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복지관, 갈 곳 잃은 노인들
닫힌 복지관, 갈 곳 잃은 노인들
  • 김정호 기자
  • 승인 2020.04.20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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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해가 지겨운 노인들

 

일요일인 지난 19일 대구 도시철도 2호선 종점 문양역을 찾았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노인들이 삼삼오오 정자 밑에 모여서 장기와 바둑을 두고 곁에서 훈수하다가 핀잔을 듣는 등 왁자지껄하던 곳이다. 그런데 일요일 낮인데도 노인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간간이 마천산 등상객들만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찾던 노인들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라는 생소한 전염병이 가져다 준 현상이다. 그러고 보면 대구 시내 각지에 흩어져 있는 복지회관도 모두 문을 닫아 걸었고 심지어 가요교실, 서예교실 같은 곳들도 모두 폐쇄되었다.

노인들에게는 복지관에 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유익한 생활정보와 강의도 듣고, 서예, 하모니카, 오카리나, 스포츠 댄스 같은 개인 취미활동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게다가 운좋게 연예위문공연단이라도 오는 날이면 흥겨워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기도 하였다. 그리고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 1천~2천 원 싼 값에 양질의 점심도 해결하였다.

월요일인 20일 오전 기자가 찾은 대구시 북구 함지복지관도 역시 문 앞에 휴관이라는 안내문 하나만 출입문에 붙어 있고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다. 혹시나 해서 복지관을 찾아온 곽철도(84·대구 북구 구암동) 어르신이 힘없는 모습으로 발길을 돌린다.

"노인들이 갈 곳이 없어요. 세 사람 이상은 모이면 안 된다고 하니 친구들도 만날 수 없지요. 친구들 만나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어쩌다 형편이 되면 소주 한 잔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인데"하며 말끝을 흐린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지 않고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내야 하는 노인들이 더 걱정이다. 이제 대구의 코로나19 전파로 인한 확진자들이 차츰 줄고 있다. 하루 빨리 이 사태가 진정이 되어 모든 국민들이 예전처럼 활기차게 생업에 종사하고, 특히 어르신들도 친구들 만나고 각자의 기호에 따라 복지관이나 문양역 같은 곳에서 마음껏 즐기실 수 있는 좋은 시대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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