수와 분뇨를 처리하여 금호강으로 방류하는 곳으로, 대구에서 가장 먼저 생긴 곳이다. 이후에 신천을 비롯하여 서부, 북부, 지산, 안심, 현풍 하수처리장이 들어서서 금호강 수질을 대폭 개선하였다. 특히 조야동의 신천하수처리장은 처리수를 상류인 상동교로 역류시켜 방류함으로써 신천의 수량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있다.

금호강 와룡대교(필자 촬영)
금호강 와룡대교가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정신교 기자

비산염색산업단지에서 달서천을 거쳐 금호강으로 맑은 물이 시원스레 흐르고, 길게 뻗은 모래톱에 검독수리와 왜가리가 적당히 거리를 두고 먹이를 찾고 있다. 웅장한 금호대교(5.0 km) 교각들 아래에는 아직도 바람이 차다. 와룡대교는 다사읍 방천리와 북구 사수동을 연결하는 대구 최초의 사장교로 야간 경관이 빼어나다.

와룡대교를 지나니 강은 서서히 남쪽으로 물줄기를 틀기 시작한다. 봄 가뭄이 심한지 여기저기 도로 위에 미끼가 될 만한 지렁이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런 까닭인지 경부선 철교 아래 드문드문 낚시꾼들이 보인다. 혜랑교(7.5 km)를 향해 가면서 왼쪽에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이 보인다. 지금은 그린에너지센터로 바뀌어서 생활폐기물을 처리 가공하여 전기와 열로 변환하여 인근 공단에 공급하고 있다. 중년 여성 둘이 자전거를 세워두고 돌나물을 캐고 있다.

‘아저씨가 간이 나쁜 모양이지. 녹즙 소재로 돌나물이 꽤 인기가 있었는데….’

푸른 하늘 아래 노란 갓꽃으로 물든 고수부지가 펼쳐지고, 알싸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갓과 유채 같은 십자화과(十字花科) 식물들은 호흡하면서 맵고 아린 함황(含黃) 성분을 공기 중으로 내뿜는다.

왼쪽의 서재리(鋤齋里)는 와룡산을 끼고 도는 포근하고 아담한 분지로서 성주 도(都)씨 집성촌이었다. 지금은 성서산업단지의 베드타운으로 인구가 많이 증가하여 최근에 다사읍 출장소가 생겼다.

금호강 고수부지(세천교, 필자 촬영)
세천교 부근 금호강 고수부지.  정신교 기자

휴일 가족끼리, 동호인들끼리 사이클링을 즐기는데, ‘재난지원금’에 관한 대화들이 바람에 스쳐 간다. 자연에서 사람으로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강물은 절벽을 끼고 훌쩍 돌아간다. 허벅지가 저려 와서 그늘의 벤치에서 바나나 한 쪽을 먹고 젖은 양말을 갈아 신고 조금 보속을 높였다. 강정보까지 6km 남았다.

세천교(13.4 km)를 건너서 강의 오른쪽 둔덕길을 따라 강창교로 향한다. 파크골프장과 게이트장이 있는 고수부지와 산책로에 사람들이 점점 많이 보인다. 강 건너에는 잉어, 붕어와 같은 민물고기 매운탕 집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모두 정비되었다. 조선 시대에 한양으로 가는 세곡의 창고가 있어서 강창(江倉)으로 불리었다. 은빛 물고기 모양의 강정고령보 디아크문화관(16.8 km)이 보인다. 300리 길을 허위허위 달려온 강물은 소임을 완수한 듯 묵묵히 사문진(沙門津) 습지에 주저앉는다.

낙동강 사문진(필자 촬영)
낙동강 사문진 나루터 부근.  정신교 기자

 

금호강(琴湖江)

가사령(佳士領) 샘솟아 백두대간 넘어올 제

가을 바람 비파소리 우륵(于勒)의 혼령인가

달구벌(達句伐) 굽이굽이 고향으로 돌아가네

경자년(庚子年) 입하(立夏) 雨人

 

낙동강(洛東江) 강정고령보는 수력 발전으로 연간 1천340만kW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는 1만2천 명이 한 해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이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군데군데 텐트를 치고 ‘생활 속의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휴일을 즐기고 있다. 복잡한 맛집을 피해서 찾은 칼국수 식당에서 쇠고기 국밥을 시키니 국보다 밥맛이다. 성서2번 버스를 타고 대실역으로 나와 지하철로 환승해 귀가했다. 지공거사(地空居士)의 괜찮은 한나절이었다.

낙동강 강정고령보(필자 촬영)
낙동강 강정고령보.  정신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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