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무등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무등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4.0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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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로 유명한 무등산
엄청난 크기의 바위 기둥이 우뚝선 무등산 입석대. 이승호 기자
엄청난 크기의 바위 기둥이 우뚝선 무등산 입석대. 이승호 기자

 

무등산을 오르다!

기둥 같은 바위가 촘촘히 서서 병풍을 이루고 있는 서석대. 이승호 기자
기둥 같은 바위가 촘촘히 서서 병풍을 이루고 있는 서석대. 이승호 기자

 

흔히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의 요산요수(樂山樂水)에 비유한다. 인자한 사람은 못 되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고 국가적 난국인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극복 되길 바라는 마음에 산을 오른다. 팔공산, 금오산에 이어 바람이 무척 많이 부는 날 무등산을 찾았다.

무등산 정상에는 억새가밭이 분위기를 더한다. 이승호 기자
무등산 정상에는 억새밭이 분위기를 더한다. 이승호 기자

 

우리나라는 각 도시를 상징하는 산이 있다. 대구 팔공산, 원주 치악산, 부산 금정산 등이 있다. 호남에서 가장 큰 도시 광주를 상징하는 무등산(無等山)은 무진악(武珍岳)으로도 불리었다. 광주와 전남 화순군·담양군을 거느리고 있다. 광주 시내 동남 방향을 감싸고 있는 격조 높은 명산이다.

정상은 해발 1,186m의 천왕봉이다. 천왕봉은 군사보호구역이라 가지 못한다. 서석대 바로 코 앞에 보인다. 산 전체는 산정 부근의 암석 노출지를 제외하면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루어진 육산이다. 웅대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는 어머니 품 같은 풍요롭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등급을 정할 수 없는 고귀하고 격조 높은 산이라 무등산이라 이름 붙었다.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어 사철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다. 그 중 거대한 돌들이 기이한 풍경을 보여주는 3대 석경이 있는데, 서석대·입석대·광석대이다. 이 산은 2013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어 한국의 제21호 국립공원이 되었다. 

무등산은 천왕봉을 중심으로 지왕봉·인왕봉·안양산 등이 북동-남서 방향으로 이어져 있으며, 주위에는 신성봉·수래바위산·지장산 등이 있다. 산의 북쪽에는 중생대에 생성된 화강암, 남부에는 신라층군(新羅層) 퇴적암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산 정상에서 바라 보이는 긴 백마능선 일대는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무등산은 조릿대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승호 기자
무등산에는 조릿대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승호 기자

 

구릉지에서 재배되는 무등산 수박은 크기가 보통 수박의 4배가 넘으며 맛과 품질이 뛰어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원효계곡에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원효사가 있고, 증심계곡에는 울창한 활엽수림과 806년에 철감선사가 창건한 증심사가 있다. 경내에는 철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131호)·오백나한전·3층석탑·5층석탑이 있다. 그밖에도 광주댐 안쪽 자미천 계곡에는 송강 정철이 자랐던 환벽당과 식영정·성산별곡비 등이 있다.

무등산에서도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 이승호 기자
무등산에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 이승호 기자

 

먼길 약 3시간에 걸쳐 광대고속도(구 88고속도)를 달려 무등산 뒷편 원효사에 도착했다. 가장 단거리인 주등산로 증심사→중머리재→서석대 코스는 선택하지 않았다. 오래 전 원효사에서 차량으로 올라간 기억이 있어 차량으로 올라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원효사 국립공원 분소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차량통행을 요구했으나 사전 허가된 차량 이외에는 통행이 불가하다고 한다. 왕복 8.2km 산길을 걷는 것이 너무 부담이 되어 돌아갈까 망설이다 먼 길 온 것이 아까워 3천원의 주차료를 지불하고 산길을 오른다.

이끼 낀 오래된 '옛길' 표지석에서 출발했다. 초입은 급하지 않은 평범한 산길이다. 유난히 많은 조릿대(산죽)가 눈길을 끈다. 무등산은 주상절리가 많은 줄 알았는데 주상절리는 보이지 않고 조릿대만 보인다. 조릿대 천지이다. 느린 걸음으로 오르고 또 오른다. 목교까지 오르는 동안 바람을 심하게 느끼지 못했다. 간간이 보이는 귀한 노각나무가 무등산의 품격과 어울리는 듯하다.

목교(다리가 아니고 고개이다)에서는 토끼봉과 광주 시내가 보이고 여기서부터 급경사이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산길을 오른지 2시간 30분만에 서석대에 도착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크기의 기둥 모양의 바위들이 군기 든 군인들이 사열하듯 촘촘히 붙어 서있는 모습이다. 위쪽으로 올라가자 서석대라고 쓰인 표지석이 보인다. 바위 위에서는 사진을 찍기가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분다. 그래도 서석대에서 기원해 본다. '깨어나게 해주시고 코로나가 빨리 사라지라고' 서석대에서는 인왕봉, 천왕봉이 선명하게 보이고 광주, 화순의 산하가 눈 아래 아스라히 펼쳐진다.

멀리 광주 시내와 토끼봉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광주 시내와 토끼봉이 보인다. 이승호 기자

 

멀리 보이는 광주시내에는 양림동이 있겠지? 문득 몇 년 전 양림동에서 보내온 김현승의 시가 생각난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산 정상은 늘 환상이고 통쾌하다. 힘들게 오른 사람만이 누릴 수 특권이다. 갈 수 없는 천왕봉을 뒤로 하고 건물기둥의 몇 배나 되는 크기의 돌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입석대를 거쳐서 하산하다. 하산길은 입구 길을 잘 못 들어서 차가 다니는 임도로 내려왔다. 돌고 또 돌고 도는 10km 이상의 비포장 길을 걸어내려 왔다. 다음에 등산할 때는 사전에 철저히 길을 파악하고 산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정상에 오른 성취감과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산이 주는 평온함으로 의미 있는 하루였다고 자평해본다.

무등산 정상은 주상절링사 억새가 장관이다. 이승호 기자
무등산 정상은 주상절리와 억새가 장관이다. 이승호 기자
무등산은 광주, 화순, 담양을 거느리고 있다. 이승호 기자
무등산은 광주, 화순, 담양을 거느리고 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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