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봉사 인생' 서성주 새마을교통봉사대 대구 동구지대장
'24년 봉사 인생' 서성주 새마을교통봉사대 대구 동구지대장
  • 이철락 기자
  • 승인 2020.04.14 01: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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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국가기술자격증과 열정으로 따뜻한 재능 기부
봉사활동으로 몸이 아플 여가도 없다.

“24년의 봉사활동은 늘 제 삶의 일부입니다.”

힘든 시국에도 따뜻한 봉사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사람이 있다. ‘새마을교통봉사대 대구동구지대(이하 교통봉사대)’ 서성주(63·대구 동구) 지대장이다. 평소 어려운 이웃의 집수리 봉사와 교통 봉사가 일상이던 그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지난 10일 연락하였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대구 동구 불봉자율방범대에서 밤에는 방범대장, 낮에는 교통봉사를 해왔습니다. 방범대장은 2년 전 후배에게 물려주고 직전 대장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불봉이네 봉사단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교통 봉사와 집수리 봉사를 할 수 없어서 각 단체 대원들과 의논한 끝에 요즘은 방역소독 활동을 합니다.

12일 오전 9시 방역소독 할 지역의 위치를 설명하고 있는 새마을교통봉사대 대구 동구 지대 서정주(63·대구 동) 지대장(오른쪽). 이철락 기자
12일 오전 9시 방역소독할 지역의 위치를 설명하고 있는 서성주 새마을교통봉사대 대구동구지대장(오른쪽). 이철락 기자

 

12일(일) 오전 9시 대구 동구 봉무공원에서 방역소독 계획이 있다고 해서 8시 40분 현장을 찾았다. 서성주 지대장과 봉사대 대원들이 30분 전에 먼저 도착해서 이날 사용할 장비를 점검한 후 활동할 위치를 설명하고 철저한 방역소독을 다짐하고 있었다.

-오늘 봉사는 어떻게 하게 되었으며 예산 지원이 궁금합니다.

▶봉사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소문이 나서, 오늘은 (사)동구자원봉사센터로부터 의뢰받았습니다. 센터가 방역소독 장비 일체를 지원하였습니다.

12일(일) 봉무공원에서 대원들과 서정주 지대장(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철저한 방역소독을 다짐하고 있다. 이철락 기자
12일(일) 봉무공원에서 서성주 지대장(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대원들이 철저한 방역소독을 다짐하고 있다. 이철락 기자

 

-모두 10명이 참여하셨군요. 봉사대원들의 인원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대구 동구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단체인 교통봉사대에서 2명, 불봉자율방범대에서 8명이 참석했습니다. 대원 중에 부대장의 경우 공군에서 정년퇴직하고 우체국에서 다시 일하고 있지만, 틈틈이 봉사활동도 합니다.

-요즘 국가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봉사 계획이나 참여의사 표시 등은 서로 어떻게 전달하나요?

▶봉사 계획을 단톡방에 올리면 대원들이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합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봉사활동을 많이 하면 몸이 아플 여가도 없다고 합니다. 허허!

단톡방을 이용하여 봉사 계획과 참여 의사를 알린다. 서정주 씨 제공
단톡방을 이용하여 봉사 계획과 참여 의사를 서로 알린다. 서성주 씨 제공

 

-교통봉사대의 연간 주요 활동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교통안전 지키기 캠페인, 각종 행사 시 질서 유지, 소외계층 돕기 및 이웃사랑 실천 등을 하고 있습니다. 예로써 등·하굣길 안전지도, 팔공산 달빛 걷기대회 때 질서 유지, 추석맞이 귀성객 교통안전 캠페인 등이 있습니다.

교통봉사대원들이 학교 앞에서 하굣길 교통안전 지키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정주 씨 제공
교통봉사대의 활동도 많지만, 불봉자율방범대 대원들도 영신학교 하굣길 교통안전 지키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성주 씨 제공

 

-봉사활동을 꽤 오래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부터 시작하였는지 궁금합니다.

▶40대 초반이던 1997년 ‘불봉자율방범대’에서 시작해서 여러 봉사 단체를 통해 24년 정도 활동해왔습니다. 지금은 새마을교통봉사대 대구동구지대장, 동부경찰서 불로파출소 불봉자율방범대 직전대장(대장을 10년하고 넘겨줌), 불봉이네봉사단 홍보팀장, 동구안전보안관 부단장 등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여러 봉사 단체에 소속되어 바쁘게 활동하는군요.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를 들려주십시오.

