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날] "때려도 좋으니 남편이 살아왔으면 좋겠어요"
[부부의날] "때려도 좋으니 남편이 살아왔으면 좋겠어요"
  • 이한청 기자
  • 승인 2020.05.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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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동래 기자
 봄꽃을 감상하며 대화하는 부부.  조동래 기자

 

참으로 어렵고 힘들게 사는 부부가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 하나를 둔 부부였는데 그 아내가 불쌍했다. 벌이도 없는 남편이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매번 부인을 때려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 속에 있던 말인지 독한 말을 했다. 그런 남편, 차라리 죽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말에는 씨가 있다고 했던가? 몇 주 후 끔찍한 소식이 왔다. 그 남편이 술 취해 집에 오다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유명을 달리했단다. 그 소식을 듣고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나 슬프셔요?”

아무리 바라던 바였어도 “뜻대로 되셨으니 잘 되었네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여간 당혹스러웠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한동안 어찌 지내시나 궁금했다. 얼굴에 수심이 가셔졌나 혹은 다른 근심이 또 생겼을까? 한 달쯤 지나서 우연히 잠깐 뵙게 되었는데 눈물을 줄줄이 흘리시며 "때려도 좋으니 남편이 살아왔으면 좋겠어요"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찌르르 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있을 때 좀 더 잘해주고 조금만 더 배려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부란 무얼까? 이성으로 태어나고 성장해서 성인이 된 남녀가 만나서 결혼이란 형식을 거치면 아무런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없어도 부부라고 부른다. 부부로 살다가 기분이 나쁘면 미련 없이 돌아서는 것도 부부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수억 겁의 인연이 있어야 부부로 맺어진다고 하고, 성경에서는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온전한 한 몸을 이루는 신성한 관계임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짝 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 것이라 했는데, 요즘 부부의 마음에 그런 생각이 있을까 의문스럽다. 부부가 되었으면 자기 생각보다 서로 간에 배려와 의무에 충실해야 하는데 의무는 잊고 섬김 받기만 원한다.

신뢰를 배신하고도 부끄러워 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폴란드에서 결혼을 할 때는 결혼반지 안에 Mors Sola(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글을 조각한단다. 이런 각오도 없이 부부라는 말을 하기는 참으로 부끄럽다.

힘들고 어렵다보면 부부라는 묶은 끈을 풀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해도 우리들은 빈부를 막론하고 병들거나 건강할 때나 변함없이 사랑하고 섬기겠노라 자원하여 세상에 선포하고 부부가 되었다. 그 말에 책임을 지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기 결정권이라는 희한한 법을 만들었다. 부부간에 자기 몸이라고 제 마음대로 결정하고 사용해도 좋다는 법은 악법이다. 마음대로 행해도 질서가 유지되는 선한 국민들이라면 법이 그리 많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60년간을 부부로 함께 산 남편이 아내가 고관절을 다쳐 움직이지 못하고 합병증이 생겨 정신이 혼미해지자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네 엄마 곁에서 자고 싶구나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쓴 이틀 후 아내를 떠나보내고 한 팔이 떨어진 것 같다며 애통했단다. 한 평생을 다정하게 살았단다.

부부라는 단어는 고귀하고 신성한 단어다. 영육으로 가슴으로 맺어진 부부라야 온전한 부부가 아닐까. 한번 맺어진 부부는 유명을 달리 할 때까지 부부인데 한 눈 팔지 말고 있을 때 서로를 더욱 귀하게 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