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단 꽃이 만개한 도동서원
목단 꽃이 만개한 도동서원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04.29 18: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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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 꽃이 한창이라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간 도동서원
1607년에 도동서원으로 사액되었다.
도동서원의 초연한 자태가 옛 선비를 대하는 것 같아서 절로 겸양해 진다.
봄빛 속의 도동서원 전경, 이원선기자
봄빛 속의 도동서원 전경. 이원선 기자

목단(牧丹)은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과 낙엽관목으로 꽃이 위엄과 품위를 갖추고 있어 부귀화(富貴花)라고도 한다. 또, 꽃 중에 왕이라고도 하며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신라 진평왕 때로 알려져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진평왕 때 “당(唐) 태종(太宗) 이세민이 붉은색, 자주색, 흰색의 세 빛깔의 모란을 그린 그림과 그 씨 석 되를 보내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때 모란그림병풍을 본 덕만(후일 신라 제27대 선덕여왕)이 벌과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향기가 없을 거라 예언한다. 또한 그때 보내온 모란꽃씨는 석 되를 두고 당태종이 신라국의 3명(선덕, 진덕, 진성)의 여왕탄생을 예견했다고 하지만 믿을 것은 못된다.

꽃은 5월에 홍자색으로 피고 지름이 15cm이상이며 열매는 9월에 익고 그 모양이 불가사리 모양이다. 종자는 둥글고 흑색이다. 다양한 색깔과 겹꽃으로 개량된 재배품종이 있으며 뿌리와 껍질은 약용으로 사용한다. 꽃말은 부귀, 영화, 왕자의 품격, 행복한 결혼 등이다. 전 세계에 약 35종이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의 온대 지역에 분포한다. 도동서원에 목단 꽃이 한창이라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다.

도동서원은 지역적으로 봤을 때 대구광역시 소재지만 도심에서 그렇게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입구에는 수령 약 400여년으로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가을철 나뭇잎색깔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면 그 모습을 보려고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다람재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도동서원 전경. 이원선기자
다람재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도동서원 전경. 이원선 기자

봄을 맞아 보호수 역시 가지가지마다 연두색 새싹으로 파릇파릇하여 싱그럽다. 주차장은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해 이미 차량들로 넘쳐난다, 우여곡절 끝에 주차를 마치고 수월루(水月樓) 아래를 지나 중정당(中正堂)으로 향한다.

경북 달성군 구지면 구지서로726(도동리 35번지)소재 도동서원은 조선 초기의 명유(名儒)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을 배향한 서원으로 중정당, 사당, 담장은 1963년 1월21일 보물 제350호 지정되었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도동서원은 “1568(선조 2)년 지방유림에서 비슬산 동쪽 기슭에 세워 쌍계서원(雙溪書院)이라고 하였고, 1573년에 같은 이름으로 사액되었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다가 1605년에 사림들이 지금의 자리에 사우를 중건하여 보로동서원(甫勞洞書院)이라고 하였다. 이후 1607년에 도동서원으로 사액되었다. 도동서원강당사당부장원(道東書院講堂祠堂附墻垣:보물 350)이 있다. 2007년 10월 10일 사적 제488호로 지정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도동서원은 대원군의 사원 철폐 시 폐철되지 않은 47개의 중 한곳이기도 하다. 환주문을 지나 중정당에 이르면 서까래를 받치는 기둥에 흰색 종이를 두룬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서원 중에서 단연 으뜸이란 표식이다. 그 뿐만 아니라 축대에는 기단용두와 앙증맞은 다람쥐 모형이 새겨져 있다. 다람쥐 모형은 양쪽에 각 1개씩으로 도합 2개다. 머리가 위로 향하는 곳으로는 올라가고 머리가 아래로 향한 곳은 내려오라는 표식이다. 또한 중정당 바로 앞에는 정료대(庭燎臺: 서원이나 향교의 사당이나 강당 앞에 관솔불을 피우기 위해 설치하는 석조물로, 요거석(燎炬石) 또는 불우리라고도 한다.)가 있어 그 옛날의 선비들이 밤에도 학문증진에 열중했음을 알 수 있다.

기둥마다 흰색 띠를 두룬 것은 서원 중 으뜸이라는 표식이다. 이원선기자
기둥마다 흰색 띠를 두룬 것은 서원 중 으뜸이라는 표식이다. 이원선 기자

목단 꽃은 환주문 양옆으로도 도열했지만 중정당 뒤편에서 무리를 지어 한창이다. 꽃잎이 넓고 크다보니 산들바람에도 너울너울 춤을 추는 듯하다. 주위에는 제비꽃을 비롯한 각종 야생화와 돌나물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꽃과 함께 봄 향기가 진동하다 보니

봄을 찾는 행렬이 끝없다. 엄마 손을 맞잡은 애기가 방긋방긋 웃고 “목단이다.” 불현 듯 나타난 아베크족은 꽃과 비견하여 얼굴을 견준다. 아름다움을 갖춘 목단 꽃이 사람들을 유혹하여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를 든 진사님들이 연신 꽃을 향해 렌즈를 견주고 관광객들이 수시로 드나들어 봄이란 계절이 아낌없이 내어주는 향연에 잠시나마 시름을 떨쳐 꽃구경 삼매경에 풍덩 빠졌다가 떠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꽃의 상태가 끝물에 가깝고 며칠 전 몰아닥친 한파에 냉해를 입어 꽃잎 끝이 검게 퇴색됨은 물론 말려들고 있는 모습이다. 금년 봄은 유난히 따뜻했지만 때 아닌 꽃샘추위가 꽃의 생명을 단축 시켜버린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매년 꽃 사태가 나듯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던 비슬산 정상부근의 참꽃군락지도 냉해를 입어 예년 같지 못하단다. 봄꽃마저 이상기후에 일찌감치 스러지고 보니 질긴 악연의 끝을 알 수 없는 역병의 등쌀에 심신은 피곤에 찌들고 가슴속 가득 근심만 덕지덕지 쌓인다.

중정당 뒤란에 만개한 목단 꽃. 이원선기자
중정당 뒤란에 만개한 목단 꽃. 이원선 기자

돌아오는 길은 낙동강 강변을 따라서 시원하게 뚫린 길을 버리고 옛길을 택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슬러 오르는데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은 이미 터널을 이루어 봄단장이 짙다.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은 옛정이 그립기도 했지만 다람재에서 내려다보는 도동서원의 모습이 가히 일품이기 때문이었다. 다람재 정상에 있는 정자에 오르자 미리 자리를 차지한 자전거 동호인으로 보이는 한때의 외국인들이 도동서원과 굽이치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그들의 고국과 비교하여 자연예찬이 귀에 달콤하여 은근한 미소를 짓는다.

미세먼지가 시야를 방해하고 바람결이 비수를 품은 듯 사나웠지만 봄볕만은 자글자글 대지에 팽팽하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도동서원의 초연한 자태가 옛 선비를 대하는 것 같아서 절로 겸양(謙讓: 겸손한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함)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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