▶늘 남을 배려하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특히 교통봉사대 활동은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자, 교통사고 예방에 관심을 두게 되어 2009년 1월부터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무상으로 집수리를 해주는 불봉이네 봉사단 활동은 30년 전부터 획득한 국가기술자격증(토목기사, 가스기사, 보일러기능사, 레크리에이션 지도자)을 활용하여 재능 기부하는 것입니다. 레크리에이션 봉사도 그렇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동네 집을 찾아 깨어진 벽을 무상으로 수리하고 있다. 서정주 씨 제공
동네에서 형편이 어려운 집을 찾아 깨어진 벽을 무상으로 수리해주고 있다. 서성주 씨 제공

 

구민들이 앉을 자리를 소독하고 닦는 교통봉사대원들. 서정주 씨 제공
지난 7일 신암3동 버스승강장 의자를 소독하고 닦는 봉사대원들. 서성주 씨 제공

 

-헌신적인 봉사 활동으로 표창도 받았다죠?

▶지난해 6월 대구광역시장으로부터 ‘봉사 정신으로 나눔 문화 확산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교통봉사대가 단체 표창을 받았습니다.

-불봉이네 봉사단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불봉은 불로동과 봉무동에서 따온 말로서, 대구 동구청의 행복한 마을 가꾸기 사업에도 참여합니다. 불봉이네 봉사단은 독지가의 도움으로 화장실 수리, 선풍기 설치, 방충망 수리, 출입문 수리, 스위치 교체, 전등 교체, 에어컨 청소, 지붕 수리, 수도꼭지 및 하수 배관 교체, 보일러 수리, 반딧불 설치 등 어려운 이웃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죠.

정년퇴임 전 건축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낡은 집의 지붕과 벽을 무상 수리하고 있다. 서정주 씨 제공
정년퇴임 전 건축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낡은 집의 지붕과 벽을 무상수리하고 있다. 서성주 씨 제공

 

두산지주와 한국 해비타트(Habitat)가 함께하는 '희망의 집 고치기'에서는 1호에서 8호까지 참여했습니다. 저소득층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동구청의 ‘행복둥지 주거안정 디딤돌사업’으로 도심 속 폐·공가의 지붕, 화장실, 부엌, 보일러, 창호 등을 수리하고 있습니다. 사업비는 기업체, 공공기관 등 공동모금회 후원금을 통해 동구청에서 지원합니다.

희망의 집 고치기 안내 현수막. 서정주 씨 제공
희망의 집 고치기 안내 현수막. 서성주 씨 제공

 

-부지런하게 사시는 분이라 교통 봉사와 집수리 봉사 외의 기타 활동도 있을 것 같습니다.

▶30년 전부터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 후 레크리에이션 봉사도 했고, 시니어배드민턴클럽에서 홍보위원장과 동구안전보안관 부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것도 많을 것 같은데 듣고 싶습니다.

▶행복 둥지에서 하는 일은 세입자들도 대상이 됩니다. 재작년 동구 안심1동에서 생활 능력이 없는 세입자 할머니가 아궁이가 낮은 옛날 부뚜막을 아직 사용하는데, 세탁기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더군요. 세탁기를 부뚜막 위에 얹고 하수구도 내어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자녀가 있어도 능력이 없고, 집주인도 경제적으로 도울 형편이 못 되는 상황이었죠. 수리 후 고맙다고 눈물까지 흘리는 할머니를 보자 우리의 도움이 얼마나 절실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동네 복지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찾아내어 도움을 준 일이 있습니다. 딱한 사정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어느 집에 가보니 10년 전부터 집 주인은 연락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주인의 여동생이 살고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방에서 불을 때고 방바닥에서는 물이 올라오고 있었죠. 봉사단원 10명이 모여 동구청 및 지역 행복주민센터로부터 100만원을 지원받아 수도와 집을 수리해 주었습니다. 도배와 전등까지 교체해 주었습니다.

(작년에는) 소소한 것들도 많았습니다. 4층에 사는 장애인들의 변기와 세면기가 깨져 있어서 수리해 준 것도 작은 보람이었죠.

무료봉사 소문에 경로당 할머니들이 전기 수리를 요청하기도 한다. 서정주 씨 제공
무료봉사 소문을 듣고 경로당 할머니들이 전기 수리를 요청하기도 한다. 서성주 씨 제공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짤막한 토막 이야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봉사하러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경로당 할머니들이 꼬부랑글자로 ‘전기 고쳐주세요’라고 써놓고 가기도 합니다.

어려운 가정의 전등을 교체해 주기도 한다. 서정주 씨 제공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전등을 교체해 주기도 한다. 서성주 씨 제공

 

-이제 연세도 있으신데 봉사활동을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요?

▶서울 중앙봉사대에는 최고령자로 83세인 분도 계십니다. 체력적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겠죠?

- 마지막으로 마무리 말씀을 해 주십시오.

▶오전 6시 기상하여 오후 11시에 취침합니다. 집수리 봉사하러 다녀보면 이웃에 어려운 사람들이 진짜 많이 있더군요. 코로나19 확산 중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들을 직접 도울 수 없어서 방역소독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14일에는 효목동과 신암5동에서 활동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곧 안정되면 부족하지만 제가 가진 재능을 기부할 기회가 또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니 9시가 되었다. 대원들은 소독통을 메고 봉무공원 공중화장실로 들어가더니 소독을 마치자 곧바로 인접 나비생태원 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