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석달] 30일 간의 '집콕'기(記)-방종현 기자
[코로나19 석달] 30일 간의 '집콕'기(記)-방종현 기자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0.04.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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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괴질이 대구를 삼켰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한낱 미생물에 정복당해 버렸다. 질병본부가 실시간으로 TV를 통해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외출을 삼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는 당부다. 부득이한 경우 마스크는 꼭 써야 한다는 당부를 빼놓지 않는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이어진 줄이 끝이 안 보일 지경이다. 저렇게 장시간 서있으면  사람끼리 감염도 될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대한민국에서 첫 확진자는 1월 20일, 인천검역소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35세,중국 우한) 여성이다. 한 달 후 2월 18일 대구에서 첫 번째 환자인 31번(61. 여성) 확진자가 발견되었다. 환자 이름 대신 확진환자를 뜻하는 고유 번호를 매겨 부른다. 이틀 후인 20일 전국 최초 사망자(65, 남)가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나왔다.

이날부터 대구경북은 충격을 받았다. 일상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 적막강산이다. 만나야 할 사람도 만나지 못한다. 코로나 19로 사망하게 되면 전염 확산 방지를 위해 바로 화장 처리를 한다. 어느 노부부가 함께 확진자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남편이 사망했다. 남편은 곧바로 화장장으로 보내지고 화장처리됐다. 60 평생을 함께 산 부인은 남편 얼굴도 못 보고 마지막 작별인사도 없이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게 끝이니 참으로 허망하다. 자식들은 아버지 이름 대신 ‘69번 사망자’ ‘몇 번째 확진자’로 이름이 아니라 숫자로 부르는 게 죄송스럽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들판에 나가 캐 온 쑥(위)과 냉이. 방종현 기자
쑥으로는 맛있는 쑥버무리를 해먹었다. 방종현 기자
깨끗하게 다듬어 놓은 냉이. 방종현 기자

 

나는 2월 18일부터 집콕을 하기로 하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카톡은 쉴 새 없이 정보를 물어 나른다고 까똑 까똑 비명을 질러댄다. 코로나 예방에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오는 것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질병본부가 이번 괴질은 공기전염이 아니고 비말(飛沫)로 전염된다 하니 거리두기만 잘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정신마저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집사람도 몹시 힘들어 하는 눈치다. 기분전환도 할 겸 집사람과 드라이브로 가창골로 갔다. 냉이도 캐고 쑥도 뜯자며 호미와 칼도 챙겼다.  냉이가 있으면 캐고 없어도 무방하다. 콧바람 쐬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다행히 쑥도 냉이도 얼마간 캘 수 있어 우리 부부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확물을 폰으로 찍어 지인들에게 보내며 시간 활용을 소개했더니 반가워한다.

집콕 생활 10일이 지나자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해 신천 강 둔치를 산책하기로 했다. 비교적 인적이 뜸한 오전 시간을 택해 마스크를 쓰고 나섰다. 마스크를 써보니 지난날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던 말도 그립기만 하다. 침묵은 금이라지만 그건 내가 맘대로 할 수 있을 때 이야기다. 마스크를 쓰고 걷다가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서로 흘긋 쳐다보곤 외면해 버린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지난날 일상이 그립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던 이웃이 그립다.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니 정신마저 황폐해간다.

무엇을 하긴 해야 하는데 뭘 할까 궁리 끝에 내가 잘할 수 있는 하모니카 연주를 녹음해서 지인들에 음악편지를 보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간 보낼 줄 압니다. 무료한 시간 제가 보내는 음악이 잠시라도 위안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풍진 시간 잘 참아내고 좋은 시절 돌아오면 반가이 뵙기를 바랍니다” 하고 보냈더니 돌아오는 답장이 무료하던 차 잘 들었다며 고맙다 한다. 작은 재주지만 환영해주니 보람을 느낀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써보니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 체험했다. 구시화문(口是禍門) 이란 말이있다. 말을 잘못 쓰면 화를 입는다는 뜻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신은 인간에게 마스크를 씌워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라는 話頭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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