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으며] 삼대가 한 집에 사는 법
[가정의 달을 맞으며] 삼대가 한 집에 사는 법
  • 안영선 기자
  • 승인 2020.04.2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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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사귀는 여자 친구라며 며느리 될 사람을 데리고 오던 날 시아버지로서 중심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가지만 부탁하자고 했다. “결혼하면 1년을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야 한다.”

그것은 새 식구를 길들이고 훈련시키려는 것이 아니고, 집안의 내력과 풍습도 알고 친척들도 알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라는 걸 조심스럽게 이해시켰다.

첫 만남이 있고 한 달 정도 뒤부터 혼담이 오가고 결혼 날짜를 잡고 예식장을 잡던 날 다시 물었다.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 한 것은 잊지 않고 있겠지 하니 아들이 딱 1년이라고 하며 웃었다.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며느리가 우리 집 2층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우리 집에서 첫날 아들과 며느리에게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은 이층 대문으로 드나들고, 만나면 인사하고, 전세 사는 사람처럼 밥도 따로 해 먹고, 신혼생활에 불편하지 않게 우리는 의식하지 말고 잘 살아라.”

아침 인사를 하러 내려 왔지만 다음날부터는 안 해도 된다고 했다. 3일이 지났을까, 저녁을 한 번 차렸다며 올라오라고 했다.

전복에 쇠고기에 잘 차려진 상이었다. ‘사돈이 가까이에 사시니 낮에 오셔서 준비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길러 남의 집에 보내셨는데, 밥에 반찬까지 하셨던가.’ 사돈 내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에 전화를 하고 아들을 보내 모셔 오게 했다. 같이 식사도 맛있게 하고 술도 한 잔 했다.

한 집에서 아래 위층에 사는데 불편한 것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게 사는 동안 손자가 둘이나 태어났다. 큰 손자는 올해 중학교에 갔고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딱 1년이라고 하더니 아들 내외는 13년이 됐는데도 아직 안 나가고 살고 있다. 그래도 며느리와 아들에게 심하게 대하진 않았나 보다. 손자들과도 서로 이야기로 소통이 됐다고 생각하며, 아들보다 며느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시골 노할머니가 아래층에 계실 때도 효성을 다 했지만. 아내가 딸아이 산바라지를 한다고 인천에 보름이 넘게 가 있는 동안도 국 끓여 오고 밥 해다 놓는 등 수고가 많았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집안의 대소사도 알아서 잘 챙긴다. 명절에 다 모이면 14명이 한 집에서 며칠을 북적거리는 데도 얼굴 한 번 안 찌푸린다. 더 화목해지는 것도 다 3대가 한 집에 사는 덕분이다. 모두의 노력도 있지만 서로가 조금씩 양보한 덕분이 아닐까 생각하니 고맙다.

3대가 한 집에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각자 책임감을 가지고 먼저 준비하며 챙기는 자세에서 가족의 화목함이 나오는 것이다. 돈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돈이 없어도 우애를 가지고 서로 돕고 살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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