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이 우리 힘으로 이뤄졌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에 관하여
“광복이 우리 힘으로 이뤄졌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에 관하여
  • 정재용 (엘레오스) 기자
  • 승인 2020.04.14 10:0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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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을까?
정재용 기자
정재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어울쉼터에서 열린 제101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 참석해서 "광복이 우리의 힘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우리는 2021년 완공될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 영원히 새길 것"이라며 "친일이 아니라 독립운동이 우리 역사의 주류였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19년의 3․1운동 직후 한반도 안팎에는 여러 개의 임시정부가 나타났다. 3월 21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대한인 국민회가 ‘러시아령 임시정부’를 선포하고 이승만을 국무총리 겸 외무장관으로 추대했다. 이어서 4월 11일 ‘상해 임시정부’가 이승만을 수반(대통령이 없는 상태의 국무총리)으로 선포되고, 4월 23일 전국 13도 대표가 서울에 모여 국민회의를 조직하고 ‘한성(漢城) 임시정부’를 선포했다. 여기서도 이승만은 대통령격인 집정관 총재로 선출됐다. 1919년 9월에는 상해에서 세 개의 임시정부를 통합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대통령에 이승만, 국무총리에 이동휘, 노동국 총판에 안창호, 경무국장에 김구를 추대했다.

이렇듯이 이승만을 제외하고는 임시정부를 논할 수 없을 정도이나 현재 정부는 "임시정부는 우리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대한민국의 법통"이라고 내세우면서도 이승만은 철저하게 제외시키고 있다. 그 한 예가 지난 해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리는 위원회(위원장 한완상)가 관련 인물을 대형현수막으로 전시하면서 이승만을 뺀 것이다. 정부청사에는 여운형, 남자현, 김구, 안중근, 김상옥, 윤봉길, 유관순, 이봉창, 안창호, 이회영 10명의 전신 그림이 걸렸다. 이 중에는 임시정부와 무관하거나 독립운동 계열을 달리했던 인물도 포함됐다. 여운형은 임시의정원 의원이었으나 해방 후 건국준비위원회를 세우면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광복이 우리 힘으로 이뤄졌다”고 한 것은 임시정부의 공을 치하하는 말로 봐 줄 수는 있으나 냉엄한 국제현실로 보면 합당한 말이 아니다. 임시정부는 1대 이승만(1919.9.~1925.3.)을 시작으로, 김구는 6대(1926.12.~1927.8.)와 1940년부터 해방되기까지 12, 13대 수반을 지냈다. 김구는 1931년에 ‘한인애국단’을 조직하고 1932년 1월 이봉창 의거, 같은 해 4월 윤봉길 의거 등 항일 독립운동을 벌였다. 그런 가운데도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1937년 7월 시작된 중일전쟁조차 승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2월 미국, 영국, 소련이 얄타에 모였다. 일본의 패망 뒤를 의논하는 자리였는데,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북위 38도선 북쪽은 소련군의 힘을 빌려야 했다. 이런 일본을 상대로 “우리 힘으로 광복을 이뤘다”는 것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하나는, 21대 총선이 코앞인데 왜 하필 이 시점에 "역사의 주류는 친일이 아니라 독립운동“이라고 했느냐는 점이다. 지금 여당은 ‘독립’이고 야당은 ‘친일’로 빗댄 말이다.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의 업적조차 깡그리 친일로 뭉갠 표현이다.

현 정부는 끊임없이 편 가르기를 한다. 나 아닌 남은 ‘적폐세력’이다. 이번 선거에서 등장한 집권여당의 선거구호도 ‘친일청산’, ‘적폐청산’이다. 유력 경쟁상대인 야당을 ‘토착왜구’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마당에 대통령까지 가세한 느낌이라 못내 씁쓸하다. 공무원 선거중립의무를 누구보다 솔선해서 지켜야할 대통령이 보란 듯이 어기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